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총회와 G20 정상회의에서 가상화폐(암호화폐) 관련 규제 논의가 이뤄진 이후 국내 업계에선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제기된다.
가상화폐를 규제 대상으로도 보지 않던 한국 정부가 앞으로 관리·감독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양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지만, 규제 수위와 역효과에 대해선 우려도 나오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FATF는 지난달 말 개최한 총회에서 가상자산(가상화폐) 취급업소(거래소) 관련 국제 기준을 내놨다.
주요 내용은 ▲가상화폐 거래소는 감독당국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 등록 ▲감독당국에 의해 감독돼야 하고 감독당국은 효과적인 감독수단을 보유 ▲금융회사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의무 부과 등이다.
가상화폐의 송금도 기존 금융권과 같이 송금·수취기관 모두 송금인·수취인 관련 정보를 수집·보유하고 필요하면 당국에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도 적용될 전망이다.
또 FATF는 각국의 가상화폐 관련 새로운 국제기준 이행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내년 6월 총회에서 이행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FATF는 매년 3회(2월, 6월, 10월)에 걸쳐 총회를 연다.
FATF의 결정은 최근 일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도 환영의 뜻과 함께 언급되면서 회의에 참석한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 곳곳에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FATF의 결정을 한국 정부가 꼭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어서, 추후 금융당국의 입장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이에 대해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여전히 조심스럽다.
규제 자체가 없는 환경에선 어떤 사업까지 허용되는지 불확실성이 컸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이 아니라 비법인 사업을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앞으로 규제가 생기면 이를 준수하면서 제도권 안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는 얘기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규제의 목표가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면, 기업도 업계에 대한 인식 변화와 국제적 기준에 맞추기 위해 적극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안한 요소도 없지 않다. 규제 수위와 속도다. 과한 규제가 갑자기 도입될 경우 충격이 크다.
외국계 거래소 관계자는 "규제 기준을 맞추기 위해 기술적인 어려움도 있을 것"이라며 "규제가 어떤 식으로 국내 적용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각의 불안도 존재한다. 자칫 거래소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을 막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생태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기도 하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가 업계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면서 규제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규제 적용은 생태계 양성화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한국에 먼저 자리잡은 회사들의 '사다리 걷어차기'를 도와주는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