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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표심에 눈 먼 코로나 대선공약

  • 2022.02.09(수) 13:50

코로나 백신 부작용 피해보상 관련 공약 경쟁
인과성 범위 제한‧예산 부족 등 실현 가능성↓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제20대 대통령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후보자들의 공약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부작용 사례가 급증하면서 코로나 백신 부작용 피해보상에 대한 공약도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백신 국가책임제'를 내놨다. 백신과 부작용의 인과성이 명확하게 인정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한 백신 부작용에 대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보상 및 지원하는 제도다. 해당 공약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가 주도로 백신 접종이 이뤄진 만큼 당연히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 공약으로 둔갑해 표심을 흔들고 있다는 점에 먼저 안타까운 마음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자에 '선보상 후정산', 중증환자에 '선치료 후보상' 확대를 제시했다. 코로나 백신 부작용 인과관계 증명에 대한 책임을 정부가 부담하고 백신 접종 후 중증 및 사망 등 부작용 피해를 입은 경우 먼저 보상을 지급하고 후에 인과성 여부를 심의해 정산한다는 내용이다. 

두 후보의 코로나 백신 부작용 피해보상 관련 공약에는 공통된 문제점이 있다. 피해자 및 피해자 가족들이 나서서 담당 주치의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백신 부작용 인과성을 입증해도 국가에서 근거 불충분으로 인정하지 않는 게 현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달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원회가 백신 부작용 피해보상 요건 완화 및 우선지원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심사가 보류됐다. 백신 부작용 피해보상 요건에서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의 범위를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백신 접종 후 사망자 1339명 가운데 백신 인과성이 인정된 건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과 금성심근염으로 사망한 2건이 전부다. 정부는 올해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람 중 인과성 평가 근거가 불충분한 경우도 1인당 50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7명만이 대상자로 인정됐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중증 이상반응 의심사례의 경우 아나필락시스 의심 1889건, 주요 이상반응 1만3685건으로 총 1만5574건이 신고됐다. 정부가 아나필락시스 의심사례 2154건(의료기관의 최초 신고 이후 변경된 사례 포함)을 검토한 결과 인과성이 인정된 사례는 789건이었고, 이밖에 중증사례로는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202건 중 3건 △심근염 및 심낭염 1148건 중 499건 △길랭-바레증후군* 82건 중 21건(인과성 불충분) 등이었다. 전체 중증 이상반응 신고건수 중 8.4%인 1312건만이 피해보상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길랭-바레 증후군: 감염 등에 의해 몸 안의 항체가 말초신경을 파괴해 마비를 일으키는 신경계 질병.

또 진료비 본인부담금 기준(사망 및 중증‧경증 장애 보상과 별개)으로 방역당국의 지난해 보상금 지급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총 6030건의 부작용 심의를 진행해 2678건에 대한 보상이 이뤄졌고 3350건은 기각됐다. 절반이 넘는 약 55.5%가 백신 부작용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 중 지급된 보상금액으로 분류하면 30만원 미만이 2488건으로 약 93%였고, 30만원 이상 보상은 190건에 불과했다. 

특히 사망자에 '선보상 후정산'을 내세운 대선공약은 예산 문제에 부딪혀 현실적으로 실행이 불가능하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 예방법)은 백신 예방접종으로 발생한 사망 및 중증 장애시 국가가 최대 4억3739만5200원, 경증장애는 2억4056만7360원을 지급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올해 코로나 백신 관련 '이상반응 관리' 예산으로 편성된 금액은 362억원으로, 사망 및 장애일시보상금 등 피해보상 예산은 81억원이다. 현재까지 백신 부작용 사망 의심사례로 신고된 1339건의 2%도 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는 예산이다. 나아가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아 후정산으로 환수조치가 이뤄질 경우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는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 

현재 코로나 백신 부작용 보상절차는 피해자가 주치의 소견을 받아 보건소에 접수하면, 이후 시‧도 지방자치단체 역학조사관들이 1차 판정을 하고 여기서 통과하면 질병청에서 최종 판단이 이뤄진다. 국가가 나서기보다 피해자들이 일일이 숟가락으로 밥을 떠 먹여주는데도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코로나 백신 부작용에 대한 피해보상은 대선과 관계없이 이뤄져야 하는 사안이다. 코로나 백신 부작용 관련 대선공약이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에 편승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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