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를 다음 달부터 출하한다. 핵심 고객사 공급 일정이 구체화되면서 메모리 시장의 시선이 다시 삼성으로 쏠리고 있다. HBM4를 발판으로 올해 HBM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제시됐다.
업계에서는 범용 메모리 호황에 HBM4 공급 선점이 더해지며 삼성전자의 실적과 기술 경쟁력이 동시에 회복 국면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양 축에서 반등 흐름을 확인, 반도체 경쟁력이 다시 뚜렷한 회복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실적도 이를 뒷받침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93조8374억원, 영업이익 20조737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333조6000억원, 영업이익 4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에서만 지난해 4분기 16조원대 이익을 거뒀다.
"재설계 없이 성능 상향"…HBM4E까지 직선 주행
삼성전자는 29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BM4가 이미 양산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개발 초기부터 고객 요구를 상회하는 성능을 목표로 설계했고, 이후 성능 요구가 상향되는 과정에서도 재설계 없이 대응해 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샘플 공급을 마친 뒤 현재는 주요 고객사의 퀄테스트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으며 '차별화된 성능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해당 고객사가 엔비디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4가 이미 양산 라인에 투입돼 생산, 주요 고객 요청에 따라 다음 달부터 최상위 속도인 11.7Gbps급 제품을 포함해 양산 출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제품인 HBM4E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4E는 올해 중반 스탠다드 제품을 먼저 샘플링하고 커스텀 HBM 제품은 하반기 고객 일정에 맞춰 웨이퍼 초도 투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BM 패키징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하이브리드 본딩 역시 HBM4E부터 본격 적용할 방침이다. 16단 적층 기술과 관련해선 "기술은 확보했지만 현시점에서 고객 수요가 제한적인 만큼 수요 변화에 즉각 대응할 준비는 마쳤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HBM4 본격 양산과 고객사 공급 확대를 바탕으로 올해 HBM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생산능력 기준으로 이미 고객들로부터 전량 구매주문을 확보해 사실상 '솔드아웃' 상태라는 설명이다. 주요 고객사들이 내년 이후 물량에 대해서도 조기 협의를 요청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HBM·서버용 DDR 비중 확대 불가피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 전반에서 AI 중심의 수요 구조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AI 활용이 늘면서 메모리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업계 전반의 증설 여력은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HBM을 비롯해 D램과 낸드 전반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D램의 경우 AI 서버 수요 확대에 따라 HBM과 서버용 DDR 비중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삼성전자는 "GPU와 주문형반도체, 대형 클라우드 기업을 중심으로 장기 공급 계약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가격과 수익성을 고려해 서버용 DDR 중심으로 제품 구성을 가져가되 특정 제품에 쏠리지 않도록 균형 잡힌 공급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AI 수요 장기화를 전제로 올해 설비투자 역시 확대할 방침이다. 이미 확보한 신규 팹과 클린룸 공간을 활용한 투자를 늘리고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 단지 조성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자립형 연구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키워나가겠다는 구상이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2나노 공정 고도화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전자는 "2나노 1세대 공정의 양산 안정화를 이어가는 동시에 2세대 공정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수율과 성능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4나노 공정에서는 성능과 전력 효율을 개선한 공정도 준비하고 있다. AI 고성능컴퓨팅 수요를 기반으로 선단 공정 고객을 확대해 올해 파운드리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