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이 생기고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데이터가 산업을 만듭니다. 데이터를 촉발시키는 역할이 기존에는 PC와 스마트폰이었다면, 다음 시대에는 3차원(3D) 데이터에 주목해야 합니다."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는 15일 서울 강남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기존 2D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가 3D로 변환되는 작업이 먼저 일어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반짝' 인기를 누렸던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XR(확장현실) 모두 3D 데이터라는 촉매가 필요한 산업이라며 그동안 투자한 스타트업을 소개했다.
누구나 쉽고 빠르게 3D 만드는 시대
네이버의 스타트업 투자전문조직 D2SF가 '3차원(3D) 데이터'에 꽂혔다.
네이버는 소수의 개발사나 디지털 스튜디오 등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3D 데이터를 누구나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기술에 주목, 아바타 기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개발 기업 '굳갱랩스'에 투자하는 등 관련 분야 투자를 확대해왔다.
굳갱랩스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이용자의 표정과 모션을 실시간으로 3D 아바타로 구현하는 '휴먼 투 아바타' 기술을 개발한다.
비디오 채팅을 하거나 온라인 강연, 비즈니스 미팅 등에서 아바타를 통해 소통하면서도, 얼굴 표정이나 몸동작 등 비언어적인 요소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올해 3분기에는 3D 아바타 기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키키타운'의 오픈베타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안두경 굳갱랩스 대표는 알파테스트 중인 키키타운 플랫폼을 직접 시연했다.
플랫폼 속 아바타는 대화 내내 아바타의 눈썹 각도, 눈 깜빡거림, 입모양을 실시간으로 구현해냈다. 키키타운은 웹 기반으로 만들어져 접근성이 높으면서도, 비디오보다 적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라는 것이 안 대표의 설명이다.
굳갱랩스는 아바타 기술을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형태로 제품화할 예정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아바타를 NFT(대체불가능토큰)으로 만들어 판매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안 대표는 "우리가 성공한다면 차세대 아바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의 줌, 왓츠앱, 디스코드,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3D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 또 투자
네이버는 이날 행사에서 '엔닷라이트', '플라스크', '리콘랩스' 등 자사와 협업을 진행하는 3D 기술 스타트업들도 소개했다.
AI 기반 콘텐츠 테크 스타트업 플라스크는 AI를 기반으로 한 3D 모션 캡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동영상만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모션 데이터를 얻어, 빠르게 영상 속 인물의 움직임을 3D 캐릭터 움직임으로 구현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미 삼성과 KT, 엔비디아, 워너브라더스를 비롯한 여러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엔닷라이트는 자체 3D 모델링 엔진을 보유하고 있으며, PC 환경이나 접속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실시간으로 편집할 수 있는 3D 디자인 소프트웨어 '엔닷캐드'를 갖고 있다.
엔닷캐드 PC서비스는 이미 상용화해 활성 이용자가 2만명에 달한다. 올해 초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IT(정보기술) 박람회인 '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진영 엔닷라이트 대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1회, 한달 정도 수업하면 메타버스 월드 하나를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AR 솔루션 커머스 기업 리콘랩스는 스마트폰 촬영을 통해 누구나 고품질의 3D 모델을 만들고 편집, 이용까지 가능한 솔루션을 제작하고 있다.
기존 3D 모델 전문가도 길게는 일주일까지 걸리는 작업을, 일반인이 30분만에 만들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리콘랩스는 이커머스 쪽에서 3D모델을 만들어주는 '플리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 3D 크리에이터 대상으로 한 '3D프레소'도 출시할 예정이다.
네이버가 이처럼 3D 기술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와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네이버 D2SF는 굳갱랩스에 투자한 금액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는 지난해 2월 굳갱랩스에 전략적 사업 시너지 강화를 목적으로 2억3970만원을 출자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엔닷라이트에 24억300만원, 플라스크에 9억9000만원, 리콘랩스에 16억3400만원을 출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