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그룹이 국내 구독형 전자책 시장 1위 기업 밀리의서재 지분 인수에 나서면서 이 회사 창업자 서영택 대표에 새삼 관심이 모인다.
그는 웅진 그룹의 출판·교육업체 웅진씽크빅 대표이사 출신으로, 한때 법정관리에 들어간 웅진씽크빅을 기사회생시켰으며 회원제 독서프로그램 '웅진북클럽'의 성공 신화를 세운 장본인이다.
북클럽의 성인 버전을 기획했던 그가 잘 나가던 웅진 그룹에서 나와 자신이 창업한 스타트업에서 아이디어를 실현, 또 한번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것이라 눈길을 끈다.
KT 그룹 미디어 계열사 지니뮤직은 전날(10일) 이사회를 열고 464억원을 들여 밀리의서재 구주와 신주 총 25만주를 인수키로 결의했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 및 사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다. 지니뮤직은 밀리의서재 지분 38.6%를 인수하고 1대 주주 지위를 확보한다.
지니뮤직이 사들이는 구주에는 서 대표이사를 비롯해 특수관계인과 임직원 및 초기 투자자들의 주식이 포함되어 있다. 매입 금액은 주당 18만3000원.
서 대표는 보유 주식 가운데 일부인 8000주를 현금화한다. 매각 금액은 15억원으로 그리 큰 규모는 아니나 그의 친인척 13명이 이번 지분 매각 덕에 총 100억원을 손에 쥐게 되었다. 집안 식구들이 적지 않은 현금을 거두게 된 것이다.
이 외에도 전현직 임직원 6명이 총 18억원을, 초기 투자자 등 20여명이 주식 매각으로 총 230억원을 현금화하게 됐다.
밀리의서재 창업자인 서 대표는 화려한 이력이 돋보이는 경영인이다. 그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장백정보통신 대표를 거쳐 보스턴컨설팅그룹 수석팀장으로 활동했고, 썬호세키코리아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2005년에 웅진 그룹에 영입돼 취업 및 자격증 교육 사업을 하는 계열사 웅진패스원 대표를 맡기도 했다. 당시 서 대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웅진패스원을 크고 작은 인수합병(M&A)를 통해 회원수 300만, 매출 1000억원 규모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 회사로 성장시키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 받았다.
이후 서 대표는 2012년 그룹의 주력사 웅진씽크빅 대표로 옮겼다. 그가 취임했을 때 웅진씽크빅은 상황이 좋지 않았던 시기였다. 유동성 위기로 인해 웅진홀딩스와 관계사 극동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출판 시장 불황 등으로 재무 실적도 부진했다.
하지만 서 대표가 경영키를 잡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매출 외형은 비슷하나 영업이익이 2013년 129억원으로 전년보다 4배 가량 불어났으며 순이익 577억원을 내면서 전년 31억원 순손실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등 완전 딴판으로 변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직원수를 대폭 감원하고 사업부를 축소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친 것이 컸다. 이후 2014년 내놓은 야심작 '북클럽'의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서 웅진씽크빅은 기존 종이 출판물 업체에서 디지털 교육 업체로 체질을 완전히 바꾸었다.
북클럽은 태블릿PC로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해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는 신개념 교육 플랫폼이다. 당시 웅진씽크빅의 신(新) 성장 동력이기도 했다. 아울러 지금의 '구독형 전자책 1위' 밀리의서재의 모태 서비스이기도 하다.
서 대표는 2016년 웅진씽크빅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스타트업 밀리의서재를 창업했다. 그는 웅진씽크빅 대표 시절에 성인용 북클럽을 기획하다 지금의 '밀리의서재'를 떠올렸다고 한다.
이렇게 나온 국내 최초 독서 플랫폼(2017년 10월) 밀리의서재는 올 5월 기준 누적 구독자수 350만명, 보유 전자책 10만권으로 전자책 구독형 서비스 플랫폼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올해로 설립 5년째를 맞는 밀리의서재는 최근 매년 100억원 미만의 영업손실을 거두고 있으나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등 성장성 면에서 부각받고 있는 곳이다. 이번에 KT지니뮤직의 지분 인수 과정에서 평가된 밀리의서재 기업가치는 1200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투자은행(IB) 업계에서 평가한 기업가치는 지난해 실적 기준 1500억원 이상이다.
밀리의서재와 같은 오디오북 서비스의 성장성은 높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19년 25조원이던 오디오 콘텐츠 시장(음원 제외)은 오는 2030년 87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밀리의서재는 내년에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창업자인 서 대표가 또 한번의 엑시트(EXIT·투자회수)에 나설 지 관심이 모인다.
서 대표는 이번에 매각한 주식 외에도 1만주의 잔여 주식을 들고 있다. 그의 개인회사이자 주요 주주인 밀리도 적지 않은 규모의 주식(6만5000여주)을 보유하고 있다. 현 지분 가치는 총 138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