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공정위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기관이 다수 참여하는 지분 구조인 만큼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정위 사전협의가 필요했으나 실제로는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에는 한국거래소를 중심으로 한 'KDX 컨소시엄'과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가 주도한 'NXT 컨소시엄', 핀테크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을 중심으로 한 '루센트블록 컨소시엄' 총 3곳이 신청했다. 경쟁 인가 구조인 만큼 예비인가 단계에서부터 절차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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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협의 요청 받은 바 없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제24조 제3항은 금융위가 금융기관의 주식 소유를 승인할 때 해당 주식소유가 관련 시장에서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에 대해 '미리' 공정위와 협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5% 이상 취득하고, 그 주식 보유를 통해 해당 회사를 사실상 지배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인가 전 협의가 필수다.
개별 기업의 기업결합 신고 의무와는 별도로 인가 권한을 행사하는 단계에서 경쟁 제한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하라는 취지다. 단순히 어느 한 곳이 몇 퍼센트를 보유했는지가 아니라, 지분이 나뉘어 있더라도 금융기관들이 연대할 경우 실질적인 영향력이 형성되는 구조인지가 판단 기준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 신청 구조가 단일 금융기관의 단순 투자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먼저 넥스트레이드는 금융기관들이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금융투자협회와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 등 7개 대형 증권사가 각각 6.6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교보증권·유진투자증권·카카오페이증권·한양증권 등 19개 증권사가 각각 1.71%씩 참여하고 있으며, 금융유관기관과 IT기업도 소수 지분을 나눠 보유하는 구조다.
한국거래소가 주도한 KDX 컨소시엄 역시 대형 금융기관들이 결합한 구조다. KDX 컨소시엄은 키움증권과 교보생명 카카오페이증권이 공동 최대주주로 참여하고 20여개 증권사를 포함해 약 40여개 금융기관이 합류한 대형 연합체로 구성돼 있다. 개별 금융기관의 지분율은 낮지만, 다수 금융기관이 연대할 경우 이사회 구성이나 주요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간 역할 분담을 명시한 부처 간 협약도 이번 논란의 근거로 거론된다. 금융위와 공정위는 지난 2015년 '금융회사에 대한 효율적 규제체계 마련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금융회사 합병이나 자회사 편입 등 기업결합이 수반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금융위가 금산법과 금융지주회사법 등에 따라 공정위와 사전 협의를 진행하도록 했다. 경쟁 제한성에 대한 실질적인 심사는 공정위가 담당하고, 공정위는 심사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특수성에 대한 금융위 의견을 참고하는 구조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금융위로부터 해당 예비인가 건에 대해 사전 고지나 협의 요청을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신고 여부와는 별도로, 금융위가 인가 단계에서 이행해야 할 금산법상 공정위 사전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법조계 "금융위 예비인가 전 절차 갖춰져야"
법조계에서는 금융위가 예비인가 단계 이후에 절차를 보완하는 방식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비인가 시점에 기업결합과 관련한 절차가 구비되지 않은 상태라면, 본인가 단계에서 이를 뒤늦게 조건으로 보완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기존 판례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인가 사건의 경우 예비인가를 받지 못한 사업자는 사업 수행 기회를 상실하는 등 법률상 불이익을 입게 된다며, 예비인가 역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예비인가 단계에서 이미 승자와 탈락자가 갈리는 만큼 그 이전에 관련 절차가 모두 갖춰져야 한다는 뜻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은 예비인가 단계에서 붙일 수 있는 조건을 경영의 건전성이나 투자자 보호로 한정하고 있다"며 "다른 법령에 따른 의무 이행 여부를 사후적으로 조건화하는 방식은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점을 종합하면 금산법이 규정한 공정위와의 사전협의는 예비인가 이전에 갖춰졌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예비인가가 이뤄졌다면 절차적 하자가 문제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예비인가 보류 후…李 대통령 "인허가 투명·공정" 언급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를 둘러싼 절차 논란은 금융위 내부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정례회의에서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당초 의결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던 안건이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으면서 토큰증권 유통시장 제도화 일정도 한 차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금융위는 예비인가 미상정 배경이나 향후 일정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가 절차를 둘러싼 논의는 금융위 내부를 넘어 관계 부처로 확산됐다. 지난 21일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사안을 금융당국과 함께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안은 국무회의에서도 직접 언급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조각투자 허가 문제는 어떻게 하기로 결론 냈느냐"고 물었고,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성숙 장관 주도로 토론을 해서 어느 정도 조정 방안을 만들었다"고 답했다.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가 문제를 제기해 마련된 이 논의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기관이 함께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인허가 절차 전반에 대한 원칙도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인허가 절차에 대해서는 의심도 많고 걱정도 많기 때문에 최대한 투명하게, 공정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떨어지는 사람은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만큼, 납득할 수 있게 잘 설명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 금융위는 아직 내부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현 단계에서는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