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그플레이션의 초기 징후가 감지되는바 충분한 손실보상과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속도를 내야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23일 열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코로나19비상대응특별위원회 민생경제분과 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한 말이다. 손실보상과 재정건전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그의 말은 무슨 뜻일까. 속뜻을 풀어봤다.
우선 스테그플레이션부터 알아보자. 이 말은 스태그네이션(stagnation, 경기침체)과 인플레이션(inflation, 물가 지속 오름)의 합성어다. 보통 호황 때 인플레이션이, 불황 때 디플레이션(deflation, 물가 지속 하락)이 발생한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은 불황 때 물가마저 오르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스태그플레이션을 "물가 상승과 생산 감소가 함께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원자재 가격 등 비용이 올라 기업이 생산을 줄이면서 공급이 감소하는 원리다. 예컨대 원유가격이 오르면 기업의 생산비용이 늘고, 기업은 늘어난 비용부담만큼 제품 가격을 올리게 된다.
안 위원장은 스테그플레이션의 초기 징후를 어디에서 감지했을까. 최근 급등하고 있는 국제원유 가격에서 그 징후를 찾았을 가능성이 높다.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14.3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60달러대에 거래되던 1년전보다 2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스테그플레이션으로 운을 뗀 것은 손실보상과 재정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상황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두 마리 토끼는 뭘까.
손실보상은 코로나19로 인해 장사를 제대로 못한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책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때부터 50조원의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약속했다.
재정건전성은 국가 채무를 적정선에서 유지하며 상환능력이 있는 재정 상태를 뜻한다. 갚을 수 있을 만큼 빚을 진다는 얘기다. 보통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로 재정건전성을 판단한다. 국가채무비율은 2019년 37.6%, 2020년 43.8%, 2021년 47.3%로 오르고 있다. 이미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인 40%를 넘어섰다.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인수위내 코로나특위와 경제1분과는 머리를 맞대고 있다. 정부의 올해 본예산 607조원 중 일부를 손실보상으로 돌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식비를 줄여 교육비를 늘리는 가계와 같다.
하지만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50조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공약을 지키기 위해선 빚을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손실보상 재원 중 일부를 국채발행으로 마련하는 '카드'를 버리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이 카드를 쓰게 되면 재정건전성은 나빠지게 된다.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기 쉽지 않은 이유다. 소상공인에게 충분한 손실보상을 하면서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겠다는 얘기는 '증세없는 복지'처럼 듣기는 좋기만 실현하기는 어려운 얘기다.
인수위가 손실보장을 포기할 수도 없다. 윤 당선인은 선거기간에 손실보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공약집에도 '50조원 이상의 재정자금을 확보해 정당하고 온전한 손실보장'을 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결국 어느정도 재정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을 보면 안 위원장이 인수위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대책을 재촉하더라도 뾰족한 해법이 나오긴 힘들다. 차라리 안 위원장이 '재정건전성 악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손실보상안을 찾아오라'는 게 솔직하고 현실적인 지시일 것이다. 반대 방향으로 도망가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하다간 두 마리 모두를 놓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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