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2차전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코로나19 관련 사업(마스크, 진단키트, 치료제 등) 등 신규사업을 발표해놓고 실제론 이행하지 않는 등 불공정거래에 악용하고 있는 상장사들을 다수 적발했다.
특히 지난해 먼저 조사를 완료한 신규사업을 가장한 불공정거래 행위 7건의 경우 6건이 상장폐지 또는 매매거래정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목을 끄는 신규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간 상장폐지, 매매거래정지 등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의 몫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신규사업을 추가한 상장사에 대한 보다 신중한 투자판단이 요구된다.
금융감독원은 18일 '무늬만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일부 상장사의 불공정거래 내역을 공개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4월 미래성장 신규사업 공시 심사 및 불공정거래 조사를 강화했고, 이어 지난해 11월엔 신사업 추진현황 실태 분석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유통하던 기업이 갑자기 2차전지?
현재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총 20건의 신규사업을 가장한 불공정거래를 조사했다. 지난해 이미 7건의 불공정거래에 대해 조치를 완료했다. 현재는 13건의 불공정거래를 조사 중이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이들 상장사는 기존에 하던 사업과 연관이 전혀 없는 새로운 분야의 사업을 불공정거래 소재로 사용했다.
가령 기계 제조업을 하던 기업이 갑자기 코로나 치료케 개발 사업을 추진하거나 유통업을 하던 곳이 2차 전지를 개발할 것처럼 투자자를 기망한 것이다.
매년 이슈가 되는 신규사업 테마도 바뀌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전에는 바이오 테마가 이슈였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2021년 중에는 코로나19 관련 사업을 신규사업으로 추가하는 상장사들이 많았다. 2022년 이후에는 2차전지 사업을 불공정거래에 주로 활용했다.
신규사업..무자본M&A세력 도구 전락
불공정거래를 한 상장사들은 신규사업 추진을 위한 허위 자금조달 계획을 발표해 놓고, 이를 계속 연기하거나 사채 자금을 이용해 대규모 자금조달에 성공한 것처럼 투자자를 기망했다.
또 신규사업 추진을 이유로 일반투자자로부터 대규모 유상증자 자금을 모집한 후 이 자금을 횡령하기도 했다.
전문가 및 유명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해 신규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투자자를 착각하게 하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임원으로 선임된 전문가는 이사회에 전혀 참석하지 않는 등 경영참여가 사실상 전무했다. 또 신규사업 관련 연구조직 등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외 사업체 또는 연구기관과 양해각서(MoU)체결을 했다는 보도자료 및 인터뷰를 통해 과장 홍보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양해각서는 법적 이행의무가 없는 상호 협력 수준의 선언문에 불과하지만 실제 신규사업이 체결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또 신규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한 뒤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해당 사업체나 연구기관은 이름만 신규사업과 관련있는 허울에 불과한 사례도 있었다. 실제 신규사업을 추진할 능력은 없는 페이퍼컴퍼니와 다름없는 것이다.
금감원은 신규사업을 가장한 불공정거래 대부분이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과 연관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또 불공정거래 과정에서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하는 경우도 상당수였다.
불공정거래 행위의 상당수가 코스닥 상장사에서 나온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조사대상 20건 중 18건이 코스닥 상장사였고 20건 중 10건은 상장폐지되거나 매매거래가 정된 상태다.
금감원은 자본시장 조사국의 역량을 집중해 신규사업 가장 불공정거래 혐의를 철저하고 속도감 있게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는 주가조작 세력에 대해 엄정 조치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감원은 해외 금융당국 및 국내‧외 유관기관(식약처, 관세청 등)과의 협조를 통해 신규사업의 실체를 끝까지 추적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