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OTT 서비스인 Apple TV+를 안드로이드 시장에 개방했다. 그동안 독립적인 생태계 구성을 중심으로 하던 애플이 전략을 수정해 '적과의 동침'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애플의 결정이 당장 OTT 시장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안드로이드 유저들을 애플의 '생태계'로 흡수하는 장기적인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적과의 동침 선택한 애플
애플은 12일부터 휴대폰, 태블릿 등 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에서 Apple TV+앱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Apple TV+는 애플의 OTT서비스로 지난 2019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간 Apple TV+는 아이폰, 맥북 등 애플의 전자기기에서는 원활하게 이용이 가능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웹 등을 통해야 해서 접근성이 낮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는 애플의 전통적인 전략 중 하나인 '독립된 생태계' 전략의 일환이다. 애플 제품 사용자만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별한 서비스' 였던 셈이다. 애플의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접근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이날부터 안드로이드 기반 환경에서도 Apple TV+를 서비스하기로 했다. 이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더라도 Apple TV+서비스를 온전히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애플이 이날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안드로이드 Apple TV+앱은 철저하게 '안드로이드 화' 한 UI/UX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애플만의 '고집'을 꺾고 안드로이드 사용자에게 익숙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경쟁사인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협력하면서도 이를 철저하게 이용하겠다는 전략으로 본다. 그만큼 '진심'이라는 분석이다.
Apple TV+…국내 OTT 판 바뀔까
Apple TV+의 판매 채널이 안드로이드로 확대되면서 국내 OTT 시장의 판도가 바뀔지도 주목된다. 현재 국내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 등을 중심으로 OTT 시장의 판도가 짜여져 있는데, Apple TV+가 급속도로 고객을 빼앗아 갈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먼저 Apple TV+는 타사 대비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Apple TV+의 월 이용료는 월 4.99$(6500원)으로 타사 대비 적게는 1.5배 많게는 3배 이상 저렴하다.
또 높은 수준의 화질과 음질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다가 Apple TV+만의 독점 콘텐츠 공급도 점점 늘리는 중이다. 이와 관련 Apple TV+ 오리지널 컨텐츠는 2557회 이상 관련 시상식 후보로 올랐고 550회 수상하는 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CJ라는 강력한 우군까지 확보했다. 애플 측은 지난해 말 CJ와 제휴를 맺었고 올해부터 CJ의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 등을 Apple TV+에서 공개하기로 했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Apple TV+의 점유율이 높지 않았는데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면서 판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라며 "OTT 플랫폼의 경우 오리지날 컨텐츠가 모객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최근 발표되는 Apple TV+ 컨텐츠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왜 OTT 서비스 '개방' 했을까
물론 그간 애플이 자사 서비스를 안드로이드 등 타 기기에서 제공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 뮤직의 경우 이미 안드로이드 기기는 물론 PC 윈도우, 플레이스테이션 등 콘솔 게임기, 테슬라 전기자동차 등에서도 활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철저하게 '애플 사용자'만 누릴 수 있는 혜택에 집중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 OTT 서비스의 제공 채널 확대 역시 애플이 생산하는 제품들의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전략을 본격화 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의 고집을 꺾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높은 시장 점유율은 확고한 충성 고객층을 기반으로 한다는 평가가 있다"라며 "애플의 서비스 경험을 경쟁사 고객들에게도 제공하면서 이들을 애플의 제품 사용자로 흡수하기 위한 전략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애플이 이처럼 그간과 다른 전략을 펼치는 것은 최근 애플이 주력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이 꺾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DC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8.7%를 기록했다. 글로벌 '1위'를 수성하기는 했지만 점유율은 전년과 비교해 1.4%포인트 가량 감소했다. 샤오미와 화웨이 등 중국 경쟁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상품군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시장을 갉아먹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애플 역시 위기를 느낀 것이 아니겠느냐"라며 "비단 애플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 역시 중국 기업들의 공세 사정권에 있는 만큼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