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선물위원회가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고 최종 결론 내렸다. 증선위는 "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 사항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문제는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증선위는 금융감독원에 재감리를 요청했다. 다시 공을 금감원으로 넘긴 것이다.
◇ 고의로 공시 누락했다
12일 증선위는 임시회의를 열고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담당임원 해임권고, 검찰고발 등 조치를 의결했다. 감사인 삼정회계법인은 앞으로 4년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감사업무가 제한된다.
앞서 금감원은 1년간의 특별감리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바이오젠과 체결한 약정사항에 대해 2012~2015년 공시를 누락했다는 혐의를 찾아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지분율은 삼성바이오로직스 85%, 바이오젠 15%.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과 콜옵션(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권리) 계약을 맺었는데 이 계약을 공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콜옵션을 행사하면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율은 '50%-1주'까지 높아지는 중요한 정보였다.
이에 대해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명백한 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했고, 그 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고의성에 판단근거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김용범 증권선물위원장은 "왜 고의로 판단했고, 중대한 판단근거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선 검찰에 고발될 예정이기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명백히 회계기준을 위반했지만 상장폐지 심사대에 오르진 않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계기준 위반은 상장실질심사를 해야하지만 이번 경우는 주석 사항 누락"이라며 "주석사항 누락은 예외사항으로 상장실질심사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 삼성바이오에피스, 누가 지배하나 판단 못해
증선위는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인 지배권 문제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부분에 대한 금감원의 감리결과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증선위는 금감원에 재감리를 요구했다.
금감원은 앞선 감리 결과,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꾸는 과정에서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뀌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조5000억원대의 평가이익을 봤다.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뀌었다는 것은 지배력이 상실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지분이 '50%-1주'까지 높아지고 '주주 간 약정'이 발생해 이사회를 동수로 구성해야했기 때문에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이 상실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증선위는 "금감원이 핵심적인 혐의에 대해 판단이 유보돼 있어 조치안 내용이 행정처분의 명확성과 구체성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이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한 것에 대해 지적했지만 어느 방법이 맞는지는 제시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금감원 조치 원안이 2015년만 조치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지를 넓히지 않고는 조치를 할 수 없었다"며 "교착 상태를 계속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금감원에 재감리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재 감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배력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배력 유무에 따라 종속회사로 볼지, 관계회사로 볼지 판단되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배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며 "다만 증선위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계속 회계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즉 회계기준을 바꾼 것 자체가 잘못된 판단은 아니란 얘기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원칙에 따라 회계기준을 변경했는지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