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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머니]타파스 '떡잎' 알아본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

  • 2021.09.10(금) 07:00

2016년 포도트리 시절 투자, 지분가치 50배↑
카카오와 긴 인연 끝에 북미 공략 전초기지로

이달 1일 출범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의 '스토리(웹툰·웹소설), 뮤직(멜론), 미디어(TV 등)' 3대 사업을 하나로 묶어 재편한 콘텐츠 기업이다.

이 통합법인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이자 북미 시장 개척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는 타파스에 새삼 관심이 모인다. 네이버와 달리 북미 등 해외에서 아직 내놓을 만한 성과물이 없는 카카오에 타파스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아껴 놓은 '히든 카드'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타파스의 성장 스토리 또한 흥미를 유발하게 한다. 사업 초기 한동안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며 북미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던 타파스에 과감한 지분 투자를 단행, '장사하는 법'을 전수해 준 장본인이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라서 그렇다. 

북미 웹툰 벤처 신화가 된 타파스

지난 1일 멜론컴퍼니와 합병을 마무리 지은 카카오엔터는 카카오의 게임을 제외한 대부분 콘텐츠 사업을 아우르는 메머드급 계열사다. K-웹툰과 K-팝 등 한국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신드롬에 가까운 현상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카카오엔터의 지향점은 자연스럽게 국내 보다 해외에 맞춰져 있다.

통합법인 카카오엔터 출범에 맞춰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타파스의 존재 가치가 부각될 수 밖에 없다. 타파스는 김창원 대표가 2012년에 창업한 웹툰 서비스 업체다. 삼성전자 출신인 김 대표는 2006년 벤처기업 태터앤컴퍼니에 합류, 공동대표를 맡다가 2008년 아시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구글에 매각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후 김 대표는 구글에 합류하다 3년만에 나와 지금의 타파스를 세웠다. 타파스 초기 투자자로 나선 것이 카카오의 전신 옛 다음커뮤니케이션이다. 옛 다음은 2013년에 타파스에 지분 일부를 투자했다. 이듬해 다음-카카오가 합병하면서 이 지분이 통합법인 카카오에 승계됐다.

자본금 22억원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은 올해 60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카카오엔터가 타파스의 잔여 지분을 흡수할 때 인정받은 몸값이다.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던 김창원 대표도 세전 1000억원을 거머쥐는 '잭팟'을 터뜨렸다.

타파스 위기 극복 도운 이진수 대표

오늘날의 타파스가 있기까지 성장을 도운 것은 다름 아닌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다. 그는 2016년 9월 포도트리(옛 카카오페이지)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타파스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포도트리가 인수한 타파스 지분은 198만주. 약 9억7000만원 상당이었다. 1주당 500원꼴에 지분을 인수한 셈이다.

웹툰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진수 대표는 사업 노하우를 타파스에 전수하기도 했다. 일정 시간을 대기해야만 웹툰 다음 편을 무료로 볼 수 있게 해 유료결제를 이끌어내는 카카오페이지 '기다리면 무료' 시스템 등을 타파스 플랫폼에도 적용하도록 한 것. 강력한 오리지널 IP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는 내용도 함께였다.

당시 타파스에겐 이진수 대표의 도움이 단비와 같았다. 타파스는 창업 4년차에 자본금이 떨어지고 마땅한 웹툰 수익모델도 구축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2016년 1억원에 불과했던 타파스의 매출은 올 상반기 162억원으로 늘었다.

포도트리가 인수했던 타파스 지분 가치는 현재 50배로 뛰었다. 카카오는 올해 두 차례에 거쳐 타파스 잔여 지분을 인수했는데, 김창원 대표의 보유 주식 372만주는 933억원에, 기타 구주 및 신주 1556만주는 3741억원에 인수했다. 1주당 2만5000원 선이다. 카카오엔터로서는 싼 값에 선투자를 진행해 인수 효율을 높인 셈이다.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 /그래픽=김용민 기자

카카오, 북미 콘텐츠 사업 '드라이브'

이진수 대표가 타파스 통인수를 염두에 두고 지분투자 및 사업협력을 진행한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웹툰 해외 사업을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한 건 2017년부터다. 일본 시장에 '픽코마'를 론칭한 뒤 단 1년 만에 드라마틱한 성장을 이루면서 글로벌 웹툰 사업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일본 시장에서 '대히트'를 친 반면 북미 기반은 미약했다. 일찍이 북미에 글로벌 웹툰 총괄 법인을 설립하고 아마추어 웹툰 플랫폼 '캔버스'를 활성화한 네이버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네이버는 스토리 사업 확장을 위해선 북미 시장 공략이 필수적이란 판단을 일찍이 내렸다. 

카카오엔터도 타파스를 거점으로 북미 콘텐츠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타파스 자체 실적이 카카오엔터에 막대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타파스의 매출은 1년새 4배가량 증가하는 등 빠른 성장을 이뤘으나, 아직까지 적자 상태에 머물고 있다. 

한·미 교두보 역할은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엔터가 보유한 우수한 IP를 북미에 진출시키는 작업이다. 타파스가 운영하는 웹툰 플랫폼 타파스틱은 지난 6월 기준으로 MAU(월간이용자수) 350만명, 월 페이지뷰 2억220만뷰, 등록 회원 90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타파스는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 콘텐츠 산업의 중심지인 로스앤젤레스로 사옥을 이전하기도 했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타파스는 지리적 강점을 토대로 드라마, 영화 등 2차 저작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갈 예정"이라며 "DC코믹스, 워너그룹 등 미국 주요 엔터테인먼트사 출신의 핵심 인재들이 타파스의 경쟁력을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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