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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 400km 거뜬" 가성비의 끝 '볼보 EX30'

  • 2025.02.11(화) 06:50

[차알못 시승기]
4000만원대 소형 전기 SUV…"작아도 안전하다"
하만카돈 사운드바 인상적, 다소 난해한 조작법

볼보 EX30./사진=백유진 기자 byj@

"이야, 400km도 거뜬한데?"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가 분당에서 김해까지 볼보 EX30을 직접 주행한 뒤 한 말이다. 그가 공개한 EX30의 실주행 테스트 결과 영상을 보면, 350km를 달린 후 EX30의 주행가능거리는 75km, 배터리 잔량은 19%가 남아있었다. 잔여 가능거리를 고려하면 실제 총 주행가능거리는 426km였다.

이는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인 351km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 대표가 "좋은 날씨에 주행을 잘하면 400km까지도 무리 없을 것"이라고 호언한 이유다.

안타깝게도 시승 당일 이 모든 조건이 허락되지 않았다. 남부 지방까지 한파가 강타했던 지난 4일, 영하의 날씨에 볼보 EX30 시승을 진행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부터 경상남도 김해시까지 부산외곽순환도로를 경유하는 경로다.

볼보 EX30./사진=백유진 기자 byj@

간결해진 내·외부

EX30은 볼보의 전기차 라인업 'EX'의 첫 번째 모델이다. 볼보 전동화 모델의 표준이 되는 차인 만큼, 디자인 측면의 변화가 눈길을 끌었다. 먼저 전면부에는 볼보 특유의 엠블럼이 새겨진 큼직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토르의 망치'라고 불리는 시그니처 헤드라이트도 '전기차스럽게' 새로 디자인됐다. 내연기관 볼보에서는 매끄럽게 이어졌던 헤드라이트가 분할된 디자인으로 바뀌며 전기차의 느낌을 강하게 냈다.

볼보 EX30./사진=백유진 기자 byj@

내부도 심플하게 바뀌었다. 운전대 뒤에 계기판이 없어지고 대시보드 중앙에 12.3인치 고해상도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이 디스플레이로 주행 정보를 보는 것은 물론, 내비게이션, 실내 온도 설정, 사이드미러 조작 등을 모두 할 수 있다. 덕분에 내부 디자인은 아주 간결했지만, 막상 주행에 들어가니 좀처럼 조작이 편하지 않았다. 

볼보 EX30 운전석./사진=백유진 기자 byj@
볼보 EX30 디스플레이./사진=백유진 기자 byj@

하나의 디스플레이에 모든 기능을 몰아넣다보니 오히려 직관적이지 않아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계기판이 없어 속도를 확인하려면 중앙 디스플레이를 봐야 했는데, 생각보다 불편했다. 속도 확인을 못하고 단속카메라 앞에서 몇 차례 급감속하다보니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간절해졌다.

볼보 EX30은 사이드미러를 둘러싸고 있던 프레임이 사라진 '프레임리스' 디자인을 채택했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간결한 디자인을 위해 물리 버튼도 단순하게 바꿨는데, 이 역시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할 듯했다. 대표적으로 창문 조작 버튼은 단 2개뿐이다. 버튼을 누르면 기본적으로 1열 창문이 열고 닫히고, 2열 창문을 조작하기 위해서는 'REAR' 버튼을 눌러야 한다.

볼보 EX30 내부 수납공간.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창문 조작 버튼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버튼으로 차내 모든 창문을 조작한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디스플레이 안에 T맵이 내장돼 있어 스마트폰을 자동차에 페어링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만족스러웠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 2021년 300억원을 투자해 T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날은 음성 AI '아리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 "볼보 시승하러 가자"라고 말하면 기착지로 이동하도록 설정돼 있었는데, 10번의 시도 중 1번 정도만 반응했다.

볼보 EX30 울트라 사양에는 스칸디나비아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다섯 가지 앰비언트 라이트가 적용된다./영상=백유진 기자 byj@

답은 울트라?

EX30에서 가장 탐났던 건 울트라 사양에만 적용된다는 하만카돈 스피커였다. 대시보드에 사운드바처럼 얹어져 있었는데, 실제 가정용 오디오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1040W(와트) 앰프와 9개가 스피커를 탑재해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를 꽉 채우는 사운드가 가능했다.

볼보 EX30 울트라 사양에 탑재된 하만카돈 스피커./사진=백유진 기자 byj@

'안전은 옵션(선택사항)이 될 수 없다'는 철학을 가진 볼보가 새롭게 도입한 안전 기능도 꽤 유용했다. 운전자의 움직임을 모니터링 해 주의가 산만해지거나 졸음운전이 예상될 때 주의를 주는 '운전자 경고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운전자가 하품을 하니 작은 알림 소리와 함께 '휴식을 취하시겠습니까? 피로 징후 보임'이라는 문구가 떴다. 다만 여기서도 디스플레이의 한계는 드러났다. 이 문구가 디스플레이 상단에 뜨기 때문에 운전자가 주의 깊게 보기는 힘들었다.

볼보 EX30의 운전자가 하품하니 디스플레이에 경고 문구가 나왔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EX30의 배터리는 지리그룹 산하의 제조사가 설계한 제품으로, 66kWh(킬로와트시)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다.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시 351㎞까지 주행 가능하나, 실제 주행 시 주행 스타일과 도로 사정에 따라 400㎞ 이상의 거리도 충분히 주행 가능하다는 게 볼보 측 설명이다.

볼보 EX30 주행 정보 화면. 65km를 달리니 주행가능거리가 224km에서 146km로 78km 줄었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실제 이날 총 65km를 주행했을 때 배터리는 61%에서 43%로, 18%가 소모됐다. 추운 날씨에 히터와 열선 시트 등을 모두 작동한 상태였던 데다 테스트를 위해 운전을 다소 격하게 했는데도 주행가능거리는 224km에서 146km로 78km 줄었다. 

볼보 EX30 울트라 사양에 탑재되는 고정식 파노라믹 선루프. 좁은 차안이 넓어보이는 효과가 있었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이밖에 몇 가지 아쉬웠던 점 중 하나는 노면소음이다. 풍절음은 적은 편이었지만 도로 노면 상태가 바닥에 그대로 전해졌다. 2열 좌석이 좁다는 것도 국내 시장에서는 한계일 듯하다. 성인 여성 기준으로도 좁다고 느껴지는 수준이라, 키가 큰 편이라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도 편안한 시트로 유명한 볼보답게 착석감은 괜찮았다.

볼보 EX30의 뒷자리 좌석./사진=백유진 기자 byj@

이러한 단점을 모두 상쇄할 수 있는 건 가격이다. EX30 코어 사양은 4700만원대, 울트라 사양은 5100만원대로 책정됐다. 국고 및 지자체 전기차 보조금 적용 시, 4000만원 초반대까지도 가격이 내려간다. 2인 이상 차에 타는 일이 거의 없고, 디스플레이 조작에 금방 익숙해질 자신이 있는 이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차'를 전문가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가 쓰는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한 시승기입니다. since 2018.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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