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외 증시는 코로나19 악몽으로 인해 연저점까지 곤두박질쳤던 게 언제였나는 듯 하반기 이후 완연한 상승 곡선을 그리며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마무리했습니다. 당연히 투자자들의 시선은 올해 증시로 향하고 있죠.
다만, 그 동안 역사적 신고점 경신 랠리를 펼치며 쉴 새 없이 오른 탓에 고점에 대한 부담감도 점차 가중되고 있는 모습인데요. 이런 분위기 탓에 아직까지 시장에선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우위에 있는 상황이지만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은값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줄을 잇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 미국 금리정책, 은값 추가 상승 여력 예고
지난달 31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은 선물 가격은 1트로이온스 당 26.825달러(한화 약 2만9132원)로 마감해 전 거래일 26.217달러(한화 약 2만8472원) 대비 약 2.32% 올랐습니다. 지난 7월 하순 4년 만에 처음으로 20달러(한화 약 2만1720원)를 돌파하며 최고가를 경신한 이후 완연한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올해 은값의 완만한 오름세에도 불구하고 유관 업계에서는 내년이 더 기대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통상적으로 은 가격은 대체적으로 채굴 수익성이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정책과 비교적 높은 상관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지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연준이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내리자 은 현물 가격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제로금리를 이어가던 2011년 4월에는 사상 최고치인 48달러(한화 약 5만2030원)를 돌파하며 급등하기도 했었죠.
현재 가격에 비하면 아직 절반 수준을 조금 넘어섰다는 평가입니다. 이와 더불어 은값의 긍정적인 전망을 뒷받침하는 요인은 더 있습니다. 바로 은 가격 추세의 경우 실질금리와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실질금리 수준을 나타내는 미국의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와 귀금속 지수는 상호 역행한다는 의미인데요. 실제 지난 2009년 물가연동국채(TIPS)의 금리가 1% 가까이 오르자 미국 상품거래소에 상장돼 귀금속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에스엔피 지에스씨아이 귀금속 지수(S&P GSCI Precious Metals Index Total Return)'는 0%대로 떨어지기도 했었죠.
지난해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경기 부양 지원을 위해 '평균물가목표제(AIT)'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인플레이션율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하더라도 한 동안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이는 사실 상 실질금리를 통제하겠다는 의미로 읽히면서 은 가격의 상승세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귀금속의 역사적 랠리에 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며 "2021년은 금보다는 은의 잠재력을 크게 전망한다"고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 수익률은 합격점…투자 리스크는 '주의'
미국 주식시장에는 은과 관련된 다양한 상장지수펀드(ETF)가 거래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실물가와 연동해 거래되는 상품 1개와 레버리지형 상품 2개, 채굴 기업 등에 주로 투자하는 2개 펀드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가장 인지도가 높은 ETF는 '아이쉐어즈 실버 트러스트(iShares Silver Trust·SLV)'를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 30일 기준 펀드 순자산은 14조3500억원으로 동종 섹터에 투자하는 ETF 중 가장 덩치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품 명에서 알 수 있듯이 해당 펀드는 세계 3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블랙록(Black Rock)에서 운용하고 있는데요. 가장 큰 특이점은 은 현물가를 100% 추종하기 때문에 여러 자산군에 투자하는 전형적인 ETF는 아닙니다. 연 보수는 0.50% 수준으로 책정됩니다.
펀드 선정에 있어 보수와 함께 중요한 게 거래량일 수 있는데요. 거래량이 풍부해야 희망하는 시기에 상품을 사고파는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달 30일 기준 일 평균 거래량은 2600만주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수익률의 경우 연초 이후 전 거래일까지 31.83%를 기록하고 있어 양호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국내에는 은 시세의 2배, 3배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도 있습니다. ETF 전문 자산운용사 프로쉐어즈(ProShares)에서 운용하는 '프로쉐어즈 울트라 실버(ProShares Ultra Silver·AGQ)가 대표적인데요. 은 실물 가격의 2배를 추종하게 끔 설계된 레버리지 상품입니다.
이 펀드의 경우 순 자산이 6900억원 규모로 앞서 언급한 SLV와 비교하면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연 보수는 레버리지 상품 특성 상 0.95%로 높습니다. 일평균 거래량의 경우 140만주 수준을 보이고 있고, 같은 기간 수익률은 34.25%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은 가치의 3배를 추종하는 상품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에서 내놓은 '빌로시티쉐어즈 3x 롱 실벌 ETN 링크드 투 더 에스엔피 지에스씨아이 실버 인덱스 ER(VelocityShares 3x Long Silver ETN Linked to the S&P GSCI Silver Index ER·USLV)'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 상품의 경우 은 실물 자산을 3배 추종하도록 설계됐는데요. 추종 배수가 높은 만큼 보수도 1.65%로 타 상품 대비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순자산은 2700억원 규모로 소형 펀드에 속하며 일평균 거래량도 1만4000주 정도로 그리 활발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올해 들어 이달 30일까지 14.38%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준수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레버리지 상품인 만큼 펀드에 내재돼 있는 리스크에 주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밖에도 은 생산 및 채광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는 상품들도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아이쉐어즈 MSCI 실버 마이너스(iShares MSCI Global Silver Miners·SLVP)와 글로벌 X 실버 마이너스(Global X Silver Miners·SIL) ETF를 들 수 있습니다.
두 상품 모두 투자 비중만 다를 뿐 상당히 유사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데요. 공통적으로 은 채굴, 개발 및 탐사 등을 영위하는 '팬 아메리칸 실버 코퍼레이션(Pan American Silver Corp.)'을 비롯해 다수의 광산을 보유하고 금·은·아연 등을 발굴하는 '헤클라 마이닝(Hecla Mining Co)', 멕시코에 중점을 두고 은 생산을 하고 있는 '퍼스트 머제스틱 실버 코퍼레이션(First Majestic Silver Corp.) 등을 편입하고 있습니다.
수익률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두 상품 모두 양호한 편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SLVP의 경우 같은 기간 39.60%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SIL은 20.87%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한달, 석달 수익률이 마이너스 내지 근소한 플러스를 보이고 있어 주춤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