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안건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서 토큰증권(STO) 유통시장 출범 일정이 표류 국면에 들어갔다. 당초 14일 정례회의에서 의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였던 안건이 처리되지 않으면서 제도화 일정 전반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대형 컨소시엄 압축에 공정성 논란
금융위는 14일 정례회의 안건으로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를 상정하지 않았다. 대형 기관 중심으로 예비인가 대상이 좁혀지면서 공정성 논란이 커지자 추가 검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재상정 여부나 일정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예비인가는 조각투자 유통시장을 주식시장처럼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첫 단계다. 한국거래소(KRX) 중심의 'KDX 컨소시엄'과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 주도 'NXT 컨소시엄', 핀테크 스타트업 루센트블록 중심의 컨소시엄 등 3곳이 인가를 신청했다.
KDX 컨소시엄은 키움증권과 교보생명, 카카오페이증권이 공동 최대주주로 참여하고, 20여개 증권사를 포함해 약 40여개 금융기관이 합류한 대형 연합체다. NXT 컨소시엄은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가 40%대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 한양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이 참여하고 있다.
루센트블록 컨소시엄은 루센트블록을 중심으로 IBK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 등이 참여했으며,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증권, 교보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지분 투자 형태로 간접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시장 초기 유동성 분산을 막고 투자자 보호 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사업자를 2곳으로 제한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후 지난 7일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이후 한국거래소·코스콤과 넥스트레이드가 예비인가 대상으로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 이후 루센트블록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루센트블록은 지난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제도화 이전부터 조각투자 유통 실증을 진행해 온 사업자가 심사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루센트블록은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따라 마련한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조각투자증권 사업을 해온 스타트업이다.
루센트블록은 특히 넥스트레이드가 지난해 투자·컨소시엄 참여 검토를 명분으로 접근해 비밀유지각서(NDA)를 체결한 뒤 재무 정보와 사업계획 등 내부 자료를 제공받고도 이후 동일 사업 영역에 대해 직접 인가를 신청했다며 기술 탈취 의혹도 제기했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14일 금융위의 안건 미상정 이후 입장문을 통해 "금융당국의 신중한 검토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제정 취지와 제도 도입 목적이 충실히 반영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재심의 과정에서 추가 요청사항이 있으면 성실히 협조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스타트업 한계·당국 보신주의 교차
루센트블록의 강한 반발에도 업계 일각에는 스타트업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거래소 사업은 24시간 무중단 서버 운영과 보안 관제, 이상 거래 탐지, 대규모 정산 시스템 등 막대한 자본과 인프라가 요구되는 장치 산업이라는 점에서다. 한국거래소나 넥스트레이드가 매년 수천억 원을 IT 인프라에 투입하는 것과 달리, 스타트업이 제한된 투자금만으로 동일한 수준의 안정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발행과 유통의 분리를 강화한 STO 제도 설계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기존에는 자산을 직접 발행하고 자사 플랫폼에서 유통하는 구조였지만, 새 가이드라인에서는 유통 사업자의 독립성이 핵심 요건으로 부각됐다. 루센트블록처럼 발행 중심으로 성장해 온 사업자가 순수 유통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반면 금융당국의 소극적 행보를 두고는 보신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테라·루나 사태 이후 투자자 보호 기조가 강화된 상황에서, 스타트업에 거래소 인가를 내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책임 부담을 피하려는 경향이 자리잡고 있다는 시각이다.
아울러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 유력후보로 거론된 한국거래소의 정은보 이사장, 넥스트레이드의 김학수 대표 모두 금융위 고위 관료 출신이다. 이로인해 '전관예우' 의혹도 제기된 이상 금융위의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금융위는 해당 의혹에 대한 추가 소명과 심사 요건의 적절성을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르면 연내 개시가 유력했던 STO 장외거래소 영업 일정은 내년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