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유난히 주가가 출렁이는 업종이 있다. 바이오 업종이다. 한 종목이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작스레 몇배 상승하기도 하고, 순식간에 반토막이 나기도 한다.
업종 특성상 신약 개발 하나가 성공하면 회사의 가치가 한번에 치솟고, 기대했던 연구개발(R&D) 성과가 제대로 나지 않으면 한번에 무너지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가 역시 롤러코스터를 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바이오주는 각종 기대감에 상승세가 지속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필두로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대장주들이 치고 올라가자 중소형주들도 따라가며 시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이슈를 시작으로 금융감독원이 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테마 감리를 시작하면서였다. 바이오 기업의 관행적인 회계처리가 결국 도마 위에 오르며 불확실성을 키웠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연구개발비 비중이 타 산업에 비해 높은 편이다. 연구개발엔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고 수익으로 연결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연구개발비를 비용이 아닌 미래 성과로 보고 자산으로 회계 처리하는 관행이 논란이 된 것이다.
또 시판 과정에서도 판매 계약을 먼저 맺은 후 순차적으로 제품을 납품하는 경우 선입금이나 계약금을 처리하는 방식이 기업마다 제각각이다. 계약금인 선수금을 매출로 계상하는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고, 반품에 대비한 충당금 설정도 다르기 때문이다.
상황이 심각하자 금융당국이 나섰다. 금감원은 지난 4월부터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자산화 비율이 높다는 판단으로 테마 감리를 진행했고, 일차적인 결과물로 지난 15일 공시 강화 방안을 내놨다. 회계 처리에 있어 수취금액에 대한 회사의 수익 인식과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 방식 등에 대해서 정확하게 기재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다.
오는 30일에는 당국과 거래소, 산업부, 식약처, 업계 등이 한자리에 모여 회계처리 관련 규제 개선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규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가이드라인 제시다. 아직 수취금액에 대한 수익 인식이라든지 연구개발비의 비용 처리 비율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회사마다 재무제표가 제각각이다. 업계 점유율을 내세워 대내외 영업을 해야 하는데 솔선수범해 보수적인 회계기준을 적용한 기업은 영업만 불리해졌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빠른 시일 내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달라는 입장이다.
만약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면 일부 기업들은 재무제표를 재작성하면서 기업가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기준 변경 시 영업적자로 관리종목 지정이 우려되는 기업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업계 전체가 중장기적으로 회계처리 투명성을 제고하고 바이오 기업의 신뢰도를 끌어올려 투자자를 다시 유인할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