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주택담보대출 규제인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한 풀 꺾인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당국이 급격한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올해부터 도입했지만, LTV가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책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확 꺾였던 주담대 증가세
문재인 정부는 총 28번의 부동산 관련 규제를 통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꾸준히 강화해왔다. 이에 따라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등 조정지역 주택 구매시 9억원 이하 주택일 경우 LTV는 40%까지, 9억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20%까지만 인정된다. 15억원이 넘는 경우 아예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하다.
특히 올들어서는 2억원 이상 대출시 DSR 40%를 적용하면서 대출 받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DSR은 연간원리금상환액을 소득으로 나눠 산출하는데 이 비율이 40%를 넘으면 안된다는 얘기다.
이같은 규제가 도입되자 주택담보대출의 증가량은 급격히 꺾이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82조8000억원으로 1월말과 비교해 1조8000억원 늘었다. 지난 1월은 지난해 12월 대비 2조2000억원 늘어난 바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월 평균 4조3000억원 늘었다는 점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증가세가 꺾인 셈이다.
연간 단위로 보면 더욱 명확하다. 지난 2019년과 2020년 주택담보대출 월 평균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6조원을 훌쩍 넘은 바 있다.
은행 관계자는 "LTV규제 강화에 더해 DSR규제 도입 등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을 빌리기 까다로워졌다"며 "이는 정부가 부동산가격을 안정화 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지만, 가계부채의 증가 원인이 주택담보대출에 있다는 판단도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LTV 대거 손본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LTV규제를 대폭 완화할 전망이다.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이었던 LTV규제 완화를 위한 검토를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은 생애 첫 주택 구입자의 경우 LTV를 80%까지 완화하고 그외 주택구입자들에게는 70%까지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지역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예를 들어 투기과열지구내 KB국민은행 시세 기준 8억원 아파트를 사고자 한다면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는 LTV 40%가 적용된 3억2000만원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LTV가 70%까지 완화된다면 5억6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이후 LTV규제 완화를 시작한다면 주택구매수요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현재는 집을 사기 위해서는 집값의 60%가량은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앞으로는 이를 대출로 채울 수 있기 때문에 주택수요자들이 대출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정부가 주택관련 대출을 조이자 주택을 구매하고자 하는 심리는 꺾여왔지만, 윤석열 당선인의 당선이 점쳐지자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토연구원이 내놓은 '주요 지역별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지난 2월 105.8을 기록하며 전월대비 2.7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지속 하락세를 보였지만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은행 여신관리본부 관계자는 "윤석열 당선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출규제 완화가 점쳐지자 자금조달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본 경제주체가 점차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주택담보대출 규제 뿐만 아니라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까지 있어 주택구매심리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LTV 손보면 집값 70%까지 대출 받을 수 있을까
은행권에서는 LTV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최대 한도인 70%까지 받기 위해서는 올해 도입된 DSR규제 역시 함께 따져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은행권에서 2억원 이상의 대출을 받으려고 하면 DSR 40% 이내를 맞춰야 한다. 즉 두 규제를 함께 계산해 대출 한도를 산출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현재 LTV규제에 따라 조정지역에 있는 8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집값의 40%인 3억2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 주택을 사려는 대출차주가 금리 3.5%, 만기 30년짜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연간 소득이 4000만원이라면 대출한도는 2억9000만원으로 줄어든다. DSR규제가 함께 적용되서다.
LTV규제가 완화된다고 해도 DSR규제가 동시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대출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DSR 40%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현재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해서는 종전 LTV, DTI에 더해 DSR까지 규제 등을 바탕으로 산출한다"며 "LTV만 완화된다고 집값의 대부분을 대출로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소득자, 맞벌이부부 등의 자금 조달은 수월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득이 많으면 많을수록 DSR산출시 분모가 되는 소득이 높아지기 때문에 더 많은 한도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정지역에 9억짜리 아파트를 사고자 할 경우 현재 LTV를 적용하면 3억6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3억6000만원을 만기 30년, 금리를 3.5%로 대출을 받고자 할 경우 연소득이 5800만원 수준이면 가능하다. 5800만원보다 소득이 많더라도 LTV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더 빌릴 수 없다.
반면 LTV 규제가 70%로 완화된다면 같은 아파트를 사고자 할 경우 6억3000만원까지 대출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금리 3.5%, 만기 30년짜리 주택담보대출로 받기 위해서는 가구의 연 소득이 1억1000만원이 넘어가야 한다. 연소득이 많으면 많을수록 LTV 규제 완화 체감도가 높아질 것이란 얘기다.
그는 "LTV 규제 뿐만 아니라 DSR 규제 역시 동시에 손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맞벌이 부부, 고소득자 등이 더욱 적극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은 표정관리
은행들은 내심 LTV규제 완화를 반기는 모습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통상 한도와 만기가 길고 주택을 담보로 해 안정성이 높은 대출로 평가받는다. 기대할 수 있는 이자수익도 높고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적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한 차주가 3억원을 30년 만기, 3.5%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은행이 받을 수 있는 총 이자금액은 1억8000만원에 이른다. 새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가팔라진다면 자연스럽게 은행의 수익으로 이어지게 된다.
다만 최근 금리상승기로 접어들었다는 점,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 등이 고민거리다. 매번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와서다.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를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은행 관계자는 "금리도 상승기고 핵심대출인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은행에게 호재지만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며 "은행 역시 평판관리를 해야 하는데 이자장사를 한다는 부정적 여론이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연간 가계부채총량관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이 늘릴 수 있는 대출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다만 대출사업 포트폴리오를 신용대출보다 주택담보대출 쪽으로 수정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진출을 시작한 인터넷전문은행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가계신용대출중 20%이상을 중·저신용자 대출로 채워야 한다. 신용대출로만 자산을 늘리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가계신용대출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늘릴 수 있다. 성장세가 사실상 더뎌진 가계신용대출 부분을 주택담보대출로 채울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