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앱마켓' 원스토어가 출범 6년만에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한다. 초기 투자자인 네이버 등이 투자 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됐다. 다만 원스토어가 제시한 공모희망가액과 이를 감안한 기업가치가 당초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점에서 수십배에 달하는 이른바 '상장 대박'을 노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상장을 조건으로 자본을 조달했던 사모펀드(PEF)와 토종 앱마켓을 키우기 위해 투자에 참여했던 KT·LG유플러스는 주식 취득가액과 희망공모가액의 차이가 크지 않아 이렇다할 투자 재미를 보지 못할 전망이다.
기업가치 1조원, 시장 기대치 절반 수준
원스토어가 전날(31일)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희망 공모가액은 3만4300~4만1700원이다. 액면가(500원)의 68~83배 수준. 신주 473만주를 발행하고 2019년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사모펀드 'SKS PE-키움캐피탈' 보유 물량 가운데 절반인 193만주를 구주매출로 내놓는다.
상장하면 기존 발행주식(2192만주)을 포함해 총 2664만주가 유통된다. 이를 기준으로 한 원스토어의 기업가치는 9139억~1조1110억원이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원스토어의 몸값이 2조원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기대치의 절반 수준이다.
기업가치가 낮게 책정된 것은 부진한 재무 성적과 무관치 않다. 2021년 연결 매출은 전년 1552억원보다 590억원 늘어난 2142억원에 달했으나 영업손실 57억원으로 전년 9억원에 이어 적자 폭이 확대됐다. 설립 이후 매년 매출 외형은 늘어나고 있으나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스토어는 앱마켓 수수료 인하와 다양한 결제수단 제공을 통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26.7%의 거래액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국내 앱마켓 1위 사업자 구글에 밀려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적자를 내고 있기에 희망공모가 산정은 성장성 및 기업규모 등을 중시하는 주가매출액비율(PSR) 지표를 통해 산출했다. 비교기업으로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과 애플, 카카오 3개사를 선정했다. 이들 각 회사의 시가총액을 매출로 나눈 PSR 평균인 7.1 거래배수를 활용해 원스토어의 시가총액을 산출한 것이다.
초기 투자자 네이버, 6년만에 최소 6배
원스토어의 현 최대주주는 보통주 1041만주를 들고 있는 SK스퀘어(지분율 48.41%)이다. 뒤를 이어 초기 투자자인 네이버(25.45%)와 사모펀드 SKS키움파이오니어(18%)를 비롯해 KT(3%)와 LG유플러스(0.72%) 등이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네이버는 원스토어가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앱스토어 서비스 통합으로 출범한 2016년에 295억원을 출자해 지금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네이버는 원스토어가 추진한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1주당 5390원에 사들였는데 희망 공모가액을 감안한 지분 가치는 1900억~2280억원이다. 6년만에 투자액의 6~7배를 거두게 됐다.
SKS 키움파이오니어는 SKS프라이빗에쿼티와 키움인베스트먼트, SK증권이 참여한 사모펀드다. 2019년 원스토어 신주를 1주당 2만5185원(총 975억원)에 사들였는데 희망 공모가액에 따른 지분 가치는 1328억~1614억원이다. 2년만에 투자액의 1.6배 가량을 거두게 됐다. 이번 공모에서 SKS 키움파이오니어는 구주매출을 통해 664억~807억원을 회수할 전망이다.
지난해 원스토어 유상증자에 참여한 KT와 LG유플러스는 이렇다 할 재미를 보진 못하게 됐다. 이 두 기업이 지난해 원스토어 신주를 사들일 당시 발행가는 희망 공모가 하단에 근접한 액수인 3만2500원이다.
원스토어가 임직원들의 성과 독려 차원에서 쥐어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 제법 많다는 점에서 이재환 대표이사 등은 적지 않은 금전적 보상을 거둘 전망이다.
이 대표는 두차례에 걸쳐 받은 스톡옵션을 모두 행사(행사가 5390원)해 현재 보통주 4만4200주를 들고 있다. 상장시 지분 가치는 최대 18억원이다. 김상돈 경영총괄 이사와 강준규 사업총괄 이사 등 7명의 임원들도 각각 1만~2만주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