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으로 팔리는 게임이 국제 온라인 게임 유통망인 '스팀'에 등록됐다. 스팀의 규정에 따라 게임의 가격 책정 권한은 게임 개발사가 갖고 있다. 짧은 시간에 게이머들의 관심을 모으는 전략으로 쓰일 수 있지만, 장기 흥행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6일 스팀에 등록된 '더 레버리지 게임'의 가격은 127만8400원으로 책정됐다.
이 게임은 일본의 게임 개발사 '아텐드스트레티지(A&S)'가 제작했다. 미국의 경영코치기업 '액션 코치'가 20년 전 처음 만든 보드게임 '레버리지: 비즈니스 게임'를 온라인 게임으로 만든 것이다. 성공적인 기업 운영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작품이다.
문제는 평범한 게임 방식과 그래픽에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이다. 스팀에 등록된 이 게임의 일부 영상에 따르면 모노폴리형(게임 내 자본으로 모든 타일을 차지해 상대를 파산시키는 방식의 보드게임) 게임으로 보인다. 그래픽 역시 블록버스터(AAA)급의 고품질이 아니다.
이용자의 반응도 호의적이지 않다. 스팀에 의견을 남긴 한 이용자는 "이렇게 지나치게 비싼 게임은 신고를 당해야 하고 스팀 상점으로부터 제외해야 한다"며 "개발자의 터무니없는 가격 책정이 스팀의 서비스 규정에 반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스팀의 '지역별 가격 정책 권장 사항' 규정에 따르면, 스팀 내 제품 가격은 전적으로 개발사가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개발사가 작품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경우, 스팀은 이용자가 다양한 화폐로 지불할 수 있도록 국가별 경제 상황, 물가 지수 등을 반영해 권장 가격을 제공한다. 다만 게임 개발사는 스팀이 제공하는 국가별 권장 가격을 반드시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비즈워치는 A&S 측에 더 레버리지 게임의 가격 책정 기준 등을 질문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개발사의 자율에 맡긴 가격 책정으로 인해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 5월 스팀에 등록된 협동 공포 생존 게임 '스푸키 맨'의 가격은 0.59달러(777원)였다. 지난달 4일 이 게임의 가격은 개발사인 '블러디 베어'의 공지 없이 100만달러(13억1640만원)까지 올랐다. 이후 개발사는 200달러(26만3220원)로 가격을 내렸지만 스팀 이용자들은 이 게임이 지금도 비싸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개발사가 스팀에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게임을 등록하는 이유는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스푸키 맨은 이용자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100만달러로 가격이 책정된 이후 "(이 게임을 구매한) 나는 부자다"와 같은 농담조의 후기가 담긴 평가가 크게 늘었다.
게임업계는 이런 전략이 '반짝'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흥행에는 어려움이 크다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작성된 '구매인증글'로 잠깐의 관심을 모을 수는 있다"며 "지나치게 고가인 게임을 사는 이용자의 수는 한정적이고, 결국 게임의 흥행은 작품성, 그래픽, 호환성 등 게임 요소를 통한 호평에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