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열한 삼파전
1분기 국내 수입차 시장은 치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BMW와 벤츠는 국내 수입차 시장의 1위를 두고 맹렬한 순위 싸움 중인데요.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3월에는 메르세데스-벤츠(6762대)가 BMW(6378대)를 석 달 만에 누르고 1위를 탈환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올해 누적으로는 BMW가 1만8612대로 벤츠(1만5215대)를 앞서고 있죠.
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의 왕좌 다툼은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1, 2위 다툼뿐 아니라 동메달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꽤 볼만합니다. 일단 1분기의 승기는 테슬라가 잡았습니다. 누적 기준 테슬라의 등록대수는 4818대로 3위를 기록했습니다. 4위는 렉서스(3877대), 5위는 볼보(3503대)가 차지했죠.

통상 연초에는 차종별 보조금이 정해지지 않아 전기차 수요가 적은 편인데요. 이에 테슬라의 올 1월 등록대수는 5대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올해에는 환경부가 예년 대비 한 달 이상 빠르게 보조금 지침을 발표해 2월부터 급격히 전기차 판매가 늘었는데요. 덕분에 테슬라는 올 2월 전년(175대) 대비 1172.6% 많은 2222대를 팔아치웠죠.
렉서스는 2월까지만 해도 테슬라보다 앞선 3위였지만, 3월 판매량에서 밀리며 1분기 4위에 머무르게 됐는데요. 렉서스는 지난 2019년 '노 재팬(일본 상품 불매 운동)' 여파와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판매량이 급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빠른 속도로 판매량을 회복하는 추세죠.
실제 렉서스의 1분기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3.7% 늘었고요. 전체 판매량 중 FHEV(풀하이브리드) 모델인 준대형 세단 ES300h(1835대)의 비중은 47.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ES300h는 2018년 7세대 풀체인지(완전변경)와 2021년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를 거친 오래된 모델입니다. 그럼에도 올 1분기 FHEV 모델 판매량 1위로써, 렉서스 판매량의 절반가량을 책임지고 있죠.
올 초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 톱(TOP)3의 입지를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던 볼보는 1분기 테슬라와 렉서스에 밀려 5위에 그쳤습니다. 전년 대비 판매량이 16.5% 늘어나며 '두 자릿수 성장 목표'는 달성했지만, 목표했던 순위에서는 점점 멀어지는 모양새죠.
3월 볼보는 올 초 출시한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 EX30 478대를 팔며 선전했지만, 테슬라 모델 3(1291대), 모델3 롱레인지(949대)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세계 시장에서도 부딪혔던 테슬라의 장벽을 국내에서도 넘지 못한 셈인데요.
신차 앞세워 반전 꾀한다
다만 1분기 5위 볼보와 3위인 테슬라와의 격차는 1300대 수준으로, 점유율로 보면 2.2%P(포인트) 차이입니다. 충분히 반전 가능성이 있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죠.
특히 볼보의 EX30은 지난달 5일부터 본격 출고를 시작한 만큼, 2분기부터 본격적인 판매가 예상됩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9만8065대의 판매고를 기록했던 '베스트셀링카'인 만큼, 흥행 가능성도 높은 편입니다. 실제 출시 직후 초도 물량 500대가 완판됐고, 공식 출시 2주 만에 시승 신청만 1만6000여명을 돌파했을 정도로 국내 시장에서의 관심도 높은 편이죠.

렉서스 역시 지난 3월 플래그십 SUV '디 올 뉴 LX 700h' 출시를 통해 3위 탈환을 노리고 있습니다. LX는 렉서스 최초의 SUV 라인업으로, 이번에 선보이는 모델이 4세대인데요. 4세대 모델은 기존 LX의 장점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한 플래그십 하이브리드 SUV입니다.
업계에서는 경쟁사인 테슬라와 볼보자동차코리아에 플래그십 하이브리드 SUV 차급이 없다는 점에서 렉서스의 신형 LX 700h의 경쟁력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하이브리드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렉서스의 성장 가능성을 뒷받침하죠. 실제 올 1분기 국내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4만207대로, 전년 대비 45.5%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렉서스와 볼보의 수입차 3위 탈환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테슬라가 주력 SUV 차종인 모델Y의 부분변경 모델 '뉴 모델Y'를 국내에 출시했기 때문인데요. 모델Y는 글로벌 시장에서 누적 350만대 이상 판매된 모델입니다. 전기차 최초로 2년 연속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에 오르기도 했죠.
뉴 모델Y는 후륜구동인 'RWD', 사륜구동인 '롱레인지', 테슬라 첫 한정판인 '론치 시리즈' 등 3가지 트림으로 출시됩니다. 론치 시리즈는 이달 중 고객 인도가 시작되고 RWD와 롱레인지 트림은 내달부터 순차 인도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2분기부터 펼쳐질 세 브랜드의 치열한 3위 대결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