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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 조기상환 '늘고' 발행 '줄고'…바이오 '혹한기'

  • 2023.01.27(금) 14:10

주가부진으로 CB 조기상환 급증
규제 강화로 신규 발행은 주춤
"매출없는 바이오, 자금난 심화 우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제약바이오 업종의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서 전환사채(CB) 조기상환을 요구하는 채권자가 급증하고 있다. 반면 CB 발행은 점점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올해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바이오 기업이 대거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리금 갚아라"…CB 풋옵션 '속출'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2개월간 만기 전 CB를 취득했다고 공시한 바이오 기업은 17곳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8곳)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들어 채권자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로 만기 전 CB를 취득한 기업은 엠투엔(61억원), 이오플로우(256억원), 넥스턴바이오(7억원), 메드팩토(714억원), SBW생명과학(21억원), HLB사이언스(10억원), 바이넥스(15억원) 등이다.

CB는 발행 후 특정 시기가 되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옵션이 달린 채권이다. 코스닥 상장사의 CB 투자는 금리수익보단 주가 상승 시 시세차익이 목적이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CB를 발행할 땐 주가 변동에 따라 전환가격을 조정하는 리픽싱 조항이 붙는다. 현재 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조정 가능한 최저 전환가격 아래로 떨어진 데다 올해에도 주가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채권자들이 시세차익을 포기하고 원리금 회수에 나선 것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만기 전 CB 취득이 무조건 악재는 아니다. 주식으로 전환하기 전까지 CB는 회계상 부채로 인식된다. 자금 여력이 넉넉한 기업이 CB를 조기상환하면 재무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 일반 주식 투자자 입장에선 CB 발행으로 인한 잠재적 물량(오버행)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 다만 주가 하락으로 채권자가 풋옵션을 요청한 경우엔 의미가 다르다. 채권자가 CB를 만기까지 보유해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 투자에서 발을 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잉여자금이 부족한 기업은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수익원 없이 신약 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기간을 투자해야 하는 바이오 기업엔 더욱 치명적이다. 실제 인공지능(AI) 기반 재활 의료기기 전문 기업 네오펙트는 지난 6일 자금 사정 악화로 경영권 매각을 결정했다. 앞서 네오펙트는 지난해 10월 채무이행자금이 부족해 33억원 규모의 CB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문제는 채권자의 CB 풋옵션 행사가 시작 단계에 있다고 봐야하는 점이다. 지난 2년 동안 바이오 기업의 CB 발행이 급증했는데, 다수의 CB가 3년 만기로 설계된 만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현금 상환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바이오 기업이 발행한 CB 총액(3조1648억원)은 2015~2019년 5년간 발행한 CB 총액(2조5900억원)보다도 22%가량 많았다.

자금 조달 '어렵다'…바이오텍 '줄도산' 우려도

반면 바이오 기업의 자금 조달은 점점 어려워지는 추세다. 우선 CB 발행이 대폭 쪼그라들었다. 신약 개발 기업들의 성과가 부진한 데다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요인도 보이지 않아서다. CB 발행 규제가 강화된 것 역시 CB 발행이 위축된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CB 발행 규정을 개정, 지난 2021년 12월부터 전환가액의 상향 리픽싱을 의무화한 바 있다.

비즈니스워치 집계 결과 지난해 CB를 발행한 바이오 기업은 29곳이었다. 지난해 발행액은 총 1조4533억원으로, 전년(1조9308억원)보다 약 25% 감소했다. 이 중 카나리아바이오와 세종메디칼은 타법인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 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각각 5111억원, 1100억원 규모로 CB를 발행했다. 해당 CB 발행액을 제외하면 지난해 바이오 기업의 총 CB 발행액은 8322억원 수준이다. 최근 2개월간 CB를 발행한 기업도 카나리아바이오, 세종메디칼, 메디콕스, 비보존 제약, 메디프론 등에 그쳤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설상가상으로 기업공개(IPO) 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바이오 기업의 주요 자금 조달 창구인 벤처캐피털(VC)도 투자에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국내 VC의 바이오·의료 업종 신규 투자액은 8787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032억원) 대비 27%가량 줄었다. 최근 국내 바이오 기업의 IPO 문턱이 높아진 탓에 VC의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VC 투자도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올해 바이오 기업의 줄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의 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데 반해 호황기에 앞다퉈 발행했던 주식연계채권에 대한 풋옵션 행사는 급증하고 있다"면서 "올해부턴 매출이 없는 바이오 기업들의 줄도산이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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