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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엔데믹과 지혜로운 '끝의 시작'

  • 2022.04.25(월) 06:50

거리두기 완화에도 확진자 꾸준히 감소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안 확정 임박
미래만큼 '봉합'도 중요…꾸준한 지원 필요해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 1주일이 지났다. 전국 곳곳에서 3년 만의 벚꽃축제가 열렸다. 전면 출근은 재개됐고 저녁 번화가도 북적인다. 많은 인원이 모여 술잔을 기울이는 광경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식당은 오랜만의 대목에 바빠졌다. 그럼에도 코로나19의 기세는 예전같지 않다. 일일 확진자는 전주 대비 1만명 이상 줄어들었다. 위증증자 및 사망자 수도 완만하나마 감소하고 있다.

정부의 '출구전략'도 윤곽을 드러냈다. 오는 25일 고시를 개정해 코로나19의 법정 감염병 등급을 낮춘다. 확진자가 순조롭게 줄어든다면 다음달부터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도 없앨 계획이다. 이어 현행 7일인 확진자 격리 기간은 5일을 거쳐 '격리 권고'로 변경된다. 정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사이의 온도차에도 머지않아 현실이 될 일이다.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전환되는 '엔데믹'이 가까이 온 셈이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유통·관광 등 '리오프닝' 업계는 일제히 손님맞이에 나섰다. 관광업계는 해외여행 패키지를 공격적으로 선보인다. 유통업계는 공간 리모델링에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붓는다. 패션·뷰티업계는 야외 활동에 대비한 신상품 출시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덩치를 키웠던 배달업계는 '실속 다지기'에 나섰다. 그만큼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자였던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옅어졌다.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원·영업에 제한이 걸려 정상적으로 일하지 못했다. 빚을 내 버텨온 사람도 많다. 손실보상도 미흡했다. 소급적용이 무산되며 2020년 1분기~지난해 2분기까지의 피해를 보상받지 못했다. 고정비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금융부채가 있는 자영업자 약 29만 가구가 앞으로 1년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물론 새 정부도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인수위는 다음주 '코로나19 손실보상 종합 패키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1호 공약으로 내세웠던 1인당 최대 600만원의 추가 방역지원금이 지급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세제 지원안도 마련된다. 부채 탕감 지원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 등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모두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필요한 조치임은 분명하다.

다만 이것이 희망을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지원책 발표 이후 대출 상환유예 등 기존 지원조치는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소상공인·자영업자는 당장 오는 10월부터 밀린 이자를 갚아야 한다. 이를 갚을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는 많지 않다.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번 돈 대부분을 상환에 써야 할 수 있다. 영업만 가능해졌을 뿐, 회복은 꿈도 꿀 수 없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추경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비롯한 대외 악재 등으로 치솟고 있는 물가 상승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정부 재정 지원의 경제적 가치를 하락시킨다. 서민 부담을 가중시켜 실물 소비도 위축시킨다. 자연스럽게 소상공인·자영업계의 완전 정상화에 걸리는 시간도 늘어나게 된다. 돈은 돈대로 쓰면서도 효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지금까지 '실질적 손실보상'을 요구해 왔던 이유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앞으로 달려나갈 ‘길’이 아니다. 벌어진 상처를 봉합해 달릴 수 있는 몸 상태부터 만들어 줘야 한다. 일시적 금전 지원과 세금 감면 등 조치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고, 시장을 꾸준히 살펴 꼭 필요한 곳에 ‘핀포인트 지원’을 행해야 한다. 민생경제 활성화 등 정책 효과 극대화를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

코로나19는 긴 터널이었다. 모두가 2년간 어둠 속을 걸어왔다. 그만큼 다시 만나게 된 빛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아직 터널 속에 남아 있다. 일상회복이라는 희망에 벅차 뒤처져 있는 이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미국의 시인 H.W. 롱펠로우는 "시작하는 재주는 위대하지만, 마무리짓는 재주는 더욱 위대하다"고 했다. 새 정부가 발표할 손실보상 정책이 지혜로운 '끝의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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