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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진단]①길 잃은 상장 '1호' 헬릭스미스

  • 2023.02.17(금) 11:06

유전자 시장 개척했지만 임상 난항
소액주주와 갈등 봉합 최우선 과제

기술평가특례나 성장성 추천 제도로 상장하는 바이오 기업은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코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입성한다. 그러나 상장 당시 제시한 목표를 실제로 달성한 기업은 많지 않다. 바이오 기업이 단기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허황된 목표치를 강조한 뒤 정작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례상장 제도 도입 18년째를 맞아 1세대 기술성장 바이오 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헬릭스미스는 국내 유전자 치료제 분야의 포문을 연 기업이다.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유전자 치료제 임상 허가를 획득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주력 파이프라인이 임상3상에 실패한 뒤 난항을 겪고 있다. 신약 개발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것뿐만 아니라 임상 실패 이후 지속되고 있는 소액주주와의 갈등 봉합 등이 회사가 당면한 과제로 꼽힌다.

유전자 치료제는 유전물질이나 유전물질을 변형·도입한 세포를 포함한 차세대 의약품이다. 암이나 퇴행성 질환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헬릭스미스 창업자인 김선영 전 대표이사는 국내 최초로 유전자 치료제 연구를 시작한 인물이다. 서울대 미생물학과 졸업 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던 1996년 서울대 학내 벤처 바이로메디카퍼시픽을 세웠다. 이후 바이로메디카퍼시픽은 바이로메드로 사명을 변경, 2005년 12월 기술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지금의 사명은 2019년 해외 의약품 시장 진출을 앞두고 상표권 충돌 문제를 피하기 위해 바꾼 것이다.

헬릭스미스 상장 당시 추정 매출. /그래픽=비즈워치

상장 당시 회사는 플라스미드 DNA 기반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 '엔젠시스(VM202)'를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내세웠다. 혈관 생성과 신경 재생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간세포성장인자(HGF)를 발현하도록 설계된 후보물질이다. 플라스미드로 불리는 DNA 분자에 HGF 유전자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약물 전달력을 높인 게 특징이다. 이를 통해 각종 허혈성 질환이나 신경 질환의 근본 원인을 고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헬릭스미스는 2008년의 추정 순이익에 연 할인율을 적용해 현재가치로 환산한 뒤 쎌바이오텍, 에스디, 에스텍파마, 바이넥스 4개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 지표를 적용해 기업가치를 책정했다. 이 과정에서 VM202의 임상3상을 2011년 마무리해 2012년 출시할 것이란 목표를 내놨다. 혈소판 감소증을 적응증으로 개발 중인 재조합 단백질 치료제 후보물질 'VM501'의 경우 2006년 중국 임상2상을 완료해 미국과 유럽의 대형 제약사에 기술수출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2008년부터 매출 170억원, 순이익 91억원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헬릭스미스 최근 4년간 실적 및 연구개발 투자 현황. /그래픽=비즈워치

그러나 상장 후 17년째인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헬릭스미스는 매출 27억원, 영업적자 373억원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매출 구조를 보면 건강기능식품 등 상품 매출 비중이 61%를 차지했다. 연구 용역 매출은 약 39%였다. 상장 당시 약속했던 기술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금액은 109만원에 불과했다.

2019년 엔젠시스 임상3상에 실패하면서 회사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미국 임상3상 결과 분석 과정에서 위약군과 투여군이 섞였을 가능성이 제기됐고, 임상3상 데이터는 쓸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회사는 임상에 들어간 개발비 900억원을 손상 처리했다.

현재 회사가 풀어야 할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신약 개발에서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위탁개발생산(CDMO)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등 신사업 진출을 본격적으로 선언했다. 신약 개발과 임상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다만 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이려면 엔젠시스 상업화를 통해 수익을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헬릭스미스 주요 파이프라인 현황. /그래픽=비즈워치

헬릭스미스는 엔젠시스의 임상3상 실패 후 후속 임상인 당뇨병성신경병증(DPN) 임상3-2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 설계상 첫 투약으로부터 6개월 동안 추적 관찰을 거치는데, 회사에 따르면 마지막 160번째 환자가 지난 9월 말 등록됐다. 헬릭스미스 측은 "추가 분석을 실시할 지 여부에 대해 통계 전문가와 협의 단계에 있다"면서 "올해 2분기 중 3-2상의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추가 분석 실시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환자 모집 난항을 이유로 임상을 중단했던 당뇨병성 족부궤양을 대상으로 한 엔젠시스 임상3상도 재개할 전망이다.

이밖에 퇴행성 근육손상 질환 치료제 'NM101'과 신경근육 질환 치료제 'VM301'의 임상에도 나선다. 또 자회사 카텍셀을 통해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T세포 치료제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회사 측은 "엔젠시스 외 파이프라인도 내부적으로 R&D 단계에 있는 것도 있으며 CX804 등 임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있다"면서도 "R&D 계획은 회사의 한정된 자원과 전략적 판단, 우선순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액주주와 갈등 봉합 역시 시급한 문제다. 헬릭스미스는 미국 임상3상 실패에 이어 유상증자로 마련했던 자금을 고위험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몇 년째 소액주주와의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이후 헬릭스미스가 지난해 12월 카나리아바이오엠에 경영원을 넘기는 계약을 맺으면서 갈등이 더욱 심화한 상황이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난소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카나리아바이오의 모회사다.

지난달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도 경영권 양도를 두고 회사와 소액주주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만큼 양측의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헬릭스미스 측은 "회사 가치 제고를 통해 투자자에게 보답한다는 기조는 항상 갖고 있다"면서도 "다만 경영권에 적대적인 영향을 주는 행위, 회사에 대한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 기타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선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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