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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스톡옵션…'당근일까 그림의 떡일까'

  • 2021.03.08(월) 17:37

[워치전망대-이슈플러스]
2017년부터 고위경영진에 부여
작년 주가급등…올해 행사여부 주목
박성욱 부회장 정태성 전 사장 등 관심

SK하이닉스가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1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주요 임원들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결정하기로 하면서 과거 스톡옵션을 받아 행사기간이 도래한 임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여태껏 스톡옵션을 행사한 사례가 없었지만, 작년 이후 주가가 급등해 올해는 행사 가능성이 특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SK하이닉스는 스톡옵션을 부여할 때 행사가능 시점을 넘기기 전에 임원이 퇴임하거나 보직을 받지 못하면 행사 권리를 취소할 수 있는 조건을 붙여두고 있다. 능력을 계속 인정받아 현직 재임 중에 옵션을 행사하고 이를 시장에 팔면 회사의 성장에 비례해 거액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행사기간 전 현직을 떠나 스톡옵션이 '그림의 떡'이 된 사례도 있다.

◇ 스톡옵션이 '당근'일 때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오는 30일 주주총회를 열고 오종훈 GSM 담당(부사장, 사내이사)과 김동섭 대외협력총괄(사장), 진교원 개발제조총괄(사장)을 비롯한 총 14명의 사장 및 임원을 대상으로 8만1632주 규모의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안건을 승인받기로 했다.

행사가격은 13만790원이며 행사 기간은 2023년3월31일부터 2026년 3월30일까지다. 이번 스톡옵션의 전체 규모는 106억7665만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스톡옵션을 주요 임원들 대상으로 지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에서 중요 역할을 담당하는 사내이사와 핵심 임원에게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해 회사의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를 추진하려는 것이다. 회사가 이들 임원이 만든 그동안 성과를 격려하는 한편, 앞으로도 회사 성장에 적극적으로 기여해달라는 주문이 담겼다는 평가다. 그야말로 '당근'이다.

SK하이닉스는 애초 최고경영진에만 주던 스톡옵션의 범위를 작년부터 크게 넓혔다. 실제로 올해 스톡옵션을 받는 임원들 14명 중 10명은 지난해에도 스톡옵션을 받았다. 당시 행사가격은 8만4730원이었고, 행사는 2023년 3월부터 가능하다. 지난 7일 기준 SK하이닉스 종가는 14만원까지 오른 상태여서 이들이 2년 뒤 스톡옵션을 행사해 거둘 수 있는 차익도 크게 불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올해 전망 역시 스톡옵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액이 31조900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84% 늘어난 5조126억원이었다. 올해도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21% 늘어난 38조5376억원, 영업이익의 경우 109% 증가한 10조480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 아직 아무도 행사하지 못한 '스톱'옵션

SK하이닉스는 2017년부터 대표이사 및 임원을 상대로 스톡옵션을 지급해왔다. 하지만 아직 아무도 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스톡옵션을 행사할 경우 공시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토대로 보면 현재까지 행사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첫 스톡옵션 부여 사례는 2017년 당시 박성욱 대표이사(현 SK하이닉스 미래기술위원 부회장)에게 29만8800주를 지급한 건이 있다. 9만9600주씩 3건이었다. 행사 가격은 각각 ▲4만8400원 ▲5만2280원 ▲5만6460원, 행사기간은 ▲2019년3월25일~2022년3월24일 ▲2020년3월25일~2023년3월24일 ▲2021년3월25일~2024년3월24일이다.

행사가격으로 따진 규모는 총 156억5114만원이다. 하지만 최근 SK하이닉스 주가가 크게 오른 상태여서 7일 종가 14만원을 기준으로 418억3200만원이다. 이를 행사가격에 사서 바로 되팔 경우 차익만 261억8085만원에 이르게 된다. 박 부회장이 스톡옵션을 행사할지, 한다면 언제 할지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박 부회장은 사실상 현직에서 물러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내외부 평가가 있기에, 기간 내 스톡옵션 행사를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그림의 떡'된 경우도

스톡옵션 보유자들이 행사를 서둘러야 할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18년에 정태성 당시 낸드 개발사업총괄 사장 상대로 7747주를 부여한 바 있다. 행사기간은 2020년1월1일부터 2022년 12월31일이므로 행사할 수 있는 단계다. 행사가격이 7만7440원이었으므로 7일 종가 기준으로 차익은 4억8465만원 수준이다.

정 전 사장의 경우 2019년에도 부여된 8171주 규모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하지만 이 물량은 부여가 취소된 것으로 파악된다. 옵션 행사기간이 시작하기 전 현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올해 SK하이닉스가 공시한 주총 안건에서 '최근 2사업연도와 해당사업연도의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 행사 및 실효내역'을 보면 8171주 규모의 스톡옵션 부여 내용은 없고 7747주만 남아 있다.

회사 관계자도 "해당 스톡옵션은 정 전 사장의 퇴임으로 소멸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스톡옵션 부여 조건이 행사기간 도래 전 퇴직 또는 미보임 시에는 부여 취소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8171주의 행사가격은 7만3430원이었고, 이는 대략 6억원 정도다.

현직에 있는 이석희 대표이사도 2018~2019년 사이 총 4건, 19만1684주로 전환할 수 있는 스톡옵션을 받았다. 그동안 받은 스톡옵션을 현재가치(14만원)로 환산하면 차익은 119억5115만원에 달한다. 이 대표 스톡옵션 중 7223주는 작년에 행사기간이 도래했고 6만1487주는 이달 23일부터 행사기간이 시작된다. 나머지는 내년과 내후년 각각 행사 가능하다. 후년까지 현직을 유지한다면 성과를 제대로 보상받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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