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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표류하는 조각투자 거래소…'투명성' 시험대 오른 금융위

  • 2026.01.29(목) 14:16

이억원 "투명 설명" 약속에도...공정위 협의 시점 불투명
대통령 언급 속 두차례 보류, 5개월째 사업자 선정 못해

/그래픽=비즈워치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를 둘러싼 진통이 장기화하고 있습니다. 절차의 공정성 논란에 더해 공정거래위원회와의 협의 시점을 둘러싼 법률 해석까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금융위원회가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죠.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인가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설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논란의 핵심인 공정위 사전협의를 언제, 어떻게 진행할지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협의 시점에 따라 기업결합 심사의 범위와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죠.금융위 2차 보류, "투명하게 설명" 약속했지만…

금융위는 지난 28일 정례회의에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사업자 예비인가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4일에 이어 2차례 연속 결론을 미룬 건데요.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과정은 굉장히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며 "결과에 대해서도 별도의 기회를 만들어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결과를 설명하는 노력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한 치의 거리낌 없이 모든 부분에 대해 공개하겠다는 각오로 설명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이 위원장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내용 언급은 피했습니다. 당초 최대 2곳까지 인가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답변하지 않았죠.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사진=금융위원회

예비인가가 연이어 보류된 배경에는 절차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있습니다. 금융위는 지난 7일 증권선물위원회를 통해 3개 컨소시엄 가운데 한국거래소·코스콤 컨소시엄(KDX)과 넥스트레이드·뮤직카우 컨소시엄(NXT)을 예비인가 심사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7년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조각투자 시장을 개척한 루센트블록 컨소시엄이 탈락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죠. 루센트블록은 경쟁 업체의 기술 탈취 의혹과 기업결합 신고 의무 위반 등을 제기하며 공정위에 신고했습니다.

여기에 금융위가 법정 의무인 공정위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까지 더해지면서 논란이 확산됐습니다. 공정위는 금융위로부터 이번 예비인가와 관련한 사전협의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확인했는데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제24조 제3항은 금융기관의 주식 소유 승인 시 '미리' 공정위와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 금융위, 조각투자 거래소 인가 '공정위 패싱' 논란

이후 금융위는 해명 자료를 통해 예비인가 이후 본인가 전 단계에서 출자승인을 받으면 금산법 및 공정거래법 규정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내놨는데요. 기업결합 관련 공정위 사전협의는 예비인가 절차와는 별도의 승인 절차인 출자승인을 통해 이뤄지며 과거 경쟁인가 사례도 동일하게 진행했다는 겁니다. 

예비인가 후 공정위 협의 '요식 행위' 그칠 가능성 

하지만 업계에서는 공정위 협의 시점에 따라 기업결합 심사의 범위와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공정위 협의가 예비인가 이전에 이뤄지느냐, 이후에 이뤄지느냐에 따라 심사 전제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예비인가 이전 단계에서 협의가 이뤄질 경우, 공정위는 기존 조각투자 유통사업자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신규 컨소시엄의 진입이 시장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 간 경쟁 관계뿐 아니라 신규 진입으로 인한 시장 변화, 컨소시엄 간 결합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 여부 등이 모두 심사 대상이 되는 거죠.

반면 예비인가 이후에 협의가 이뤄질 경우, 이미 인가 경쟁에서 탈락자가 발생한 상태에서 심사를 하는 것이죠. 이 경우 공정위는 기존 사업자가 배제된 시장을 전제로 기업결합을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위가 이미 KDX와 NXT를 선정하고 루센트블록을 탈락시킨 후에는 공정위가 "왜 루센트블록을 떨어뜨렸는가"를 따질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업계 한 관계자는 "예비인가 단계에서 사업자 선정이 먼저 이뤄지면 공정위는 신규 컨소시엄의 진입이 기존 경쟁 질서에 미친 영향을 평가할 기회를 잃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시장 참여자가 전면 교체된 이후에는 기업결합으로 인해 기존 사업자가 배제되는 효과, 또는 인가 경쟁 과정에서의 경쟁 제한성을 비교·검토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죠.

이 같은 구조는 금융위가 예비인가와 출자승인 절차를 분리해 운영하면서 더욱 뚜렷해집니다. 예비인가 단계에서 주주 구성과 컨소시엄 구조에 대한 평가가 사실상 이뤄진 뒤 출자승인 시점만 뒤로 미뤄질 경우, 공정위 협의는 형식적으로는 사전에 해당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예비인가 이후에 이뤄지게 됩니다.

법조계에서는 예비인가 심사 과정에서 이미 기업결합을 전제로 주요 심사항목이 판단된다면, 그 이전 단계에서 공정위 협의가 이뤄져야 금산법이 요구하는 실질적인 사전협의 요건이 충족된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공정위의 경쟁 제한성 판단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죠.

행정 효율 실익도 모호...논란 속 늦어지는 제도화

이 같은 구조에서는 공정위 협의를 예비인가 이후로 미루더라도 행정 절차가 간소화되는 실익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공정위 협의는 결국 거쳐야 할 절차인 만큼 시점을 늦추는 것이 행정 효율을 높인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절차를 분리해 운영하는 게 행정 편의 때문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실제로는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이점이 없다"며 "오히려 탈락자가 결정된 후 협의하게 되면서 공정위 심사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짚었습니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STO 제도화 일정 자체가 지연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된 건 지난해 9월입니다. 5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업자 선정이 완료되지 않고 있죠.

금융위는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강조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예비인가가 두 차례 연속 보류되면서 시장 출범 시기는 더욱 불확실해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인허가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직접 언급한 만큼, 금융위로서는 절차적 논란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어려운 상황이죠.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예고한 '투명한 설명'을 통해 공정위 협의 시점 논란을 정리할 수 있을지가 향후 인가 절차의 분기점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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