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시대라는 '명(明)'과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부진이라는 '암(暗)'이 뚜렷이 공존하는 시장입니다. 이 와중에 연초 문재인 대통령의 '펀드 재테크'가 주목을 받았는데요. 투자자 측면에서는 괜찮은 펀드를 골라 투자해 고수익을 낸 후 수익금을 다시 펀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을 보여줬다는 평가입니다.
정책을 추진하는 수장이 관련 펀드를 드는 것은 사실 이벤트성이 강합니다. 때마침 증시가 활황을 보인 덕에 쏠쏠해진 수익률이 이목을 더욱 끌었죠. 그럼에도 대통령이 임기 중 두 번째로 택한 펀드가 올해 가장 핫한 투자테마 중 하나인 '뉴딜' 펀드인 것은 주목할 만한데요. 대통령이 찜 한 5개 뉴딜 펀드를 비교해 봤습니다.
◇ 소부장 환매 후 뉴딜 탑승…여러 펀드로 분산
문 대통령이 생애 처음으로 가입한 펀드는 2019년 8월 나온 NH-아문디 필승코리아 펀드였습니다. 국내 소재·부품·장비업체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소부장' 펀드인데 당시 일본과 수출규제로 양국이 날을 세우면서 국내 소부장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애국적인 분위기 속에서 출시됐습니다.
관련 펀드가 여럿 됐지만 문 대통령이 NH지주 계열인 NH-아문디 필승코리아에 가입하면서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는 평가가 나왔는데요. 마침 수익률도 양호하면서 문 대통령 입장에서도 정부 의지를 알리고 개인적인 수익까지 거두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습니다.
다만 소부장 펀드 역시 지난해 증시 활황 덕을 크게 봤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데요. 코로나19 이전까지 완만한 상승세를 타긴 했지만 지난해 말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수익률이 점프했습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계속 보유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나름 완벽한 환매 타이밍을 잡은 셈이죠. 일단 필승코리아펀드의 경우 지난 15일 고점을 찍고 잠시 주춤하는 상황입니다.
대통령이 임기 중 두 번째로 택한 펀드는 뉴딜 펀드입니다. 정부가 지난해 한국판 뉴딜 산업에 기치를 내건 만큼 충분히 예측 가능한 선택지이긴 합니다. 주목할 점은 기존엔 1개 펀드를 선택했다면 이번엔 5개 펀드를 나눠서 든 건데요. 국내 주식형펀드가 3개, 상장지수펀드(ETF)가 2개입니다.
여러 펀드를 선택한 데는 기존 원금이 수익금까지 투자금이 5000만원에 달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기존처럼 특정 운용사 펀드가 부각되지 않으면서 한국판 뉴딜 산업과 투자 상품 전반으로의 시선 분산을 노릴 수 있는 것이죠.
또 한 가지 1년 반 전과 다르게 증시가 크게 올랐는데요.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선 데다 최근 증시 상승 속도가 워낙 빠른 터라 상대적으로 가입하는 시점은 부담일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소부장 펀드만큼 눈부신 수익률을 장담할 순 없는 셈입니다.
다만 청와대는 디지털, 그린,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투자 여부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는데요. 한국판 뉴딜 정책이 장기적인 성격을 띠는만큼 소부장펀드처럼 당장 1~2년 뒤 다시 환매에 나설지, 수익률과 상관없이 길게 가져갈지 지켜볼 일입니다.
사실 대통령이 가입한 펀드의 경우 민간에서 먼저 내놓은 펀드로 뉴딜정책 사업에 직접적으로 투입되는 자금은 아닙니다. 실제 정책형 펀드의 경우 올해 안에 출시될 예정이죠.
◇ 구성종목 차이…수익률 희비 갈릴 듯
그럼 대통령이 찜 한 5개의 뉴딜 펀드를 살펴볼까요. 삼성자산운용의 삼성뉴딜코리아펀드, KB자산운용의 KB코리아뉴딜펀드, 신한자산운용의 신한BNPP아름다운SRI그린뉴딜펀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BBIG K-뉴딜 상장지수펀드(ETF),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하나로Fn K-뉴딜디지털플러스 ETF입니다.
5개 펀드 대부분 지난해 한국판 뉴딜 정책이 베일을 벗은 후 설정된 펀드들인데요. 이 가운데 가장 설정액이 큰 펀드는 단연 TIGER BBIG K-뉴딜 ETF입니다. 한국판 뉴딜사업 핵심 분야인 배터리와 바이오, 인터넷, 게임 등 이른바 'BBIG' 산업을 기반으로 개발된 KRX BBI K-뉴딜 지수를 추종합니다.
하나로Fn K-뉴딜디지털플러스 ETF는 KRX BBI K-뉴딜 지수 추종 ETF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6개월간 독점적으로 출시하면서 NH아문디자산운용과 다른 3개 운용사가 FN가이드의 K-뉴딜디지털플러스 지수를 추종해 내놓은 ETF 가운데 하나입니다.
두 ETF의 구성종목은 상당 부분 겹치는데요. TIGER BBIG K-뉴딜 ETF는 삼성SDI, SK바이오팜, 펄어비스, 셀트리온, SK이노베이션, LG화학, 더존비즈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엔씨소프트, 카카오를 담고 있고 K-뉴딜디지털플러스 ETF는 더존비즈온과 펄어비스 대신 셀트리온헬스케어, 포스코케미칼을 담으면서 거의 유사합니다. 두 ETF의 경우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를 담고 있지 않죠.
나머지 3개 펀드 중 KB코리아뉴딜펀드와 신한BNPP아름다운SRI그린뉴딜펀드의 경우 앞선 두 ETF가 담고 있지 않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들어가 있습니다. 대신 KB코리아뉴딜펀드의 경우 천보나 씨에스윈드 등 그린 뉴딜과 연관돼 있는 친환경 에너지나 전기차 관련 종목들이 다수 포함돼 있고, 신한BNPP아름다운SRI그린뉴딜펀드는 현대차그룹 관련주와 KB금융, 한국금융지주가 포함된 것이 눈에 띕니다. 현대차나 금융주가 포함된 데는 신한BNPP아름다운SRI그린뉴딜펀드는 2005년 11월 설정된 신한BNPPTops아름다운SRI 펀드를 리모델링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목적을 보면 KB코리아뉴딜펀드는 디지털과 그린 등 미래 유망 산업군에서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매출, 이익 성장률, 시장점유율 등이 뛰어난 혁신 성장 기업을 발굴하고, 신한BNPP아름다운SRI그린뉴딜펀드는 최근 뉴딜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ESG 요소를 통해 지속가능성에 있어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하는 국내 주식에 투자하다고 설명돼 있습니다.
삼성뉴딜코리아펀드는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많지 않습니다. 5개 펀드 가운데 설정액도 가장 적습니다. 다나와, 한솔케미칼, 티와이홀딩스, 웹캐시, 한국카본, 파이오링크, 삼강엠엔티 등을 담고 있는데 지속가능한 성장이 예상되고, 변화를 선도하며 진입 장벽이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에 집중 투자합니다. 종목 구성 면에서는 강소기업 위주로 담으면서 상대적으로 차별점이 큰 편입니다.
결국 모두 뉴딜펀드이긴 하지만 5개 펀드의 투자 목적이나 구성종목이 워낙 다른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따라서 전반적으론 뉴딜산업의 수혜를 누리겠지만 구체적인 수익률 측면에선 시간을 두고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