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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CEO '잔혹사' 또…"MWC가 타이밍으로"

  • 2023.02.23(목) 17:04

구현모 대표 연임 포기 발표
민영화 이후 '정치 외풍' 반복돼

KT 역대 CEO, 사진 왼쪽부터 구현모 대표, 황창규 회장, 이석채 회장, 남중수 사장./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아웃 오브 사이트, 아웃 오브 마인드(Out of Sight, out of Mind·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라고, MWC가 타이밍 아닐까요."

통신 업계에선 얼마 전부터 구현모 KT 대표를 두고 이런 말이 나왔다. 정부의 압박이 구 대표가 외국에 있을 때 절정을 이룰 것이란 관측이다. 회사 차원의 적극 대응이 어려울 것이란 점에서다. 시점이 문제일 뿐 정권이 여러 차례 시그널을 보냈으니, 자진해서 사퇴하는 '기회'를 주고 있다는 말도 많았다.

23일 구 대표와 KT 임직원들이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에 참석하기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행 비행기에 탑승한 시점에 구 대표의 연임 포기 의사가 발표됐다.

'최고경영자' 구현모의 그간 업무 성과를 보면 연임 포기는 쉽게 이해하긴 어렵다. 구현모 대표가 2020년 취임 직후 제시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디지코) 전략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KT의 작년 연매출은 1988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25조원을 넘었다.

취임 당시와 비교하면 KT의 작년 11월 말 기준 주가는 90% 상승하는 등 기업가치도 높였다. 지난해 말 KT 이사회가 구 대표를 차기 주주총회에 추천할 최종 CEO 후보로 결정하면서 확인된 내용이다.

아울러 구 대표는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으로 '디지코'(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환을 이끌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디지코는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소비자 삶의 변화와 다른 사업 혁신도 이끌겠다는 구 대표의 경영 방침을 담고 있다.

그러나 구 대표는 국민연금이 제기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 등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정부의 압박으로 해석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를 선진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KT와 포스코, 금융지주 등이 대표적 소유 분산 기업이다.

더군다나 이런 모습은 그동안 KT를 이끈 CEO들이 대부분 겪은 일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정권이 교체되면 CEO 교체설이 나오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KT는 2002년 8월 민영화됐다. 당시 이상철 사장(2001.1~2002.8)의 뒤를 이어 이용경 사장이 회사를 이끌었다. 이 사장 취임 이듬해 노무현 정권이 들어섰고, 2005년 8월 임기를 단임으로 만료했다.

남중수 사장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시기인 2008년에 연임했으나, 납품업체 선정 및 인사 청탁 등 비리 혐의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그해 말 물러났다.

이어 등장한 이석채 사장은 KT 사장을 회장으로 격상시켜 활동했다. 이 회장은 김영삼 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했고, 이명박 정부 때는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이었다.

이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12년 3월 연임에 성공했으나 배임과 비자금 조성 혐의로 임기를 2년 앞두고 떠났다. 이어서 등장한 황창규 회장은 2014년 취임한 뒤 임기 3년의 경영 성과를 기반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황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무렵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았으나, 사실상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CEO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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