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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주주행동주의에 올바른 상식을 더하다"

  • 2019.05.16(목) 14:06

김봉기 밸류파트너스 대표이사 인터뷰
"대주주에 치우친 시장 제도 개선해야"
"가치투자에 '행동'추가…지지않는 싸움"

인터뷰 내내 거침이 없다. 대주주뿐만 아니라 소수주주도 권리 행사가 충분히 가능하도록 시장과 기업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관됐다. 지금의 비상식이 향후 상식이 될 것이란 믿음도 굳건하다. 주주 행동주의 선봉에 서고 있는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의 김봉기 대표이사 이야기다.

밸류파트너스는 현재 ‘행동梅(매)' 사모펀드 등 상품 운용에 주력하고 있다. 키스코홀딩스 한국아트라스BX 등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신을 보내는 등 주주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어 대표적인 행동주의 펀드 운용사로 손꼽힌다.

비즈니스워치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자산운용사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얼굴을 자주 노출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만은 않는다면서 사진 촬영을 정중히 고사했지만, 인터뷰 내내 본인의 생각을 열정적으로 피력했다.

김 대표는 육군사관학교 졸업 후 1988년 소위로 임관했지만 5년 후 전역했다. 에스원 재무·기획팀을 거쳐 2006년 한국투자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데뷔했고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을 거쳐 2013년 밸류파트너스를 설립했다. CFA한국협회 기업지배구조분과도 이끌고 있다.

▲최근 주목을 많이 받았다
- 요즘 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에 세간의 관심이 높았던 이유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영향이 가장 컸다. 여기에 KCGI(강성부 펀드)가 가미하면서 관심이 증폭됐다. 밸류파트너스가 주목받은 것은 이 같은 외생변수 영향이 크다. 밸류파트너스는 2013년 설립 후 6년여 간 계속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해왔다. 상장사가 전체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라는 주문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간단하고 명확하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 주식시장 입성을 위해서는 기업공개(IPO)를 거쳐야 한다. 외부 회계감사법인을 지정해 실적에 포함된 숫자를 하나씩 검토해야 하고 그 결과를 시장에서 검증받아야 한다. 까다롭다. 대주주가 가격 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 반면 주식시장 퇴장 절차로 볼 수 있는 자진 상장폐지의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자진 상장폐지는 대주주가 소수주주 지분을 매입해 상장을 폐지하는 것이다. 문제는 대주주가 여러 장치를 이용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내려 소수주주에게 손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말 자진 상장폐지 과정에서 상장사가 보유한 자사주가 지배주주 이익 극대화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선안을 발표했다.
- 충분하지 않다. 대주주가 주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장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작년 말 기준 키스코홀딩스의 연결기준 순현금성자산 규모는 7610억원가량이었다. 꾸준히 증가해왔다. 회사에 현금이 계속 쌓이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떨어진다. (ROE는 당기순이익이 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가리킨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꼽힌다) ROE가 나빠지면 주가가 빠질 개연성이 크다. 키스코홀딩스 시가총액은 2500억원 가량이다. 시총이 순현금성자산의 3분의 1 수준이다. 말도 안 된다. 자사주를 계속 매입하고 소각하지 않거나 배당 규모를 줄여도 주가는 내려간다. 악용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원인은 무엇일까
- 상당수의 상장사 이사회가 신의성실 의무를 저버리고 대주주에만 유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문제다. 대주주가 감독이라면 이사진은 배우인 셈인데, 주문받은 역할을 소화하는 데만 급급한 꼴이다. 합병 시 대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거나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해 대주주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자진 상장폐지 추진 과정에서 거래 특성상 대주주가 가격을 형성하면 나머지 주주들이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데, 이 과정에서 소수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일부 주주가 법원에 문제를 제기해 손해를 메우기도 하는데, 소수에 불과하고 나아가 법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난센스다. ACGA(아시아지배구조협회·Asian Corporate Governance Association)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 수준은 호주의 절반 수준으로 말레이시아, 태국 등보다 낮다. 압축 성장 여파와 국내 문화 등 여러 요소가 종합적으로 발현된 결과다.

▲국내 소수주주들은 단기차익 실현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지적도 있다
- 이렇게 생각하자. 국내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등 상장기업 수는 2270개다. 대주주 수가 20배 정도인 4만5000명이라고 가정해보자. 우리나라 전체인구가 약 5000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0.1%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주식회사는 주주들이 돈을 모아 이사회에 경영을 맡기는 제도다. 전체 주주 이익을 위해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소수 대주주에게만 유리하다면 고치는 게 맞다. 이 얘기가 지금은 몰라도 5년 뒤 10년 뒤에는 아주 당연한 얘기가 될 것이다.

▲의결권 행사 성과가 있다면
- 전략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밸류파트너스의 경우 '굿앤칩(Good & Cheap)'에 '액션(Action)'을 더하는 투자전략을 구사한다. 굿이라는 것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이익을 많이 창출해 잉여현금흐름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 칩은 싸다는 말이다. 굿앤칩이란 영업 가치가 높지만 저평가된 종목을 가리키는 말이다. 가치투자라는 표현을 쓴다. 시간이 지나면 오를 수밖에 없는 종목이다. 여기에 의결권 행사라는 액션을 가미한다. 수익을 극대화하는 장치다. 사실 주주서신을 보내면 경로를 수정해 성과를 내는 기업도 상당하다. 현재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명을 밝히기는 어렵다.

▲다른 자산운용사도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곳들이 많은데
- 다 다르다. KCGI의 경우 의결권을 행사하면 더 좋은 기업이 될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것이고 우리는 저평가된 기업을 골라 의결권을 행사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국내 시장의 경우 유행이 있는 것 같다. 기업 펀더멘털보다는 모멘텀과 스토리, 유행 등에 쏠리는 경향이 있다. 코스피 지수가 100에서 2200까지 올라왔다. 시장 수익률만 추종해도 20배 이상 수익 봤을 텐데 주변에 장기 투자로 20배 이상 번 사람이 있는가? 없다.

▲주주서신을 외부에 공개하는 경우는 의견 교환이 잘 안 된다는 의미인가
- 그렇다. 대체적으로 반응이 늦는 곳이다.

▲동떨어진 선진국 시장과 비교하는 것은 아닐까
본인이 투자자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강남에 위치한 빌딩을 투자했다고 하자. 본인은 소수주주다. 자산가치가 100억원이다. 그런데 대주주가 이를 10억원에 살 테니 나가라고 한다면 팔 수 없다. 100억원을 10억원으로 가치를 매기는 것도 문제인데 이를 대주주가 결정했다고 한다면? 아주 간단하고 명확하면서 당연한 문제다.

▲국내에는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권 유지에 위협이 된다는 시각도 있다
- 편견이다. 경영권을 왜 한 사람, 한 집안이 쥐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야 한다면 이씨 조선과 다를 것이 없다. 삼성전자의 경우 해외 행동주의 펀드 공격받은 뒤 배당도 활발하게 하고 자사주 매매도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공격이 경영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문제는 중견기업들이 과거 비정상적 행태를 답습하면서 경영권 유지 위협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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