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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온큐는 '제2의 니콜라'?...서학개미 '발등에 불'

  • 2022.05.10(화) 06:10

아이온큐 주가 고점 대비 80% 폭락
2억불 사들인 국내투자자 불안감 확산

'마치 니콜라 사기극을 연상시킨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양자컴퓨터 업체인 아이온큐(IONQ)를 타깃으로 미국 공매도 투자사인 스콜피언캐피털이 내놓은 보고서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보고서에 언급된 '니콜라 사태'는 지난 2020년 공매도 기관 힌덴버그리서치가 전기트럭 제조업체 니콜라의 기술력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면서 회사 주가가 급락하고 창립자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 사건을 일컫는다.

한때 30달러까지 치솟았던 아이온큐의 주가는 보고서 공개 이후 5달러대로 추락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아이온큐는 한국인 교수가 세운 회사로 화제가 되면서 국내투자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터라 최근 주가 급락에 따른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꿈의 기술은 없다?'...아이온큐 급락세 

아이온큐의 주가는 지난 6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4.98% 하락한 5.92달러로 마감했다. 지난달 말과 비교하면 25% 가까이 빠진 것으로, 작년 11월17일에 기록한 전 고점 31달러에 비해선 81% 폭락했다. 

아이온큐는 지난 2015년 김정상 듀크대 교수와 크리스 몬로 메릴랜드대 교수가 공동 창업한 양자컴퓨터 스타트업 기업이다. 지난해 10월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입성했다.

이 회사가 영위하는 양자컴퓨터 기술은 소위 '꿈의 영역'으로 불린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0과 1로 이뤄진 이진법을 사용한다. 그런데 양자컴퓨터는 중첩값까지 연산해 슈퍼컴퓨터의 수백 배에 이르는 속도로 정보 처리가 가능하다. 아이온큐는 11큐비트 기술을 상업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 2020년에는 32큐비트 양자컴퓨터 하드웨어를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큐비트는 양자 정보시스템에서 사용되는 최소 정보 단위로 퀀텀비트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유일한 양자컴퓨터 상장사로 이름을 알린 아이온큐는 증시에 데뷔한지 불과 한 달 만에 주가가 3배 가까이 뛰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 성장주를 압박하는 거시경제 환경이 조성되면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내리막을 걷던 주가의 낙폭을 키운 것은 지난 3일 공매도 투자사 스콜피온캐피털이 공개한 보고서다.

아이온큐 전현직 임직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된 183페이지의 보고서에는 "32큐비트 양자컴퓨터 기술은 사기이며 회사가 유일하게 갖고 있는 기계는 오래된 11큐비트 짜리 장난감 컴퓨터"라는 내용이 기재됐다. 또 "아이온큐 창업자들이 전임 교수로 근무하고 있어 회사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으며 피터 채프먼 CEO의 학력도 위조됐다"는 주장도 실렸다.

이와 관련해 아이온큐 측은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단지 지난 7일 공식 트위터 계정에 "이번주 우리는 이온트랩을 제어하는 역할의 도브프리즘을 활용해 만든 광학 정렬에 대한 특허를 받았다"며 기술력과 관련된 글만 게시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서학개미 연초 이후 순매수 규모 2억불 달해

아이온큐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하면서 올 들어 아이온큐를 2억달러 가까이 사들인 서학개미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연초부터 지금껏 아이온큐 주식을 총 1억9241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전체 순매수 상위 11위에 해당한다. 

지난달 기준 아이온큐의 국내투자자 지분 비율은 12.2%에 이른다. 유의미한 매출이 나오고 있지 않지만 한국인 교수가 공동창업자로 참여했다는 소식과 알파벳,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 투자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기 종목 반열에 올랐다. 

정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인 교수가 공동창립자라는 점 때문에 국내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 같다"며 "시가총액이 크지 않아 국내 투자자 지분율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아이온큐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국내투자자들의 자산도 대폭 깎였을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 발표 직전인 지난 2일 기준 국내투자자들의 아이온큐 보유액은 2억2065만달러로 집계됐다. 연초 이후 줄곧 순매수세를 보였음에도 연초 2억7365만달러 대비 19% 넘게 쪼그라들었다.

그럼에도 일부 서학개미들은 '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주식은 매매 거래가 이뤄진지 3거래일 뒤에 예탁원 통계에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매도 보고서가 나온 지난 3일 이후 국내투자자들은 아이온큐 주식 883만달러어치를 추가로 담았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아이온큐 사태가 중국 도심항공운송수단(UAM) 업체인 이항홀딩스, 전기트럭 제조업체 니콜라 사례를 연상시킨다고 평가한다. 이들 기업은 한때 고성장 미래 기술을 주도할 것이란 기대감 속에 증시에서 고공행진을 펼쳤다. 그러나 사업성을 의심하는 공매도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그로 인해 국내 투자자들도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아이온큐가 순매수 상위권에 오르면서 고객들의 문의가 잇따랐다"면서 "그러나 UAM 사업과 마찬가지로 매출이 본격화되는 시점까지의 기간이 너무 길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담기엔 무리가 있는 종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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