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에코프로 매출이 반토막 났다. 전기차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양극재·전구체 소재 업계에 직격탄이 떨어진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리튬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재고자산에서 손실이 발생하면서 수익성도 악화됐다.
팔면 팔수록 손해
에코프로그룹 지주사인 에코프로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조1103억원, 영업손실 3145억원을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이 57.2% 급감하면서 영업이익도 적자로 전환했다.
특히 작년 에코프로 매출원가는 3조2039억원으로 매출보다 많았다. 팔면 팔수록 손해를 봤다는 의미다.
작년 한 해 에코프로 수익성은 분기마다 악화했다. △1분기 -298억원 △2분기 -546억원 △3분기 -1088억원 △4분기 -1213억원 등으로 눈덩이처럼 영업손실 폭이 커졌다.
작년 4분기 적자 폭이 더 커진 이유는 악성재고 탓으로 분석된다. 회사 측은 "상장 자회사 수익성은 개선 됐지만 비상장 자회사(에코프로씨엔지·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연말 재고자산평가충당금 826억원 인식 영향으로 영업손실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업황도 나빠졌다.
전방산업 전기차 성장률이 둔화됐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판매 성장률은 지난 2021년 109%로 최고치를 찍은 후 △2022년 56.9% △2023년 32.5% △2024년(1~11월 기준) 25.9% 등으로 줄고 있다.
'역래깅'으로 수익성도 악화됐다. 원재료 리튬은 비싸게 사고, 완성품 양극재는 싸게 팔았다는 뜻이다. 통상 양극재 기업과 배터리 제조사는 판매시점 메탈 가격을 기준으로 제품 가격을 정하는데, 작년 하반기 리튬 가격은 연초 대비 30% 가량 하락했다.

주요 자회사별 실적도 부진했다. 영업손실 규모는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 402억원, 전구체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630억원 등이다.
친환경 토털 솔루션 기업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영업이익 242억원을 올렸다. 하지만 이익 규모는 전년 대비 42.1% 줄었다. 주요 자회사 중 유일하게 연간 흑자를 달성했지만 3000억원대 적자를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올해 판매 40% 증가"
에코프로는 올해 전방 산업 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김장우 에코프로비엠 경영대표는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 소진에 따른 기저 효과 및 신차 출시 효과 등으로 약 40% 전후의 연간 판매물량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해 전구체 판매량도 전년 대비 2~3배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이성준 에코프로머트리얼즈 경영관리담당 상무는 "올해 연간 전구체 판매량은 고객사 다변화와 가족사 합판에 따른 효과로 전년 대비 2~3배 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탈 가격도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박재하 에코프로 경영관리본부장은 "메탈 등 국제 원재료 시세가 비교적 안정돼 이전과 같은 급격한 변동은 없을 것"이라며 "손익에 큰 영향을 주었던 재고자산 평가 손실도 더이상 중요한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코프로는 "올해를 턴어라운드를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재차 강조했다. 우선 올해 준공이 목표인 헝가리 공장을 토대로 유럽 내 신규 고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올 4분기부터 3개 라인 중 1개 라인을 우선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진행 중인 에코프로비엠 코스피 이전 관련 심사는 1분기 말께 승인 완료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장우 경영대표는 "작년 11월 거래소 이전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했지만 심사 일정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전 상장의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어 올 1분기 말 전후로 승인이 완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