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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 vs 카겜]⑦주식시장이 말하는 것

  • 2023.04.11(화) 15:08

경쟁사 견제 통한 내부 달래기
소송 불구 주가 움직임 제한적

엔씨소프트가 카카오게임즈를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 소송에 나선 가운데 양사 투자자들은 노심초사하며 소송 진행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우려와 달리 실질적으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당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엔씨는 지난 5일 서울지방법원에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엑스엘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배급하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아키에이지 워'가 엔씨의 '리니지2M'을 표절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엔씨는 아키에이지 워의 서비스를 중단하기 위해 법원에 따로 가처분 신청을 하지는 않았다. 이는 지난 2021년 웹젠의 모바일 MMORPG 'R2M'이 '리니지M'을 모방했다고 소송을 걸었을 때와 겹친다. 현재 웹젠의 R2M은 정상적으로 양대 앱 마켓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엔씨가 아키에이지 워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예상했다면 본안 소송 전 가처분신청을 했을텐데 아직은 그런 단계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지난해 리니지M·리니지2M·리니지W 등 리니지 매출은 1조8787억원으로 엔씨 전체 매출의 73%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만에 하나 법원이 기각결정을 하면 '리니지 라이크'에 대한 선전포고 명분이 흔들릴 가능성도 우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저작권 침해 소송에는 수년이 걸린다. 리니지와 웹젠의 소송은 2년 가까이 흐르도록 1심 판결도 나지 않았다. 저작권 침해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데 경쟁 게임의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크지 않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에서는 엔씨의 소송을 리니지 라이크에 대한 임직원과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는 용도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경쟁사에 대한 견제구가 실은 내부용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열린 엔씨소프트 주주총회에서는 아키에이지 등 모방 게임에 대응할 방법을 묻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승소를 하든 안 하든 카카오게임즈는 게임으로 매출을 낼 텐데 엔씨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면서 "이번 소송은 주주와 경쟁 게임사에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제스처로 본다"라고 말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소송이 주가에 영향을 미칠 요인은 없다"면서 "엔씨는 저작권 침해를 그대로 두었다가는 다른 게임사도 다 모방에 나설 테니,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소송이 양사의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인 모습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소송 사실이 알려진 다음날 주가가 3만원대로 밀리기도 했으나 지난 6일부터는 4만원대를 회복했다. 지난 10일 종가는 4만750원으로 5일 종가(4만1500원) 대비 1.8% 떨어지는데 그쳤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소송 당일 38만1000원이던 주가가 10일에는 37만1500원으로 2.5% 하락했다. 양사의 주가만 보면 카카오게임즈 주주들이 받은 충격보다 엔씨의 소송전략에 대한 엔씨 주주들의 걱정이 더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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