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상장지수펀드(ETF)는 올해 ETF 시장을 뜨겁게 달군 대표 상품입니다. 여러 테마들이 주목을 받았지만 특히나 뜨거운 관심과 함께 성과도 압도적이었는데요. 실제로 올해 수익률이 100%를 웃도는 ETF가 수두룩합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친환경 투자 열풍이 불면서 관련 ETF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는데요. 다만 전문가들은 친환경 테마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거스를 수 없는 패러다임의 변화이긴 하지만 단기적으론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이 존재하는 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 올해 친환경 ETF의 해…수익률 100% 수두룩
29일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클린에너지 ETF는 총 9개 정도로 추려볼 수 있는데요. 태양광과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기업 30개사를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는 '아이쉐어즈 글로벌 클린 에너지 ETF(iShares Global Clean Energy·ICLN)'가 대표적입니다.
친환경 에너지 생산기업은 물론 전기차와 2차 전지 등 이를 활용하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인베스코 윌더힐 클린 에너지 ETF(Invesco WilderHill Clean Energy·PBW)'를 비롯해 스마트 그리드, 친환경 에너지 제조·개발·유통 설치기업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퍼스트 트러스트 나스닥 클린 엣지 그린 에너지 인덱스 펀드(First Trust NASDAQ Clean Edge Green Energy Index Fund·QCLN) 등도 대표 상품으로 꼽힙니다.
이중 올해 가장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ETF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있는 PBW로 이달 24일(현지시간) 기준 수익률이 170%를 웃돌고 있습니다. 고수익 행진 ETF는 이뿐만이 아닌데요. PBW와 유사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QCLN의 경우 같은 기간 156%, 순자산 기준으로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하는 ICLN도 101%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친환경 관련 기술이나 장비·금융서비스 등의 기업에 투자하는 '인베스코 글로벌 클린 에너지 ETF(Invesco Global Clean Energy·PBD)'와 친환경 기술에 주력하는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SPDR S&P 켄쇼 클린 파워 ETF(SPDR S&P Kensho Clean Power·CNRG) 등도 각각 112%, 109%를 넘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태양광 에너지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인베스코 솔라 ETF(Invesco Solar·TAN)'의 경우 이 기간 175%에 달하는 괄목할만한 퍼포먼스를 보이며 동일 섹터 수익률 최강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 친환경 시대로 전환…중장기적 접근 필요
친환경 테마를 표방하는 ETF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이유는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각국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 덕분입니다.
우선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향후 4년간 2조 달러(한화 약 2190조원)를 친환경 에너지 및 인프라에 투자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놨는데요.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고효율 주거단지 150만 호 건설, 기존 빌딩 400개 및 주거시설 200만 개의 친환경 주택 개조, 태양광 모듈 500만 개 설치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유엔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따라 유럽연합과 중국, 일본 등도 탈탄소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EU와 우리나라는 오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하는 탄소 중립국 목표를 세우고 구체적인 실행에 들어갔습니다.
이 추세에 맞춰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친환경을 새로운 투자 잣대로 삼겠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올해 초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 및 대응을 중요한 투자 지표로 설정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 활용 비중이 높은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는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글로벌 부동산 자산운용사 블랙스톤도 투자 및 인수 대상 기업 심사 조건에 탄소 사용량 15% 감축을 포함했습니다. 최근에는 화석연료 관련 사업엔 아예 투자하지 않겠다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면서 대내외적으로 친환경 행보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달 초 리포트를 통해 "지난해 엑손모빌 매출은 2560억 달러에 달하지만 넥스테라에너지는 180억 달러에 불과하다"면서 "그럼에도 넥스테라에너지의 시가총액이 엑손모빌만큼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은 전통 에너지 시대에서 친환경 에너지 시대로 전환을 시사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친환경 에너지 투자가 돛을 달았지만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련 상품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클린에너지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최근 기대감이 강하게 반영되면서 주가가 급등한 만큼 단기적으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투자자 관점에서도 에너지원에서 최종 수요처까지 다양한 부문에 대한 폭넓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단기적인 가격 부담이 존재하고 이에 대한 조정 과정이 출현할 수 있는 만큼 보다 긴 안목을 가지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