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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21 증시]펀드시장 개미 이탈 속 ETF 편중 더 심해졌다

  • 2021.12.30(목) 07:45

순자산은 5년째 증가…기관 중심 재편 뚜렷
개미는 공모펀드 대신 해외투자 ETF에 집중
대체투자펀드 부진…ESG·공모주도 이상기운

공모펀드 침체가 고착화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펀드 시장이 올해도 근근이 몸집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다. 펀드 시장을 떠나 직접투자로 발길을 옮긴 개인투자자들의 빈자리를 기관투자자들이 메운 덕분이다. 시장 전반의 분위기가 기관 위주로 재편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런 가운데 개별 종목 투자와 성격이 유사한 상장지수펀드(ETF)는 개미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승승장구했다. 그중에서도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에 뭉칫돈이 몰렸다. 반면 예상과 달리 올해 메가 트렌드로 각광받은 공모주·배당주·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에는 냉기가 돌았다.
 
전문가들은 직접 상품을 거래할 수 있고 일반 펀드 대비 환금성도 뛰어난 ETF의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아직 성장 초기 단계에 있는 ESG 펀드 등에도 자산배분 차원에서 관심을 두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순자산 5년째 증가…개미 이탈은 가속화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공모와 사모를 합산한 국내 펀드 시장의 순자산 규모는 약 825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1년새 100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펀드 시장의 순자산은 최근 5년 동안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460조원에서 2018년 537조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710조원을 넘어섰다. 

공모펀드가 역성장에 허덕이고 있지만 사모펀드의 몸집이 불어나면서 전체 펀드 시장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사모펀드의 순자산은 5년 새 243조원에서 501조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펀드 시장의 전반적인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개인투자자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개인들의 펀드 투자 규모는 2016년 말 111조원에서 2018년 106조원 수준으로 감소했고 지난달 말 기준으로는 95조원까지 떨어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금융기관 등 법인의 비중은 늘어 투자 규모가 277조원에서 465조원으로 확대됐다.

송태헌 신한자산운용 상품전략센터 수석부장은 "올해 펀드 시장은 법인화가 가속화됐다"며 "지난해 말 대비 법인의 투자액이 94조원 증가하는 새 개인 투자액은 4조원 감소하면서 개인 투자 비중이 역대 최저 수준인 약 13%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ETF에 꽂힌 개미…해외주식 상품 인기몰이

펀드 시장을 향한 개인들의 투자심리는 대체로 차갑지만 특정 상품을 중심으로는 온기가 느껴진다. 특히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ETF에는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116개 해외 주식형 ETF에는 올 들어 이달 24일까지 7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들어왔다. 이는 약 7조원이 유입된 국내 주식형 ETF를 웃도는 수치다. 특히 해외 주식형 ETF로는 최근 6개월 간 5조6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ETF 중에서도 미국과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상품에 자금이 집중됐다. 펀드 순자산 기준 가장 큰 증가액을 나타낸 펀드는 지난해 말 거래를 시작한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ETF로 올해 1월 첫 거래일 당시 230억원 남짓했던 순자산총액이 이달 27일 기준 3조원을 넘어섰다.

그 뒤를 이어 지난해 8월 출시된 TIGER 미국S&P500의 순자산이 같은 기간 1100억원에서 1조1500억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했고, 2010년에 나온 TIGER 미국나스닥100 ETF 순자산도 5880억원에서 1조8000억원으로 3배 넘게 덩치를 키우는 등 올해 자금 유입액 상위 ETF는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들이 독식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힘 못 쓰는' 메가 트렌드 펀드 

자금이 대거 유입된 펀드와 ETF가 있는 반면 갈수록 곳간이 비는 상품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대체투자 분야에 투자하는 상품들이다. 농산물 펀드를 비롯해 원자재, 천연자원에 투자하는 상품에서 올해 내내 자금이 빠져나갔다.

연초 이후 이달 24일까지 원자재 펀드에서 1조6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유출됐다. 천연자원펀드, 주식형 원자재 펀드 등에서는 각각 1조5000억원, 1800억원 가량의 자금이 이탈했다.

여기에 올해 내내 이슈 몰이를 했던 ESG와 공모주, 배당주 펀드 등에서도 이상 기운이 감지됐다.

연간 기준으로는 ESG와 공모주 펀드로 각각 1조원, 3조5000억원 가까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상반기에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된 덕분으로, 하반기에는 자금이 오히려 이탈하는 모습이다. 최근 한 달간 ESG 펀드에서 365억원, 공모주 펀드에서는 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유출됐다.

올해 최고의 호황을 누린 기업공개(IPO) 시장이 무색하게 신규 상장 종목을 담는 코스닥벤처펀드에서도 한 달새 500억원가량의 자금이 이탈했다. 이외에 박스권 장세에서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됐던 배당주 펀드에서는 올 들어 5600억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자재나 대체투자 관련 상품의 경우 장기적인 성장성보다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투자 성과가 결정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메타버스나 2차전지처럼 산업의 구조적인 성장에 베팅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히면서 단편적으로 접근하는 투자 수요가 많이 줄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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