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이 올해 다시 실적 반등의 '날개'를 달겠다고 자신했다.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희석에 더해 영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노력이 긍정적인 동력으로 지목된다.
시장에서는 이처럼 에코프로비엠이 실적 회복을 자신하면서도 최근 코스피로의 이전 상장을 철회한 것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실적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 아니냐는 싸늘한 평가와 함께 넉넉한 현금을 발판 삼아 안정적인 이전상장을 위한 도움닫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등' 선언한 에코프로비엠
6일 업계에 따르면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대표는 전날(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상반기 손익분기점 이상의 실적 이후 연속 흑자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2차전지 수요가 대폭 증가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아쉬운 한 해를 보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40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전기차 캐즘으로 인한 전세계 수요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에코프로비엠 측은 올해 상반기 완성차 기업들의 신규 전기차 모델 생산, 주요 고객사의 재고 소진 등의 영향 등을 분석할떄 이르면 1분기,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다시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배터리 산업의 '사이클' 특성을 고려해 꾸준한 수익원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영역도 발굴한다는 입장이다.
일단 전고체 배터리를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 선점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고체는 일반 배터리가 '액체'를 전해질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고체'를 사용한다. 이를 통해 기존의 배터리보다 효율이 더욱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최문호 대표는 "3년 전 황화물계 전고체용 전해질인 아지로다이트를 개발해왔고 올해부터 양산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계획대로라면 내년 말 대량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지속적으로 신사업에 대한 연구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1분기 2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할 것"이라며 "고객사의 낮아진 재고 수준과 신차 출시 효과로 점진적인 실적 회복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코스피 이전상장 철회 시선 엇갈려
다만, 실적 개선 의지에도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지난달 말 코스닥에서 코스피 이전 상장을 철회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11월 에코프로비엠은 회사 규모 등을 고려해 코스피로 이전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지난 1월 실적발표에서도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어 올 1분기 말 전후로 승인이 완료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지난달 28일 이전상장을 철회하며 실망감을 안겼다. 에코프로비엠 측은 "여러 제반 여건을 고려해 철회했다"라며 "향후 경영실적 개선이 확인되면 예비심사를 재신청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을 할 경우 건전한 재무상태와 수익성 등을 보여줘야 한다"라며 "에코프로가 올해 실적 반등을 예고하는 등 재무상황과 수익성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도 이전상장을 철회할 정도였는지는 의문이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것이 제일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에코프로비엠 측이 당장은 자금조달 측면에서 여유로운 만큼 이전상장 철회에 대해 확대해석해서는 안된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4분기 기준 5216억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부채의 비중 역시 꾸준히 줄여나가며 재무건전성 측면에서는 안정적인 편이라는 평가다. 이전상장을 당장 추진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여유가 있다는 얘기다.
최문호 대표 전날 역시 "올해 국내에 1500억원, 해외에 3500억원 정도의 투자비가 필요하다"라며 "연말 기준 현금으로 5000억원 가량을 확보했고 정책자금으로 6000억원 정도를 받아 문제가 될 것은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향후 실적이 실제로 개선된 이후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자들에게 더욱 믿음을 주기 좋은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에코프로비엠이 투자자들과의 신뢰를 저버린 측면은 있지만 현재 상황과 향후 전망이 나쁘다고만 볼 수 는 없어 현명하게 움직였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