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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식구된' 보스턴 다이내믹스, 872억 손실

  • 2021.09.07(화) 15:19

[워치전망대]
피인수 뒤 첫 실적…상반기 매출 227억뿐
2831억 증자금 덕에 부채비율 50%로
2025년 IPO 성사까지 로봇 상용화 '숙제'

지난 6월 현대차그룹이 최종 인수한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가 그룹 내에서 첫 성적표를 공개했다. 1992년 대학 내 벤처로 시작한 이후 줄곧 이어지던 적자는 올해도 이어졌다. 앞으로 관건은 로봇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1조원을 쏟은 현대차의 투자 성과가 언제쯤 나올 수 있을지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지난달 공개된 현대차 반기보고서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관계기업으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 6월 현대차가 지분 30%(3312억원, 이하 장부가 기준)를 인수한 로봇 회사다. 나머지 지분은 대부분 현대모비스 20%(2840억원), 현대글로비스 10%(1420억원) 등 그룹에서 분산 소유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도 개인적으로 지분 20%를 투자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실적을 보면 '아직 로봇 세상은 오지 않았다'는 걸 체감할 수 있다. 이 회사 올 상반기 매출은 227억원에 머물렀다. 매출이 규모가 작은 것은 로봇이 상용화 초기 단계라서다. 임대를 통해 로봇을 시장에 선보였던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작년 6월 첫 시판 로봇 '스팟'을 출시했다. 가격은 7만4500달러(8620만원). BBC에 따르면 지난해 스팟 판매는 400여대 수준이다. 

스팟은 산업이나 기업, 대학 연구용 등으로만 판매되고 있다. 비상업적 용도로 개인이 구입할 수 없다. 국내는 규제 탓에 상업적 이용도 제한적이다. 자율주행 로봇은 도시공원법, 도로교통법 등에 따라 보행자 통로, 승강기, 공원 등에서 통행이 제한된다. 이 밖에도 로봇은 국내에서 22개 규제를 받고 있다. 작년 정부는 로봇산업 선제적 규제 혁신 로드맵을 발표하고 영업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내실은 더 안 좋다. 지난 1~6월 순손실은 872억700만원에 이른다. 배(매출)보다 배꼽(순손실)이 더 큰 셈이다. 로봇 판매는 저조하지만 연구개발 등 투자는 멈출 수 없어서다. 그간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운영했던 구글과 소프트뱅크도 흑자 경영에는 실패했다. 소프트뱅크가 경영했던 2020년 4월부터 2021년 3월까지 1년간 매출은 301억원에 불과하다. 이 기간 당기순손실은 1499억원에 이르렀다. ▷관련기사: '적자 로봇벤처' 투자리스크 짊어진 정의선(2020년 12월15일)

현대차그룹의 자금수혈을 받은 재무구조는 안정적이다. 지난 6월 기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자산은 4938억원, 부채는 1666억원이다. 부채비율은 50.9%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이 투자한 1조원 중 2831억원 가량이 유상증자 방식으로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투자되면서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4족 보행 로봇 '스팟'/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앞으로 관건은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현대차그룹과 함께 로봇의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로봇 수요가 가장 많은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한다.

국제로봇연맹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19년 전세계 로봇시장 규모는 112억달러로, 이중 물류 로봇이 4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물류로봇은 2017년 7만5000대에서 2023년 25만9000대로 판매가 늘 것으로 전망됐다. 이후 이동형 로봇과 개인이 사용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등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는 경영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앞으로 4년 이내에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로봇 판매로 매출부터 키워야 한다. 재무상황은 더 급하다. 올해 상반기 적자 규모가 유지되면 향후 2년 이내에 증자대금도 바닥난다. 상용화가 성공하지 못하면 현대차그룹이 또 자금수혈에 나서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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