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년 넘게 죄고 있던 기준금리 인상의 고삐를 일단 풀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고용지표 둔화에 따라 물가 압력이 약화하면서 다음 주에 있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80년 만의 최장기 약세장을 끝내고 강세장에 들어섰다. 길고 긴 약세장에서 벗어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것은 역시나 서학개미들에게도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는 빅테크주였다.
고용시장 둔화에 금리 동결 가능성 'UP'
한국시간으로 오는 15일 새벽 FOMC 회의 결과가 공개되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연준이 지난해 3월 이후 15개월 만에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물가 압력 둔화와 더불어 탄탄하던 고용지표가 약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5월 실업률 상승에 이어 지난주(5월28일~6월3일)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6만1000건으로 전주 대비 2만8000건 건 증가하면서 2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은 고용시장 분위기 변화의 신호로 읽힌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실업률 상승은 고용시장의 탄탄함이 다소 약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시그널"이라며 "여기에 고용시장 선행지표인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의 증가세 역시 고용시장의 기류 변화를 뒷받침해준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또 "금리 동결에 힘을 더해주는 다른 요인은 유동성"이라며 "부채한도 협상 타결 이후 미국 재무부의 단기 국채 발행 증가가 3분기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시중 유동성의 축소를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유동성 축소는 은행들의 대출 규제 강화 및 연준의 양적긴축과 함께 금리 상승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리 동결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연준이 이달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금리 인상을 아예 중단하리라고 예단할 순 없다. 당장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이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증권가는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향후 금리 인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칠 것으로 전망한다.
8개월 약세장 끝낸 S&P500, 강세장 진입
지난 8일(현지시간) S&P500지수는 전일 대비 26.41포인트(0.62%) 오른 4293.93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10월12일 저점과 비교하면 20%가량 상승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 저점 대비 20% 넘게 상승하면 강세장에 들어선 것으로 간주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P500지수가 1940년대 이후 최장기 약세장을 끝내고 강세장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지수 상승을 이끈 것은 애플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대표 기술주, 이른바 빅테크주다.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최근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나드는 엔비디아와 더불어 테슬라의 기세가 눈부시다.
테슬라는 앞서 1분기 실적 발표와 더불어 가격 인하 정책 고수에 따른 이익 감소 우려로 한동안 주가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 중국 사업의 성장 기대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혜택, 스페인 기가팩토리 투자설 등에 탄력을 얻어 다시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지난 8일에는 8개월여 만에 장중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빅테크주가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으나 일부 빅테크주로의 쏠림 현상에 대해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실제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4월 이후 S&P500지수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전체 시가총액의 29%를 차지하는 상위 7개 빅테크주가 상승을 독식한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