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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새로운 장의 시작' 선언했다

  • 2020.10.14(수) 17:10

[워치전망대-CEO&어닝]
회장 선임된 정의선…21년 경영수업 졸업
격변 차 시장에 전기차·자율주행 화두 제시
코나 화재사태 진화, 지배구조 개편은 숙제

새로운 장의 시작(Start of a New Chapter).

14일 현대차그룹 회장에 선임된 정의선 회장의 취임사 첫 페이지에 쓰인 제목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는 격변기에 현대차그룹 핸들을 잡은 정 회장은 "IT(정보기술)기업보다 더 IT기업 같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IT기업의 성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2003년 창업한 테슬라가 100년이 넘는 자동차 회사들을 단숨에 추월하는 현장을 목격한 정 회장의 취임사에는 위기감이 묻어났다.

이날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예정에 없던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회장 선임안을 보고했다. 각사 이사회에서 이에 동의하며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회장 취임은 공식화됐다. 그는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이사)으로 입사한 뒤 2005년 기아차 사장, 2009년 현대차 부회장, 2018년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등의 이력을 쌓으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올해 3월 현대차 이사회 의장으로도 선임된 정 회장은 이사회 의장과 회장을 겸하며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하게 됐다.

정 회장은 지난 21년간 상당한 경영 성과를 냈다. 2006년 기아차 사장 당시 디자인경영을 선언하며 기아차를 현대차 그늘에서 벗어나게 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땐 현대차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위기 관리 능력을 발휘했다. 그가 2015년 독립 브랜드로 만든 제네시스는 올해 1~9월 판매량(7만7358대)이 전년동기 대비 73.6% 증가하며 현대차의 '가성비' 딱지를 떼내는 데 큰 공을 세웠다.

2018년 그룹 수석부회장에 오른 뒤에는 기업문화를 진일보시키는 데도 성과를 보였다. 임직원들의 말을 경청하는 그의 경영 스타일은 현대차의 뿌리 깊었던 '군대 문화'를 '글로벌 톱 5' 차 회사에 어울리는 '수평적 문화'로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지난 성과가 앞으로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2018년부터 이어진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마이너스(-) 성장세는 올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더 가팔라지고 있다. 반면 테슬라는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 전기차 돌풍을 이끌며 급성장하고 있다.

정 회장이 취임사에서 임직원에 당부한 첫 번째 과제로 "성능·가치를 갖춘 전기차 구현"을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적용한 '아이오닉'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전기차 56만대를 팔겠다는 현대차의 중장기 계획을 '새로운 장'의 '서문'에 써둔 셈이다.

정 회장은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모빌리티 회사인 앱티브(Aptiv)와의 합작법인 모셔널(Motional)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현대차그룹 역대 최대규모 외부사업 투자(16억달러)로 2022년부터 자율주행 서비스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스템 등으로 전세계 자동차 시장 혁신을 이끌고 있는 테슬라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아울러 로보틱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 시티 등도 '큰 그림' 속에 그려 넣고 있다.

당장 풀어야 숙제도 적잖다. 전세계적으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 '코나 사태'의 급한 불을 꺼야 한다. 내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 출범을 앞두고 코나 화재 사태를 깔끔하게 진화하지 못하면 자칫 '불 전기차'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

실적 측면에서 경영의 내실을 엿볼 수 있는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전체 영업이익률은 2013년 7.5%에서 지난해 3.6%로 반토막났다. 올해 상반기는 코로나19 여파로 2.5%까지 낮아진 상황이다.

지배구조 개편도 풀어야 할 과제다. 현대차그룹은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를 가지고 있다. 2018년 추진했던 지배구조 변경계획은 미국계 행동주의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의선 회장이 지분 23.29%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차그룹 순환출자가 시작되는 현대모비스의 합병 등을 통해 매끄럽게 경영권을 승계할 묘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글로비스에 따라붙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최소화하면서도 '뒤탈'이 나지 않을 경영권 승계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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