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반도체를 둘러싼 관세 압박이 재점화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워싱턴 D.C.에서 만났다. 이 회장은 이건희 컬렉션 해외 순회전 갈라 디너를 계기로 미 정·관계 핵심 인사들과 교류하며 민간 외교 행보를 이어갔다.
삼성은 2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에서 '이건희(KH) 컬렉션' 첫 해외 순회전의 성공적 마무리를 기념하는 갈라 디너를 열었다. 행사에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비롯해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 앤디 킴 민주당 상원의원, 팀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 등 미 정관계 인사와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진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러트닉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반도체와 첨단 제조업 통상 정책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최근 그는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려는 기업에는 두 가지 선택지만 있다.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관세를 투자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발언이다.
재계는 이 회장이 그간 미국 정·관계 주요 인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만남에서도 미 행정부의 관세 압박 기조와 반도체를 둘러싼 투자 환경, 향후 정책 방향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갈라 디너에는 재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웬델 윅스 코닝 회장, 제리 양 야후 공동창업자, 개리 디커슨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CEO 등이 자리했다. 삼성에서는 이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통상 접촉을 넘어 문화 외교의 장으로도 활용됐다. 이 회장과 홍 명예관장은 귀빈들에게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문화유산 보존 철학과 미술품 기증의 의미를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전시 관람과 만찬을 함께하며 한국 문화유산의 가치를 직접 체험했다.
이 회장은 인사말에서 "이번 전시를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선보일 수 있어 큰 영광"이라며 "미국과 한국 국민들이 서로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6·25 전쟁 당시 미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의 한국은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이건희 컬렉션 해외 순회전은 전시 성과 면에서도 기대를 웃돌았다.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열린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 전시는 1월 중순 기준 누적 관람객 6만1000여 명을 기록했다. 폐막까지는 6만5000명 이상이 찾을 것으로 추산된다. 유사 규모 전시와 비교해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건희 컬렉션 해외 순회전은 이번 워싱턴 전시에 이어 미국 시카고미술관과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삼성은 해외 순회전을 통해 한국 문화 예술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글로벌 통상 환경 속에서 민간 외교 역할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