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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新패러다임, 은행들 '탈중앙화' 반격

  • 2020.12.21(월) 17:35

[일상의 디지털]블록체인 중앙화와 탈중앙화
중앙화 사례,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유통
탈중앙화 사례, 분산ID 신분증·디파이

블록체인 기술의 초기 지향점은 '탈중앙화'였습니다. 중앙집중화(Centralized) 시스템의 반대 개념인 탈중앙화는 말 그대로 어느 한 곳의 중앙 서버에 정보를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 모두가 관련 데이터를 보관하고 열람까지 할 수 있는 개념입니다.

블록체인이 가진 높은 투명성과 신뢰성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요. 최근 트렌드는 탈중앙화에 머물기 보다 이와 반대되는 중앙화 체계에서도 블록체인이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중앙화와 탈중앙화가 혼재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블록체인은 그 자체 기술만으로도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인데 중앙화는 뭐고 탈중앙화는 또 뭘까요. 아울러 블록체인의 중앙화와 탈중앙화는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탈중앙화를 속성으로 하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CBDC)가 코로나 시국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수단으로 왜 각광을 받고 있는 지도 알아보겠습니다.  

중앙화와 탈중앙화, 무슨 의미?

블록체인 업계의 최근 트렌드는 한마디로 '중앙화와 탈중앙화의 공존'입니다.

국내 대표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이석우 대표는 지난달 30일 열린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에서 이러한 내용을 언급했는데요.

이 대표는 "처음에 비트코인이 나왔을 때 기술적으로는 혁명에 가까운 탈중앙화가 하나의 모토였는데 계속 기술이 발전하다 보니 탈중앙화와 중앙화의 움직임이 서로 대립하고 있는 것 같다"며 "탈중앙화로 가는 프로젝트들도 있는 반면에 중앙화 체계를 가진 프로젝트도 있어 이러한 두 가지 흐름이 있어 같이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블록체인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장부에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이를 여러 대의 컴퓨터에 복제해서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입니다. 모든 거래 참여자들이 거래 내역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대조하기 때문에 데이터 위조나 변조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위변조가 어려워 신뢰성이 높고 거래 내역을 공유하기 때문에 투명성이 높습니다. 높은 신뢰성과 투명성은 거래 내역이 이상없는지 중간에 누군가가 검증을 하거나 보증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중앙 통제 시스템이 없어도 되며 이를 탈중앙화라고 합니다.

현재 공공시스템이나 금융시스템은 중앙화된 체계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정부나 은행 등의 기관이 중앙 시스템 역할을 하고 있고 이를 중앙화라고 합니다. 

원화는 중앙화, 비트코인은 탈중앙화

쉽게 말해 특정 시스템을 중앙에서 관리하는 주체가 있으면 '중앙화', 관리하는 주체가 없으면 '탈중앙화'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화폐 '원화'는 중앙은행에서 발행하고 관리합니다. 중앙화된 시스템이죠.

반면 비트코인은 발행하거나 관리하는 주체가 없습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이 발행하고 유통될 수 있는 체계만 만들었고 이후 비트코인을 발행하거나 관리하지는 않습니다.

비트코인 채굴을 원하는 사람 누구나 컴퓨터를 통해 발행할 수 있고 유통을 하는 것이죠. 비트코인 발행량이 갑자기 늘어났다고 해서 이를 관리하는 주체도 없습니다. 비트코인이 '탈중앙화'인 이유입니다.

'탈중앙화'를 블록체인 기본 철학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알려졌던 초창기엔 많은 전문가들은 관리 주체가 없어도 스스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블록체인의 특징 덕분에 '탈중앙화'를 블록체인의 기본 철학으로 여겼습니다. 

초창기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철학에 대해 긍정적으로 봤고 관련 프로젝트들도 다수 등장했습니다. 

기존 금융시스템에서는 자금이 필요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증권사와 거래소를 통해 진행(중앙화 체계)했지만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는 ICO(가상화폐공개)를 통해 스타트업이 직접 자금을 유치(탈중앙화 체계)하기도 했었죠.

정부 및 기존 금융패권을 가지고 있던 금융기관들은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철학을 경계했습니다.

블록체인 중앙화 대표 사례, CBDC

블록체인 자체는 데이터를 분산해서 저장하는 기술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특징 덕분에 탈중앙화 체계를 만들 수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반드시 탈중앙화를 위해서만 활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블록체인의 탈중앙화를 활용한 서비스들이 그간 출시되긴 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사용방법과 확장성이 낮아 기대만큼 활성화되지는 못했습니다.

탈중앙화 대신 블록체인의 분산 저장기술만 활용해 적용하는 기업 사례가 늘어났습니다. 분산 저장기술의 투명성을 통해 정보를 검증하는 단계를 줄여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은 절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안성도 높일 수 있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 고민

또 최근에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화폐(CBDC)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블록체인의 중앙화 프로젝트 사례입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가상자산(가상화폐)입니다. 각국 중앙은행이 달러, 원화, 엔화 등을 발행하듯이 종이화폐 대신 디지털로 화폐를 발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중앙은행이 CBDC 도입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완전히 안전한 금융시스템, 정부 재정 배분

현재 각국의 중앙은행은 종이화폐를 발행하지만 신용카드 사용 및 온라인결제 등이 늘어나면서 실제 화폐 사용은 감소 추세입니다. 이는 중앙은행의 화폐로 결제하는 것이 아닌 민간 결제 서비스 이용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만약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이나 간편결제 시스템이 갑자기 작동하지 않게 되면 많은 사람들은 결제를 할 수 없게 됩니다.

네이버 라인의 블록체인 자회사 언체인의 이홍규 대표는 "민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때 많은 사람이 지급결제를 할 수 없게 된다"면서 "이에 중앙은행은 완전히 안전한 금융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보고 CBDC 도입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 대표는 "코로나 등과 같은 긴급상황에서 국가가 국민 전부를 대상으로 재난지원금 등 돈을 나눠줘야 할 때 우리나라 정부는 신용카드를 활용했는데 카드가 없는 사람은 불편함을 겪었다"면서 "CBDC는 이러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CBDC는 현금처럼 익명성은 갖지만 범죄가 일어났을 경우 범죄에 활용된 화폐의 유통 경로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또 CBDC는 물리적 한계가 없기 때문에 해외 결제 수수료를 낮추고 결제 시스템의 단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CBDC는 필요 없다고 봤던 중앙은행들도 하나둘씩 CBDC에 대한 연구에 돌입하게 된 이유입니다. 

향후 CBDC가 어떤 방식으로 발행되고 유통될지 아직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일종의 비트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관리하는 주체가 없어 가치 변동성이 크고 비트코인 결제를 받는 곳이 없지만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디지털화폐는 관리자(중앙은행)가 있기 때문에 변동성은 낮아지고 결제가 가능한 곳은 늘어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탈중앙화 대표 사례, DID와 디파이

블록체인의 탈중앙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여전히 탈중앙화를 위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금융거래를 위해 금융기관이, 부동산거래를 위해서는 부동산중개사무소가, 증명서 발급을 위해서는 공공기관이 필요하지만, 이들 중앙기관 및 중간매개체를 거치면 단계는 복잡해지고 비용은 늘어납니다. 블록체인의 탈중앙화는 이러한 중간매개체 단계를 줄여주기 때문에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은 줄일 것으로 전망돼 관련 연구와 프로젝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분산ID 신분증

대표적인 사례가 분산ID(DID:Dcentralized IDendity) 신분증입니다. 블록체인 DID 기술은 신분증명의 편의성과 보안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기술로 꼽히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중앙서버가 아닌 분산해서 저장하기 때문에 위변조가 어렵습니다. 

특히 DID는 사용자가 자신의 신원을 증명할 때 자신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개인 정보를 제출해 증명하는 방식입니다. '내가 나임을 증명할 수 있는 정보'를 특정 기관이나 기업에 의존해 관리하는 것이 아닌 개인의 신원 정보를 스스로 보관하고 관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탈중앙금융, 디파이

또 최근 탈중앙금융(디파이·DeFi)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디파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중개자 없이 누구나 손쉽게 대출, 거래, 투자 등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 중 '스마트계약' 기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계약은 계약 조건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조건이 충족됐을 때 자동으로 계약이 실행되도록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스마트계약을 통해 금융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신뢰'를 블록체인을 통해 해결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100만원을 빌리고 매월 10만원씩 상환한다는 계약조건을 블록체인에 기록을 했다면 B가 상환하지 않기 위해 연락을 받지 않더라도 시스템상 매월 B의 돈 10만원이 A에게 입금이 되는 것입니다.

디파이는 은행이 하는 일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대출이 필요할 때 현재 은행에서 대출심사를 통해 대출을 받지만 디파이는 돈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돈이 필요한 사람이 직접 빌릴 수 있습니다.

국내 증권사 최초로 디파이에 대한 분석리포트를 작성한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디파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중앙기관 없이 P2P(개인간 거래) 형태로 금융시스템을 구축해 기존 금융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하는 시스템이다"라며 "이 덕분에 디파이는 탈중앙화, 효율성, 모든 사람이 참여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기존 금융서비스를 능가한다"고 말했습니다.

>>관련기사 : 이석우 두나무 대표 "블록체인, 중앙화와 탈중앙화가 공존"
[손에 잡히는 블록체인]그라운드X가 그리는 '디지털 주권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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