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 3사가 앞서 있는 기술력을 통해 글로벌 친환경 선박 수주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올해 1~2월 한국은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LNG선 수주를 사실상 싹쓸이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각사의 강점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향후 지속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암모니아 운반선과 LPG선 등 여러 고부가가치 선박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한화오션의 경우 앞선 기술력으로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설비와 LNG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규모의 경제와 기술력 등 특장점 살려 '성과'
우선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자회사 3곳을 활용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선박을 만들 수 있는 여력이 크고, 각 자회사의 특장점을 통해 다양한 선박을 건조할 수 있다. 실제 HD한국조선해양은 이런 장점을 활용해 암모니아선과 LPG선 등 다양한 고부가 가치 선박을 수주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4일 기준으로 올해 암모니아선과 LPG선 42척을 수주했다. 이는 같은 기간 HD한국조선해양 전체 수주량(69척) 중 60%의 비중을 차지한다. 또 수주 시장에 나오는 총 13개 선종 중 11개 선종을 수주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미 올해 수주 목표의 62%를 채웠다.
한화오션은 앞선 기술력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한화오션의 경우 전신인 대우조선해양 때부터 높은 기술력으로 주목을 받아 온 기업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초로 대형 LNG운반선과 쇄빙 LNG선을 만든 조선사다.
한화오션의 대표적 기술로는 축발전기 모터 시스템과 선박용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장치 그리고 천연가스 재액화 기술 등이 있다. 특히 천연가스 재액화 기술의 경우 현재까지 120척 이상의 LNG운반선에서 사용됐다. 천연가스 재액화 기술은 액체상태의 천연가스가 운송 중 기화해 증발하는 LNG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됐다. 한화오션은 증발가스를 모아 다시 액체로 바꿔주는 기술을 앞세우고 있다.
한화오션은 기술력을 키우는 데 지속해 공을 들이고 있다. 특허청의 특허정보검색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3월 18일까지 조선 빅3의 특허·실용신안 등록 건수를 확인한 결과 한화오션이 87건으로 경쟁사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슬로싱 연구센터와 에너지 시스템 실험센터 등을 통해 이산화탄소·암모니아·수소 운반선 등 차세대 친환경 운반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해양설비(FLNG)와 LNG선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전통적으로 강점을 띄는 해양설비를 꾸준히 수주하면서 LNG선 수주에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LNG선 15척을 수주했고 암모니아 운반선과 셔틀탱커까지 수주해 올해 목표 수주의 39%를 달성했다.
조선 3사는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거라는 판단에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왔다. 발빠른 대응으로 친환경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지난해 7월 국제해사기구(IMO)는 오는 2050년가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자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IMO 산하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는 이달 18일부터 일주일간 회의를 열어 탄소 배출 규제의 기술적·경제적 조치를 포함한 탄소 배출량에 대한 벌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탄소 규제를 피하려는 해운사의 요구는 더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친환경 선박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조선사들에는 호조가 될 전망이다.
중국과 경쟁서 질적 우위…초격차 달성이 관건
한국은 수주량에서는 경쟁국인 중국에 밀리지만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영역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기술 격차를 확대해 이런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분석업체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1279척(2634만 CGT)를 수주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223척(1013만 CGT)를 기록했다. 척 수는 6배 정도 차이가 나지만 CGT(표준 환산 톤수)로 비교하면 2.5배로 그 차이가 대폭 감소한다. CGT는 고부가가치 선박일수록 수치가 높아진다는 특징이 있다. 올해도 이런 흐름이 지속하고 있다. 2월까지 집계한 결과 중국은 140척(351만 CGT)를, 한국은 76척(343만 CGT)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이런 특징은 선종 별 수주 실적에서도 읽을 수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암모니아 운반선 21척 중 15척(HD현대 8척, 한화 4척, 삼성 2척)을 한국이 수주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5척 수주에 머물렀다. LNG선의 경우 한국은 지난해 51척(442만 CGT)을 수주 했고 중국은 13척(112만 CGT)을 수주한 바 있다. 올해는 격차가 더욱 확대하고 있다. 올해 2월까지 한국은 LNG선 21척(180만 CGT)을 수주했는데 중국은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이 지금은 친환경 선박 기술에서 앞서 있지만 무작정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역시 앞으로는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공을 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가 메탄올, 암모니아 추진선을 선점했지만 중국도 친환경 선박 위주로 수주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LNG선의 경우 중국의 수주 실적이 점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주 경쟁력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의 발주가 이어지고 있다"며 "LNG운반선, 암모니아운반선, 셔틀탱커 등 다양한 선종에서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수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