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둔화 소식을 계기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화에 대한 우려를 한시름 던 미국 증시의 시선이 이제 기업 실적으로 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순조롭게 시작했던 2분기 어닝시즌은 테슬라의 영업이익률 하락 소식에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은 모습이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감으로 순풍에 돛을 다는 듯했던 기술주 투자 열기가 유지될지 지켜볼 만하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통과하면서 금리 인상 명분이 약해진 연준은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0.25%포인트 인상이 거의 확실시되는 가운데 연준이 올해 최종 금리에 대한 힌트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테슬라, 장사 잘했지만 실속은 줄었다
서학개미들의 '원픽'이자 미국 대표 기술주로 꼽히는 테슬라의 2분기 실적이 공개됐다. 매출액은 249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7.2% 늘어난 것은 물론 시장 컨센서스 244억7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일단 겉으로 장사는 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속'은 챙기지 못했다. 테슬라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9.6%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6%보다 5%포인트나 떨어진 것은 물론 전분기 11.4%보다도 2%포인트 가까이 후퇴했다. 테슬라의 이익률이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2021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더 많은 전기차를 판매하기 위해 파격적인 가격 할인 정책을 내세우다 보니 마진이 확 줄어든 것이다.
이 같은 실적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매물을 쏟아내면서 테슬라 주가는 지난 20일 10% 가까이 빠졌다. 3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과 '세계 최고 부자' 타이틀을 다투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순자산은 불과 하루 새 26조원이 줄어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당분간 공격적인 가격 할인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태도다. 머스크 CEO는 더 많은 차량을 생산하고 인도하기 위해선 마진을 희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마크 델라니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가 더 많은 물량을 인도하기 위해 가격을 낮춘다면 중기적으로 마진 역풍이 계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테슬라와 더불어 성적표를 내놓은 넷플릭스도 2분기 실적이 전망치를 밑돈데다 3분기 실적 역시 시장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추정되면서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연준, 0.25%P 금리 인상 가능성은 '거의 100%'
한국시간으로 27일 새벽 7월 FOMC 회의 종료 후 연준의 금리 조정 결과가 나온다. 증권가는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높일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0.25%포인트 금리 인상 확률은 99.8%다.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상 여부보다 연준의 연내 추가 금리 인상과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힌트다. 그러나 이번에는 연준이 향후 금리 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종 금리(terminal rate)가 완성된 것인지 혹은 9~11월까지 더 확인해야 하는지가 관건"이라면서도 "7월 FOMC에서 그 확답을 주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통과하긴 했지만 물가상승률 2% 달성을 강조하는 연준 입장에선 아직 물가 둔화에 대한 확신이 완전히 서지 않은데다 하반기 인플레이션 자료의 경우 내달 중순이 돼서야 확인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안 연구원은 이어 "FOMC의 경제전망은 9월에 나온다"며 "이때 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 뿐만 아니라 장기 기준금리도 제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FOMC에선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정도의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