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넥스트레이드(NXT)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예비인가를 받으면서 대체거래소 출범이 본격화했다. 67년 독점 체제를 유지했던 주식거래 시장이 처음 경쟁자를 맞이하면서 거래비용 감소, 매매체결 속도 증가, 거래시간 확대 등 투자자 편익이 커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기존 한국거래소(KRX, 이하 거래소)와 경쟁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 마련이 쉽지 않아 시장 안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넥스트레이드가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경쟁상대인 거래소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ATS 차별화 전략…경쟁사 한국거래소 허가 있어야
넥스트레이드가 한국거래소와 경쟁하며 대체거래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차별화 전략이 필수다. 이에 넥스트레이드는 낮은 거래수수료와 빠른 주문체결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특히 경쟁력을 높여줄 차별화 전략으로 '중간가호가 주문(Mid-point order)'이라는 새로운 주문유형 도입과 함께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 중이다.
중간가호가는 매도호가의 가장 낮은 가격과 매수호가의 가장 높은 가격의 중간가격에 주문이 체결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호가 세분화를 통해 경쟁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차별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경쟁사인 거래소 역시 경쟁 우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 중간가호가 도입을 고려하고 있어서다. 더욱이 중간가호가 도입을 위해서는 증권사들이 추가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뿐 아니라 거래소의 협조도 필요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새로운 주문유형을 도입하는 것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만큼 반대할 여지는 크지 않다"면서 "다만 통합시세 산출, 시장감시 반영 등 도입 시 거래소와 협의해야 할 부분이 있고 ATS가 새로운 호가단위를 도입한다면 우리 역시 중간가호가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호가 도입의 키를 쥔 금융당국의 표심도 아직 얻지 못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주문방식 다변화와 관련해 금융당국 예비인가를 받았지만 중간가호가 도입에 대해 긍정적 회신을 받은 것은 아니다"면서 "새로운 시도인 만큼 당국은 아직까지 시장에 미칠 영향, 시장투명성 문제, 거래질서 악영향 등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경쟁보다 상생방안 찾아야…'경쟁시장' 열려
거래시간 연장도 문제다. 넥스트레이드는 현재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인 정규 거래시장을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1시 59분까지 대폭 연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장마감 후 공시는 물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우리 시간 오후 11시 30분 개장) 등 해외증시 개장상황을 거래 결정에 반영할 수 있다. 또한 업무 등으로 낮 시간 투자가 어려웠던 개인투자자들이 퇴근 후 거래가 가능해져 상당한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해 거래소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동일규제 원칙에 어긋나며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주 52시간 관련 노동이슈, 동일 종목에 대한 가격 괴리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거래시간 연장 시 매매체결에 따른 청산·결제, 시장감시 업무가 거래소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 관건이다. 넥스트레이드는 주식 매매체결만 담당한다. 상장심사와 청산결제·시장감시 기능은 기존 거래소가 모두 담당한다. 거래할 수 있는 상품도 거래소 상장 주식과 주식예탁증서(DR)로 제한돼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넥스트레이드가 내놓은 차별화 전략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청산, 시장감시 부분을 경쟁사인 거래소가 해줘야 하는데 ATS는 이에 대한 독립성이 없는 만큼 (경쟁체제가 제대로 마련될지) 걱정되는 부분"이라며 "청산, 시장감시 기능의 분리가 필요하지만 법 개정 등이 필요해 단기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청산결제, 시장감시 등의 업무를 진행하는 만큼 ATS가 거래시간을 늘린다면 거래소와 반드시 협의해야 하는데, 거래시간이 밤까지 연장되면 업무시간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증권사의 영업시간도 늘어나기 때문에 주 52시간 근무 등 노동시간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ATS만 거래시간을 연장하면 1물 1가(하나의 종목은 하나의 가격으로 거래돼야 한다는 원칙)가 아닌 동일 종목에 대한 가격 괴리가 일어날 수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학계에서는 거래소가 지적하는 가격 괴리 문제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강소현 연구위원은 "거래시간 연장으로 인해 가격에 괴리가 생긴다기보다 거래 시장이 늘어나면 자연히 거래가격은 다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제품이라도 쿠팡, 네이버 등 판매 채널이 다변화하면 다른 가격이 존재할 수 있고 소비자(투자자)는 더 저렴하고 유리한 판매처나 시장을 찾아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에서 대체거래소의 등장에 기대하는 바 역시 이러한 지점이다.
그렇다고 가격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강 연구위원은 "거래시간을 연장하면 실제 수요(시장참여자)가 얼마나 될지 유동성이 얼마나 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면서 "거래량이 많지 않으면 체결 가능성이 낮아지고 그에 따라 가격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안정적으로 가격이 형성될 수 있도록 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상장 주식과 주식예탁증서(DR)로 제한된 거래 상품군과 거래량 한도(시장 전체 15%, 개별 종목 기준 30%) 확대도 과제다. 넥스트레이드가 경쟁력을 갖고 대체거래소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거래소의 독점을 깨는 것이 아니라 거래소와 상생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처음 새로운 거래시장이 생기는 것인 만큼 시장의 우려도 있고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면서 "투자자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지만 기존 시장과 경쟁을 통해 시장을 빼앗기보다 새로운 시장을 열어 서로 상생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