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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AI 시대, 애플의 '애플다운' 생존법

  • 2024.03.07(목) 06:50

M3칩 탑재한 맥북 에어 출시, 'AI 기능' 첫 언급
올 6월 WWDC서 생성형 AI 활용 계획 발표 전망

M3 칩을 탑재한 애플 맥북 에어 신제품./사진=애플 제공

최근 애플이 자체 개발한 SoC(시스템온칩)인 'M3'를 탑재한 맥북 에어 신제품을 공개했습니다. 맥북 에어는 애플의 PC 제품군 중 가장 인기 있는 제품에 속하지만, 이번 신제품은 별도의 소개 행사 없이 조용히 제품을 출시했죠.

고요한 출시 분위기 속에서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는데요. 바로 애플이 이번 맥북 에어 신제품에 대해 소개한 문구입니다. 애플은 M3 맥북 에어에 대해 'AI 기능을 위한 세계 최고의 소비자용 노트북'이라고 소개했는데요. 애플이 PC 제품을 소개하며 'AI(인공지능)'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어 애플은 "M3 칩을 바탕으로 모든 종류의 맥 제품군이 AI 기능을 위한 훌륭한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부연했는데요. 뛰어난 칩 성능을 기반으로 AI 기능을 제공하는 앱을 통해 대규모 언어 모델(LLM) 등 최적화된 AI 모델을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죠.

PC 시장도 AI가 '대세'

현재 PC 시장에서는 AI PC가 대세로 떠오른 상황입니다. 삼성전자, LG전자뿐 아니라 레노버(Lenovo), HP, 에이수스(Asus), 에이서(Acer) 등 많은 PC 제조사가 최근 AI 노트북을 출시하며 경쟁하고 있죠. AI PC 출시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PC 시장에 대한 전망도 밝아지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올해 전체 PC 출하량이 지난해 대비 3.5% 증가한 2억5040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도 2027년까지 1억7000만대 이상의 AI PC가 출하될 것이라고 전망하는데요. 

/자료=카날리스

이는 작년 PC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완전히 달라진 전망입니다.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체 PC 출하량은 2억4700만대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습니다. 1위인 레노버를 비롯해 HP, 에이서, 애플, 에이수스 등 상위 5위권 업체가 모두 역성장했죠.

PC 시장 성장의 바탕에는 AI가 있습니다. 가트너는 "온디바이스 AI는 올해 PC 마케팅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존의 예상 교체 주기를 유지해 불안정한 사회경제적 환경의 부정적 영향을 일부 상쇄시킬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AI PC의 예상 출하량은 5450만대로, 이는 전체 PC의 22% 수준입니다. 

후발주자 우려…사실은 1등?

애플은 성장하는 AI PC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직접적으로 AI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외신에서는 "지난해 10월 아이맥 출시 당시에는 없었던 문구인 만큼 흥미 있는 변화"라며 "AI PC를 내세운 타사 제품과 경쟁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죠. 

일각에서는 직접적인 AI 언급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애플이 AI PC 시장 대응이 늦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요. 하지만 사실 업계에서 PC용 프로세서에 AI 반도체를 가장 먼저 탑재한 것은 애플입니다. 바로 2020년 첫 공개된 애플의 PC용 자체 반도체 칩인 'M 시리즈'인데요. 심지어 스마트폰은 이보다 더 빠릅니다. 애플은 지난 2017년 아이폰X에 탑재한 'A11 바이오닉' 칩에 최초로 뉴럴 엔진을 심었죠.

2005년부터 인텔에서 PC용 반도체를 공급받아 온 애플은 '탈(脫)인텔'을 시도, 2020년부터 자체 칩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른바 '애플 실리콘'입니다. 애플은 2020년 11월 A시리즈 설계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첫 애플 실리콘 칩인 M1을 공개했죠. 

M1은 데스크톱·노트북 등 PC 전용으로 컴퓨터 구동에 필요한 각종 칩을 한 데 통합한 시스템온칩입니다. 시스템온칩이란 여러 기능을 가진 시스템을 하나의 칩에 구현한 기술집약적 반도체를 말하는데요. M1은 8코어 CPU(중앙처리장치)와 8코어 GPU(그래픽처리장치), 16코어 뉴럴엔진이 하나로 합쳐진 구조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뉴럴엔진입니다. 뉴럴엔진은 애플이 자체 개발한 AI 전용 프로세서인데요. 올해 인텔이 출시한 노트북·PC용 프로세서인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에 탑재된 '신경처리장치(NPU)'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죠. 성능은 논외로 남겨두더라도, 애플은 AI 대신 뉴럴엔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경쟁사보다 앞서 AI 기술을 향상시켜온 셈입니다.

지난달 말 주주총회에서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가 "맥북에 내장된 애플의 자체 칩으로 AI를 구동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를 설명한 것이겠죠.

M3칩./사진=애플 제공

이번 맥북 에어 신제품에 탑재된 M3는 3세대 M칩으로, 3nm(나노미터) 공정 기반의 시스템온칩입니다. M1이 탑재된 맥북 에어에 비해 최대 60% 빨라졌다고 하는데요. 애플은 "속도와 효율성이 향상된 16코어 뉴럴 엔진과 온디바이스 머신 러닝이 가능한 CPU·GPU 가속기를 갖춘 M3 칩을 바탕으로, 맥북 에어는 AI 기능을 위한 세계 최고의 소비자용 노트북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죠.

WWDC서 물음표 뗄까

그럼에도 현재 시장에는 '애플 AI'에 대한 물음표가 붙어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5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애플 AI 진전 상황을 알려달라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팀 쿡 CEO가 "AI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로써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죠.

주가 비관론도 심화하고 있습니다. 실제 올해 다른 대표 기술주와 달리 애플은 약세를 보이고 있죠. 올해만 12% 하락했고 시가총액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렸습니다.

시장의 눈은 오는 6월 열리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 쏠려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WWDC에서 생성형 AI 기술이나 자체 거대언어모델을 발표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는데요.

애플이 10년 동안 공을 들여온 애플카 개발을 포기하고, 관련 직원 대부분을 AI 부서로 이동시켰다고 전해지는 것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맥북 에어로 'AI' 언급을 시작한 애플이 WWDC에서 구체화된 AI 전략을 공개할지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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