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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가상화폐 폭락장서도 수익률 낸 비결은

  • 2019.05.13(월) 17:44

이충엽 헤이비트 창업자 인터뷰
가상화폐 간접투자 서비스 '시장수익률 상회'

이충엽 헤이비트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수익률 3.6%. 전문가에게 돈을 맡겨 주식 투자를 했는데 이 정도 수익률을 얻으면 어떤 느낌일까. 투자 성향에 따라 반응은 천차만별일 것으로 보인다. 애매한 수익률이다.

그런데 3.6%가 지난해 하반기 가상화폐(암호화폐)에 투자한 수익률이라면? 아무리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투자자라도 "그런 게 있었어?"라는 반응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지하실 밑에도 지하실이 있다'는 폭락장을 경험한 가상화폐 투자자라면 더욱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3.6%는 가상화폐 간접 투자 서비스 스타트업 '헤이비트'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동안 베타 서비스한 결과다. 총 거래액은 약 250억원이었고, 총 거래건수는 약 39만건이다.

헤이비트에 따르면 같은 기간 가상화폐를 단순 보유했을 때 수익률은 -57.5%였다고 한다. 헤이비트의 수익률은 시장 대비 61.1%p나 상회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수익률은 8.8%에 이른다는 게 헤이비트의 분석이다.

헤이비트 베타 테스트 당시 수익률.[자료=헤이비트]

헤이비트는 투자를 맡긴 개인 투자자를 대신해 자동으로 가상화폐를 매매하고 수익을 만드는 간접투자 서비스다. 가상화폐가 폭락할 때도 등락이 나타나는 기회는 있으므로 이때 빠르게 사고팔면서 수익을 만드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헤이비트 역시 만능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헤이비트는 가상화폐 간접투자 시장을 낙관하고 있다.

일단 기존 금융권이 쉽게 뛰어들기 어려운 블루오션이고, 가상화폐의 가격등락이 심한 만큼 수익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또 많은 투자자들이 정보 불균형과 가격 급등락을 겪으며 직접 투자의 공포감을 경험했다는 점에서다.

헤이비트는 이같은 시장 전망과 베타 서비스 경험을 토대로 한화생명, KB인베스트먼트, 카카오벤처스 등 민간 투자(약 9억원)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진흥원, 팁스 등 정부 지원도 받았다.

헤이비트를 창업한 이충엽 대표를 최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사무실에서 만나 서비스 특징과 사업 전략을 들어봤다. 이충엽 대표는 "안전한 투자전략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고,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는 2007년 창업한 '아이씨유'라는 스타트업을 2012년 카카오에 매각했고, 2017년에는 '아이엠컴퍼니'를 NHN(구 NHN엔터테인먼트)에 100억원대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충엽 헤이비트 대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카이스트 3학년으로 재학중이던 2007년 첫 창업에 나섰고 이번이 세번째 창업입니다. 크게 성공해서 많은 돈을 번 것은 아니지만, 실패하지는 않아 다음 기회로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창업한 회사를 NHN에 매각한 이후 그곳에 있다가 헤이비트를 창업했습니다.

-두번째 매각 금액이 100억원대에 달했다는데, 창업을 또 시도했군요
▲열심히 일하고 무언가 성취하는 것은 아주 재미있는 일입니다. 특히 창업은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잘 됐을 때 보상도 매력적으로 설계돼있습니다.

-그렇다면 헤이비트를 창업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엑시트(매각)로 큰돈이 생기다보니 투자 공부를 했습니다. 투자처를 몰라서 투자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지속하는 게 문제더군요. 개인이 어려운 것을 공부하고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그걸 상품으로 만들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암호화폐는 진입장벽도 높도 심리적으로도 만만찮으니 대신해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사업 관점에서 경쟁자는 적고 투자자는 손실 위험에 노출돼 있으니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헤이비트 서비스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헤이비트는 사용자를 대신해서 암호자산에 투자하고 자동으로 매매, 수익을 만들어주는 간접투자 서비스입니다. 사용자가 자신의 암호화폐 거래소 계좌를 조정할 수 있는 'API 키'를 저희에게 맡기면 헤이비트의 투자 전략에 기반한 거래가 이뤄지는 식이죠. 가격이 내려가는 장세에서도 등락은 있으므로 이때 빠르게 매매해서 수익을 내는 개인 투자자 대상 간접투자 서비스라고 보면 됩니다.

-특별한 투자 전략이 있나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에 대해 많은 분이 극단적인 등락을 생각하는데요. 저희의 투자전략은 그런 암호자산을 심심하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손해가 거의 안 나지만 보수적인 투자를 합니다. 저희와 같이 투자 금액을 잃지 않으면서 꾸준한 수익을 내는데 특화된 곳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 전략에도 이론적 배경은 있을 것 같습니다
▲투자와 관련한 논문이나 이론이 많이 있습니다. 공개된 전략들이죠. 그런 것 가운데 암호화폐와 성격이 맞는 것을 연구하고 적용해봤습니다. 시장이 상승할 때는 어떤 전략이든 통하는데요. 그래서 상승장, 횡보장, 하락장에서 어떤 전략이 통하고 위험이 있는지 연구를 거듭한 뒤 내부적으로 테스트 투자를 거쳐 실제로 적용합니다.

-개인별 투자 성향에 맞춰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주진 않나요
▲개인 투자자에게 자유도를 많이 드리면 결과적으로 직접 하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개인 취향에 맞춰 다양한 투자 전략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도 테스트를 거쳐 출시할 예정입니다.

-수익 모델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내부적으로 유료화를 급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돈을 벌 수 있고 잘 잃지 않는다는 걸 보여드려 신뢰를 얻는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금적으로도 여유가 있고요.

헤이비트 직원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암호화폐 투자와 관련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어려움은 없는지요
▲매일 사고파는 전략이면 3년이라도 1000번이 넘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투자 역사가 짧아도 많은 데이터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데이터만 넣고 전략을 만들면 미래에는 안 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거에 검증받은 탄탄한 투자 전략을 기반으로 하되 새로운 투자자산의 특징에 맞춰 응용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자하는 암호화폐 종류는 어떤가요
▲현재는 5개 정도 최상위 종목만 다룹니다. 투자전략의 보수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잃지 않는 게 중요한 전략이기 때문이죠. 시장에는 함량 미달의 암호화폐도 많은데요. 시장이 성숙하면 투자 종목도 점점 증가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투자 금액에 대한 제한이 있나요. 간접투자라고 하면 꽤 큰 금액을 투자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제한은 거의 없습니다. 저희의 포커스는 B2C(일반 소비자 대상 거래)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간접투자는 B2B(기업 간 거래) 혹은 럭셔리 비즈니스에 가깝지만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서비스를 지향합니다.

-투자자 보호 수단은 없나요
▲(암호화폐 관련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이므로)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다만 신뢰할 수 있는 거래소 위주로 서비스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업자가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잘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빠르게 간접투자 서비스를 시작한 선두주자의 경험을 토대로 따라하기 힘든 격차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누적 기준으로 850억원 정도를 운영한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시장이 부진한 것은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나요
▲시장이 안 좋다는 지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안 좋다는 지적의 배경은 암호화폐 가격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거래량은 여전한 대목도 봐야 합니다. 헤이비트는 거래량이 충분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정부 규제가 사실상 없어 장기적 관점에선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암호화폐 관련 산업은 정부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거의 없어 미묘한 것들이 있습니다. 기존 금융기관은 그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안 들어옵니다. 불확실성의 시간이지만, 사업 확장의 시간이기도 하다는 얘기입니다. 양심적으로 도덕적으로 사업을 하면서 신뢰성을 키우고자 합니다.

-투자 유치도 꽤 받았습니다
▲좋은 브랜드의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받았기에 긍정적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신뢰성이 중요한 사업이므로 신뢰성 있는 회사로부터 검증된 회사라는 점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스타트업 관련 대회에 나가 수상을 한 것도 상금이 목말라서가 아니라, 전문가의 검증을 받은 업체라는 것을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서였습니다.

-간접투자 사업의 가능성과 한계는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암호화폐가 모든 것을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기존 자산처럼 하나의 자산이 될 것으로 봅니다. 지금도 코스닥 시장보다 거래량이 많기 때문에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닙니다. 이것만으로도 스타트업이 사업하기에 방대한 영역입니다. 정부 규제가 강하게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리스크입니다.

-사업상 고민은 없나요
▲근본적인 걱정은 보수적인 전략 그 자체인데요. 과연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인지, 그런 고민이 있습니다. 지켜봐야 합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기본적으로는 안전하게 잘 버는 서비스를 제대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올해 로드맵은 크게 두가지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사용자 맞춤형 기능인데요. 투자전략을 다양화하면 매력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두번째는 글로벌 시장 진출입니다. 암호화폐 투자는 국경 없이 작동하므로 국내 사업에 한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반기에 글로벌 버전을 출시할 목표입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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