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급(AAA급) 게임 가격이 오르는 추세를 보이자 AAA급 게임의 적정 가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블리자드의 신작인 '디아블로4' 일반판 예약 판매 가격이 9만5900원으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디아블로4를 비롯한 AAA급 게임의 가격 인상 흐름에 불만을 나타냈다. 반면 일각에서는 늘어난 인건비와 물가 상승에 맞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디아블로 신작, 10년만에 출시
미국의 게임사 블리자드는 지난 9일(한국 시간) 세계 최대의 게임 시상식인 '더 게임 어워드(TGA) 2022'에서 디아블로 시리즈의 신작 '디아블로4'의 예약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디아블로 4는 PC와 더불어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와 같은 콘솔(TV에 연결해 쓰는 게임기)을 지원하는 '크로스 플랫폼' 게임이다. 디아블로 시리즈의 신작 출시는 지난 작품인 '디아블로3' 발표 이후 10년 만이다. 디아블로4의 정식 출시일은 내년 6월6일이다.
디아블로4는 크게 일반판, 디지털 딜럭스판, 얼티밋판으로 나뉘어 판매되고 있다. 일반판의 가격은 9만5900원, 디지털 딜럭스 판은 12만2900원이다. 최고급 한정판인 얼티밋판은 13만6400원이다.
대형 게임, 70달러가 대세?
디아블로 이용자들은 일반판의 가격만 10만원에 육박한다는 사실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디아블로3의 가격은 5만5000원, 2000년에 출시된 '디아블로2'는 4만2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훌쩍 뛴 가격이기 때문이다.
AAA급 게임의 가격인상 기조는 2020년부터 본격화됐다. 그 흐름의 '마지노선'은 70달러(8만9500원)였다. 유명 1인칭슈팅게임(FPS) 중 하나인 '콜오브듀티' 시리즈를 만든 '액티비전'은 2020년 '콜오브듀티: 블랙 옵스 콜드 워'를 70달러에 출시했다. 같은 해 스포츠 게임 제작사로 유명한 '2K'도 'NBA 2K21' 출시가를 70달러로 책정했다.
특히 이브 기예모 유비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엑시오스(Axios)'와의 인터뷰에서 "유비소프트의 대형 AAA게임의 가격은 70달러가 될 것"이라고 밝히며 AAA급 게임 70달러 시대를 못 박기도 했다. 유럽 최대 게임사인 유비소프트의 이러한 방침에 따라 서양 게임 업계의 가격 책정 방침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너무 비싸다" vs. "감당해야"
디아블로4로 촉발된 AAA급 게임 가격 인상 기조 논란에 이용자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격 상승 추세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측과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대형 게임 가격 인상 흐름에 반대하는 한 게임 이용자는 "대표 게임 타이틀을 달고 나온 게임마저 완성도가 낮은 상태로 발매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격까지 오르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앞서 AAA급 게임의 완성도 문제는 꾸준히 지적됐다. 2020년 이용자의 기대를 받고 출시한 '사이버펑크 2077'은 로딩이 매우 느린 문제 등 수많은 오류(버그)를 보이면서 발매 초기 게임 비평가와 이용자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또 올해 TGA 수상작인 '엘든 링'도 출시 초기에는 프레임이 떨어지는 버그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AAA급 게임 가격 인상 흐름을 감당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물가 상승률에 비해 게임 가격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를 분석한 결과가 제시되기도 했다. 게임 전문 매체 '게임인더스트리'의 분석에 따르면 비디오 게임 가격은 1977년부터 지금까지 5~7년 주기로 올랐다. 다만 올해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보정한 가격을 대입해 계산하면 실제 판매가와 보정 가격의 차이는 점차 줄어들었다. 즉 물가 대비 게임 가격이 점차 저렴해졌다는 것이다.
시장 조사로부터 시작되는 게임 적정가 산정
전문가는 게임 가격의 '적정선'을 정하기 위해선 시장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임 가격을 정하는 방법이 정해지지 않았고, 구체적인 시장 조사도 이뤄지지 않아서다.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부회장인 이지훈 서원대학교 교수는 "업계에서는 경쟁사가 게임을 발매하면 그와 비슷하게 발매가를 정해 게임을 발표한다"라며 "세부적인 시장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먼저 진행한 다음 수요와 공급에 맞는 적정 가격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싼 가격에 걸맞는 게임의 질과 건전한 사업 모델(BM)을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게임학회장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는 "회사는 게임에 대한 자신감이 있을 때 가격을 높게 책정하기도 한다"라며 "높은 완성도의 작품을 선보이고, 확률형 아이템 등의 BM에서 벗어난 새 BM을 선보여 이용자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