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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스톡옵션 '충격' 카카오페이, 내달엔 기관 물량도 대기

  • 2022.01.14(금) 08:00

류영준 대표 등 임원 스톡옵션 행사로 800억대 차익
신규 상장기업 스톡옵션 행사 제한 요구 빗발쳐
내달부터 기관 보호예수 대량 풀려 주가 또 비상

지난해 11월 3일 카카오뱅크에 이어 금융주 2위에 오르며 주식시장에 성공적인 데뷔전을 마친 카카오페이. 상장 한달여만에 임원들의 대규모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로 '먹튀' 논란에 휩싸였어요. 현재는 그룹 전체 주가를 끌어내리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어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지난 10일 논란 봉합을 위해 내정됐던 카카오 공동대표직을 자진 사퇴했지만, 이후에도 후폭풍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어요. 오히려 투자자들과 시민단체에서 '카카오페이 사태' 재발방지 방안 마련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어요. 투자자들의 분노가 제도개선 요구에 불을 붙인 거죠. 시장 영향이 커지자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에서도 제도개선 방안 검토에 나섰는데요. 오늘은 이 내용을 꼼꼼히 짚어볼게요.

임원 8명, 44만993주 단체 매도

지난달 1일과 10일 류영준 대표와 주요 임원 7명이 '임원·주요주주 특정증권등 소유상황 보고서'라는 공시를 연달아 올렸어요. 이는 회사 임원이나 주요 주주가 지분 변동을 신고하는 공시예요. 단독으로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주주'거나 회사 '임원'(등기임원뿐 아니라 사실상 임원 포함)일 경우 회사 내부 정보에 밝아 주식의 부정거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식 변동 내용을 공시하는 것이죠.

▷관련공시: 카카오페이 12월1일 임원·주요주주특정증권등소유상황보고서(류영준)

- 2021년 12월 1일

상장 채 한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죠. 이날 류영준 대표를 포함 총 8명의 임원이 이 공시를 올렸어요. 상장 전 회사로부터 받은 스톡옵션 일부를 11월 24일 행사해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는 공시에요. 이들 임원이 받은 스톡옵션은 총 159만8405주. 이 중 44만993주를 행사했어요. 행사가격은 5000원. 이날 종가인 18만3000원과 비교하면 1주당 17만8000원 싸게 주식을 얻은 셈이에요. 류 대표는 이중 절반이 넘는 23만주를 행사했어요.

- 2021년 12월 10일

이날도 같은 제목의 공시가 임원들 이름으로 8개 나란히 올라왔어요. 싸게 산 주식을 블록딜(신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12월 10일 전량 처분했다는 내용이에요. 처분단가는 20만4017원(이진 사업총괄 부사장은 20만3704원).

이날은 카카오페이 주식이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된 날이에요. 지수편입은 주가가 상승할 수 있는 요인이 돼요. 펀드편입이나 프로그램 매수, 연기금의 투자 대상에 포함돼 유동성이 활발해지고 자금이 더 몰릴 수 있죠. 즉 주가가 상승하고 거래물량이 늘어나는 날을 콕 집어 주식을 팔았어요.

전날(9일) 종가는 20만8500원이었지만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된 10일 종가는 오히려 19만6000원으로 하락했어요. 공시는 이날 점심께 나왔죠. 한때 24만원까지 올랐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이후 계속 하락해 최근 15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어요.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전례 없는 일…재발방지책 마련해야

회사의 경영진 다수가 상장 초기 한꺼번에 보유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은 전례 없는 일. 류영준 대표가 카카오 차기 공동대표였던데다 임원들의 이런 단체행동을 카카오가 몰랐을 리 없다고 보기 때문에 그룹 전체 주가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죠.

기업 가치를 높이고 투자자를 보호해야할 회사 임원들이 오히려 주가를 떨어트리는 행위를 집단적으로 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배신감도 어느때보다 컸죠. 일부 임원의 도덕적해이 문제뿐 아니라 그룹 자체에 대한 신뢰 문제가 불거지며 '신규 상장기업의 스톡옵션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스톡옵션은 회사가 '스톡옵션 부여를 이사회에서 결의한 날로부터 2년이 지나고 이후 5년 동안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한 조건이 있죠. 하지만 신규 상장과 맞물려 행사를 제한하는 규제는 없어요. 행사 전에는 주식이 아니고 행사하지 않으면 휴지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또 정관상 퇴사 등의 이유로 스톡옵션이 최소 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예비상장기업의 최대주주, 기관투자자, 우리사주 등이 보유한 지분은 상장 후 6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팔지 못하도록 의무보유등록(락업)을 하는 것과 비교하면 관리 사각지대에 있어요. 이번 카카오페이 사태도 스톡옵션 행사 자체만으로 문제를 지적하기는 어려워요.

때문에 ▲신규상장때 보호예수 기간(의무보유등록) 동안 스톡옵션 행사를 금지하고 ▲스톡옵션에 대한 전체적인 관리 가이드라인을 다시 짜야 한다는 내용 등이 개선방안으로 거론되고 있어요. 투자자뿐 아니라 시장 전문가, 시민단체들도 관련 내용을 지적하고 있어 거래소와 금융당국도 해당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요. 최근 '물적분할 후 자회사 재상장'에 따른 투자자 피해로 개선 요구가 높아지는 것과도 비슷한 맥락이네요.

다만 아직 구체적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에요. 시장 관계자는 "물적분할처럼 파급력이 큰 사안인 만큼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라며 "경영진 책임 문제도 있지만 회사 차원의 스톡옵션 도입 의미도 있기 때문에 투자자보호 측면을 비롯해 시장관리, 기업부담, 시장활성화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합리적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어요.

일부에서는 스톡옵션이 회사의 성장에 기여한 가치를 임직원이 나누는 것인 만큼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시장 질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이번 사태는 우선적으로 카카오페이 내부에서 문제가 제기됐죠. 또 카카오는 13일 그룹 계열사 전체에 상장 후 1년간 임원이 주식을 매도할 수 없도록 하는 주식매도 규정을 마련했어요. 스톡옵션도 적용되며, 대표이사는 2년간 매도를 제한한다는 방침이에요. 임원 공동 매도 행위도 금지돼요. 임원의 주식매도에 대한 사전리스크 점검 프로세스도 마련한다는 방침이에요.

카카오그룹은 올해 카카오엔터, 카카오모빌리티도 상장을 준비 중인데요. 이 외에도 스톡옵션을 '당근'삼아 성장해온 기술기업들의 상장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해당 사안에 대한 논의와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요. 대선 정국을 앞두고 이처럼 문제가 크게 불거진데다 다수가 지켜보는 만큼 가시적인 방안 마련이 기대되는 건 사실이에요.

스톡옵션 행사는 내부 방침 때문?

참고로 류 대표가 사의를 표하기 전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자 사내 간담회를 열고 "모회사 이동에 따른 이해상충 오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며 "내부방침에 따라 상반기까지 남은 스톡옵션도 모두 행사해 매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카카오페이 측은 사실상 이와 관련한 내부 규정은 없다고 밝혔어요. 카카오페이와 카카오의 정관에도 해당 사항은 없어요. 다만 카카오 정관에는 '자의적 사임·사직한 경우 회사가 이사회 결의로 스톡옵션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한 것과 달리 카카오페이는 '스톡옵션 부여 후 퇴임·퇴직한 경우 취소할 수 있다'라고 나와 있어요.

카카오 대표로 이동 시 카카오페이에서는 퇴직하는 것. 이 때문에 스톡옵션 취소 가능성을 점친 것일까요? 하지만 이것보다 확실하게 '임직원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회사에 손실을 초래한 경우 취소할 수 있다'고 나와 있는데요. 오히려 이번 사태로 인해 취소될 가능성도 보이네요.

이번 사태의 배경에 세금 문제가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기도 해요. 스톡옵션의 규모가 수백~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만큼 최대한 세금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건데요. 류 대표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임원들은 이번 주식매각으로 총 800억원이 넘는 차익을 얻었어요. 류 대표는 4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죠.

스톡옵션을 행사할 경우 주식을 팔아서 수익을 내지 않았더라도 이미 주식을 싸게 받아 차익을 얻었기 때문에 소득세를 내야 해요. 위의 표에선 세금은 차익 계산에서 제외했지만, 실제 스톡옵션 행사를 신청한 날 종가에서 취득가 5000원을 뺀 후 행사한 수량을 곱한 값이 차익인데요. 10억원까지는 최대 42% 10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45%를 소득세로 내야 해요.

여기에 시가총액 기준 보유주식이 10억원을 넘으면 대주주 요건에 해당해 주식 매도로 차익이 나면 양도차익의 33%를 양도세로 추가로 내야 해요. 단 주주명부폐쇄일인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이 요건은 적용되지 않아요.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죠. 지난해 부랴부랴 주식 전량을 처분한 이유로 꼽혀요.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내달부터 기관 물량도 대량 풀려

마지막으로 이들 임원이 보유한 스톡옵션은 아직 115만7412주가 남아있어요. 이외에도 아직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임원을 비롯해 상장 전 스톡옵션을 받은 직원이 전체 직원의 60%에 달해요. 직원들은 별도 공시의무가 없죠.

뿐만 아니라 다음달 초 기관투자자 의무보유확약 물량이 대거 해제돼요. 상장 3개월차인 오는 2월 3일에는 222만2087주, 3월과 4월에도 각각 17만주, 13만주 가량의 기관 물량이 풀려요. 최대보호예수 기간인 6개월이 지나는 5월 초에는 169만주가 풀려요.

기관의 락업 물량이 풀리면 시장에 유통가능주식 수가 늘어나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해 주세요.

*독자 피드백 적극! 환영해요. 궁금한 내용 또는 잘못 알려드린 내용 보내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점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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