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았던 대출 문턱이 다시 낮아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전세대출 한도를 확대하기 시작했고,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 일환으로 사라졌던 대출 금리에 대한 우대금리도 살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공약이었던 대출규제 완화를 구체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 등도 조만간 마련될 전망이다.
대출 문턱 낮아진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등은 전세대출 한도를 기존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내에서 갱신계약서상 임차보증금의 80% 이내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 일환으로 전세대출 규모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시행한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여기에 대출 수요를 줄이기 위해 없앴던 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한 우대금리도 부활시키고 있다.
은행들이 최근 들어 다시 대출 문턱을 낮추기 시작한 것은 올들어 가계대출 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말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1000억원 줄어든 1060조1000억원 수준이다.
은행들의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윤석열 당선자 공약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당선자는 부동산 정상화 방안중 하나로 주택대출규제 완화를 공약했다. 지역에 관계없이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70%로 완화하고, 생애최초 주택 구매 가구에게는 80%로 높여준다는 내용 등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 총량관리 목표가 은행권 평균 4.5%(전년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였는데 1분기만 보면 거의 제로 수준"이라며 "새 정부 역시 금융 규제 완화 기조라 대출 자산을 늘리기 위한 전략 수정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인수위 움직임 본격화
인수위원회도 대출 규제 완화 공약을 구체화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당초 LTV 완화를 공약했지만 한 발 더 나아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까지 손볼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DSR 규제는 유지한 채 LTV만 완화할 경우 대출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올들어선 2억원 이상 대출시 DSR 40%가 적용되는데, LTV 완화로 집값의 70% 이상 대출이 가능해져도 DSR 40%를 넘을 순 없는 까닭이다.
이런 이유로 DSR 정비없이 LTV만 완화할 경우 고소득자만 정책 혜택을 볼 수 있다. 인수위원회가 DSR도 함께 손보려는 이유다. ▷관련기사: [윤석열 시대]LTV 완화되면…주택담보대출, 다시 기지개?(3월18일)
이와 함께 인수위는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를 위한 금융권과의 협의도 시작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지난 22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 영업 상황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아 금융위원회에서 금융권과 조속히 협의를 완료해 만기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를 시행할 것을 인수위 차원에서 요청할 것"이라며 "필요한 손실보상에 대해서는 경제1분과에서 함께 논의해 계획을 세울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23일)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연장관련 금융업권 협회장 간담회에 참석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지원 종료 시점을 오는 9월말로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 9월까지 연기(3월23일)
금융업계에선 이번 결정에 대해 은행에 큰 부담은 없겠지만 종료 이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 시점을 연장해도 은행에 부담이 가중되지는 않는다"면서도 "원리금뿐 아니라 이자도 유예하고 있어 해당 대출에 대해선 장기 분할로 전환해 갚는 방식 등 컨설팅을 통한 대체 방안을 마련해야 금융지원 종료 이후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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