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서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고수하면서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 300달러에 육박했던 주가는 고평가 논란과 맞물려 200달러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공포와 부동산발 위기에 흔들리면서 전 세계 주식시장이 출렁이는 가운데 유명 투자자들이 하락장을 염두에 둔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행보를 주목할 만하다.
테슬라, 수익성보단 점유율 확보 우선?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서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을 멈추지 않을 기세다. 지난 14일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 롱레인지와 퍼포먼스 모델 가격을 각각 1만4000위안(약 260만원)씩 내렸다. 지난 1월에 이어 올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로 가격을 떨어뜨린 것이다.
가격 인하 이유는 명확하다. 핵심 전기차 시장인 중국 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테슬라는 중국 전기차 점유율 1위인 비야디(BYD)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의 주도권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다. 당장의 마진율 하락은 감수하더라도 일단 경쟁에서 뒤처지는 일은 막겠다는 게 테슬라의 전략이다.
얼마 전 공개된 2분기 실적은 테슬라의 수익성 악화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테슬라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9.6%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6%에서 5%포인트나 떨어졌다.
테슬라의 '치킨게임'에 증권가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급등세로 인한 고평가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지난달 18일(현지시간) 293달러로 연중 최고점을 경신했던 테슬라 주가는 한 달 만에 25%가량 빠졌다. '원픽'인 테슬라의 오락가락 주가 흐름에 서학개미들의 마음도 편치 않아 보인다.
마이클 버리·워런 버핏, 하락장에 베팅?
중국발 경제 위기 공포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인에도 디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은 확산하고 있고,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이 미국 뉴욕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한 것을 기점으로 부동산 위기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미국 증시에도 여진이 전해지는 가운데 유명 투자자들이 잇달아 하락장에 베팅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인물은 마이클 버리다. 버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전 공매도를 통해 3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려 유명해진 투자자다. 그의 얘기는 할리우드에서 '빅쇼트'라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버리는 최근 미국 증시 하락에 16억달러(약 2조1400억원)을 투자했다. 자신의 투자법인 사이언 매니지먼트를 통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와 나스닥100지수를 따르는 펀드의 풋옵션을 각각 1조원 내외로 사들인 것이다.
풋옵션은 시장 가격에 상관없이 특정 상품을 특정 시점과 특정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로, 일반적으로 상품 가격이 앞으로 떨어질 가능성에 베팅한다.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투자 대가 워런 버핏도 하락장을 감안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 2분기에 매도한 주식 규모가 매수한 주식보다 80억달러(10조7000억원) 더 많다는 게 그 근거로 꼽히고 있다.
이에 대해 CNN은 월가의 대다수 펀드 매니저들이 증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언급하면서 그와 상반된 투자 행보를 보이는 버핏과 버리가 다른 이들이 모르는 어떤 사실을 알고 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