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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자본잠식 로봇회사' 품은 이유

  • 2021.06.24(목) 08:08

성장성 보고 적자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4년 내 IPO하면 소뱅·정의선 투자회수 가능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4족 보행 로봇 '스팟'으로 유명한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인수를 최종 완료했다. 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와 함께 정의선 회장이 투자한 인수금액만 1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딜(거래)'이다. 최종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거래에 숨은 의미를 살펴봤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1500억 적자 낸 로봇' 1조에 산 이유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하기 위해 낸 금액은 총 9963억원이다. 현대차 3736억원(이하 보스턴 다이내믹스 보유 지분 30%), 현대모비스 2491억원(20%), 정의선 회장 2491억원(20%), 현대글로비스 1245억원(10%) 등이다. 나머지 지분 20%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현대차그룹에 매각한 소프트뱅크그룹이 보유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가 1조2454억원(약 11억달러)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 로봇회사의 재무상황은 아직 열악하다. 2020년4월부터 2021년 3월까지 1년간 매출은 301억원에 불과하다. 이 기간 당기순손실은 1499억원에 이른다. 장기간 손실이 누적되면서 지난 3월 기준 부분 자본잠식에 빠졌다. 자본총계(2802억원)가 자본금(4136억원)보다 작아졌다는 의미다.▷관련기사: '적자 로봇벤처' 투자리스크 짊어진 정의선(2020년 12월15일)

자본잠식에 빠진 '적자 회사'를 1조원 가까이 주고 인수한 것은 그만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서다. 현대차그룹은 전세계 로봇 시장 규모가 매년 32%씩 성장해 2025년엔 1772억달러(202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1992년 대학 내 벤처로 시작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13년 구글, 2017년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을 거치며 지능형 로봇 선두권 업체로 자리 잡았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기술력을 상용화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뱅크로 7132억, 보스턴 다이내믹스로 2831억

이번 거래는 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그룹과 개인 주주 2명(Linda Chafets, Michael Perry)이 보유한 보스턴 다이내믹스 주식(구주)을 인수하는 동시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구주 인수금은 7132억원, 신주 인수금은 2831억원이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그룹과 개인주주가 보유한 보스턴 다이내믹스 주식을 7132억원에 인수했다. 현대차그룹의 인수대금이 소프트뱅크그룹으로 흘러간 것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이 투입하는 유상증자 신주 인수대금 2831억원은 보스턴 다이내믹스로 유입된다. 현대차그룹의 인수대금 9963억원 중 28%(2831억원)가량은 향후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투자금으로 쓰인다는 의미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신주 발행 대금 2831억원이 유입되면 부분 자본잠식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2025년 상장?

소프트뱅크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20%를 현대차그룹에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팔 수 있는 권리)을 갖고 있다. 이번 거래 종결일(지난 6월21일)로부터 4년 이내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상장이 결정될 경우,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상장되지 않아도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상장 여부와 상관없이 2025~2026년께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100%를 보유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런 풋옵션 조건을 보면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2025년엔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상장 여부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실적에 달려있다. 창립 이후 29년간 연구개발에 주력했던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상용화에 성공해야 하는 것이다. 내실(흑자전환)도 중요하지만 상장을 위해선 덩치(매출)를 키우는 것이 급선무다. 현대차그룹이 제조·물류·건설 등 분야에 보스턴 다이내믹스 기술을 접목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인 자격으로 2491억원을 투자한 정 회장도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상장에 성공해야 엑시트(Exit, 투자회수) 할 수 있다. 업계에선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짓지 못한 정 회장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승계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하지만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로봇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정 회장의 투자 이력에도 흠집이 생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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