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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페북 판결로 부각된 '상호접속제도' 뭐길래

  • 2019.09.09(월) 15:19

방통위-페북 판결, 상호접속제도 개정논란으로 불거져
공평하게 망사용료 내도록 개선됐지만 현실과 괴리감

방송통신위원회와 페이스북 간 행정소송 1심 판결이 나왔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1심 판결 이후 구글, 네이버, 넷플릭스, 카카오 등을 포함한 인터넷기업협회는 페이스북과 입장을 같이하며 '문제의 본질은 상호접속제도와 과다한 망 비용'이라고 방통위의 입장을 비판했고, 방통위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6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상호접속고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데요, 업계 전문가가 아닌 이상 내용이 복잡하고 어려워 관심을 갖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상호접속제도는 과연 콘텐츠 기업들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아내기 위한 제도에 불과한 것일까요.

상호접속제도란

우선 상호접속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인터넷망 사업자로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이 있습니다. 이들이 전국의 모든 인터넷망을, 전 세계 모든 망을 구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자들이 어떤 인터넷 망에 가입하든지 관계없이 인터넷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망 사업자들은 약속을 했습니다. 서로 인터넷 트래픽을 교환하기 위해 상호간 인터넷망을 연동하기로 말이죠. 국내 망 사업자뿐 아니라 해외 망 사업자와도 이와 같은 약속을 했습니다.

KT는 네이버를 인터넷 가입자로 유치하고, SK브로드밴드는 일반 사용자를 가입자로 유치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인터넷망 접속 구조.

예를 들어 바로 위 그림과 같이 KT는 네이버를 인터넷 가입자로 유치하고, SK브로드밴드는 일반 사용자를 가입자로 유치했을 경우 네이버와 일반 사용자의 인터넷 트래픽이 교환되기 위해서는 KT와 SK브로드밴드가 서로 망을 연결해야 합니다. 일반 사용자는 끊김없이 네이버의 콘텐츠를 받을 수 있고, 네이버도 일반 사용자가 입력하는 검색 키워드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셈이죠.

여기서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망 사업자들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 Internet Service Provider)로, 네이버·구글·넷플릭스·페이스북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은 콘텐츠 제공 사업자(CP,Contents Provider)로 부릅니다.

상호접속제도 개선

위와 같은 인터넷 망 환경에서 상호접속제도가 개선되기 전(2016년 이전)에는 KT는 네이버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고 SK브로드밴드는 가입자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았습니다. KT와 SK브로드밴드 간 연결된 망에 대한 이용료는 서로 주고 받은 트래픽 양이 비슷하다보니 '망 이용료를 주고 받지 말자'는 무정산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기술이 발전하고 인터넷 사용 환경이 바뀌면서 CP들이 보내는 트래픽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일반 사용자들이 보내는 트래픽양은 크게 증가하지 않게 됐습니다. 또 해외 CP들은 국내 사용자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대규모 트래픽을 보내오지만 망 이용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에 2016년 인터넷망 상호접속제도가 개선되면서 과거 무정산 방식에서 발송되는 트래픽 양에 기반한 정산 방식으로 변경됐습니다. 정부는 접속요율의 상한선만 결정했고 실제 접속요율은 ISP와 CP간 협상을 통해 해결하도록 했습니다.

이로 인해 KT와 SK브로드밴드는 서로 트래픽을 보내는 만큼 비용을 지불하게 됐습니다. 예를 들면 앞서 제시한 그림 예시의 경우 KT는 SK브로드밴드에 75TB에 해당하는 1500원을, SK브로드밴드는 KT에게 25TB에 해당하는 500원을 정산하는 방식입니다. 무정산이었다가 정산방식이 바뀌면서 KT는 1000원 손해를 보게됩니다.

KT는 트래픽을 많이 보내게 되는 CP들을 유치하면 할수록 손해가 되는 셈이죠. KT는 이 비용을 네이버 등 CP들루터 받게 되고 해외 CP들로부터도 망 이용료를 받을 수 있는 요인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통신사 수익만 높아지게 될까

만약 KT가 네이버에게 높은 비용을 부과하면 어떻게 될까요. SK브로드밴드가 KT보다 더 낮은 요금을 네이버에게 제시하고, 네이버는 SK브로드밴드로 바꾸면 됩니다. 이러한 경쟁을 통해 CP들은 과도하게 높지 않는 망 이용료를 내게 됩니다.

CP들도 트래픽을 전송하는 만큼 비용을 부과하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들이 과도하게 망 이용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셈입니다. 또 국내 CP들은 경쟁으로 인해 망 이용료가 내려가고 그동안 망 이용료를 내지 않던 해외 CP들은 망 이용료가 오르게 됩니다.

이상우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경쟁을 통해 네이버는 망 접속료가 내려가고 구글과 페북 등은 오를 수 밖에 없게 된다"면서 "페이스북이 문제가 됐던 이유는 최소한의 경제하한선보다 지불하던 비용이 낮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상호접속제도를 개선하게 된 배경은 ISP 입장에서는 트래픽이 많이 유발되는 CP를 유치할수록 비용이 늘어나고 일반 사용자를 유치할수록 수익이 늘어나게 된다"면서" 상호접속제도를 개선해 ISP가 CP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게 만들어 일반 사용자의 부담은 낮추고 CP의 부담은 약간 높이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네이버 등 국내 CP들은 왜 반발할까

상호접속제도의 개선 배경은 경쟁을 유도해 모든 사용자와 모든 기업들이 공평한 비용을 내게 만들기 위한 것으로 좋은 취지로 보입니다.

과거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CP들이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CP들로부터 망 이용료를 받아 역차별 받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ISP들이 해외 CP들로부터 망 이용료를 받으려고 상호접속제도를 트랙픽 양 기반 정산방식으로 적용하려 할 때 국내 CP들이 반발하게 된 이유가 무엇을까요.

상호접속제도가 이론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현실은 달랐기 때문입니다. 취지대로 현실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고 여러가지 변수들도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 위원은 "상호접속제도가 CP의 망 이용 대가를 인상시키는 기제로 작동하는지, 국내외 CP간 역차별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변은 반반이다"라며 "ISP들끼리 경쟁을 통해 망 이용 대가가 낮아져야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문제는 국내 대형 ISP가 3곳 밖에 없어 담합이 없어야 한다"면서 "또 이번 페이스북 사례처럼 해외 CP가 해외 캐시서버로 변경을 하면 해외 CP로부터 망 이용 대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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