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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 바람을 예측해 돈버는 스타트업

  • 2023.12.19(화) 08:00

차병학 브이피피랩 대표이사 인터뷰
풍력에너지 예측해 잉여전력 효율화

차병학 브이피피랩 대표이사가 VPP 사업의 시너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브이피피랩 제공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이 재앙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세계 에너지 전망 2023'에 따르면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태양광·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는 2030년 전 세계 신규 전력용량의 무려 8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 역시 앞으로 7년 내 재생에너지를 3배로 확대하겠다고 최근 국제사회에 서약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기상 환경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하다는 단점이 있다. 날씨가 점점 변화무쌍해지면서 소비량 자체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경우 전국 각지에 분산돼 있어 통합 관리가 쉽지 않다.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솔루션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브이피피랩(VPPlab)은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주는 플랫폼 기업이다. 분산된 재생에너지를 자체 정보통신기술(ICT)로 통합 제어하고 하나의 발전기처럼 운영하는 통합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 기술을 통해서다. 잉여 에너지를 모니터링·관리하고 거래를 대행해 전력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이다. 

차병학 브이피피랩 대표이사는 최근 비즈워치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재생에너지는 날씨 등에 따라 생산량이 얼마나 변동되는지를 예측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생산·잉여 전력이 시장에서 효율적으로 거래될 수 있게 하는 게 우리의 사업모델"이라고 소개했다. 

브이피피랩은 재생에너지 가운데서도 풍력에너지에 특화했다. 차 대표는 "풍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은 통상 태양광발전소의 1000배 수준으로 커 관리가 까다롭다"며 "예를 들어 태양광은 일사량 같은 기상 예보 데이터만으로도 전기 생산 예측을 할 수 있지만, 풍력은 날씨뿐만 아니라 풍속이나 풍향, 공기 밀도 등 대여섯 가지의 기상 데이터를 종합해 이를 토대로 (생산량을) 예측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브이피피랩이 개발한 예측 모델 플랫폼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으로서 인공지능(AI) 기반의 머신러닝을 토대로 신규출원 특허는 3개, 등록 특허는 4개를 갖고 있다. 브이피피랩 플랫폼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발전량 데이터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전력거래소(KPX)로부터 데이터 입·낙찰 과정을 거쳐 예측 정산금을 받는 식이다. 이때 정산이 가능한 예측 오차율은 한 자릿수 이내다. 

이런 기술력으로 현재 회사는 풍력에너지 기준 전력중개 예측에서 국내 최대 사업자다. 250MW(메가와트) 수준의 풍력에너지 발전량을 예측 운영 중으로 오차율이 평균 6%에 불과하다. 2021년 설립돼 업력이 이제 막 3년이 된 기업임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성장세다. 

사실 시작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 포스코인터내셔널(옛 포스코에너지)에서만 10년 넘게 몸담은 차 대표의 이력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그는 "2015년 포스코 재직 시절 신사업 개발을 하면서 (전력중개 예측)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사내 벤처 제도로 회사를 만들었다"며 "당시 KT와 처음 만나 협업을 했다"고 밝혔다. 

이때의 인연을 시작으로 브이피피랩은 올해 KT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따뜻한기술더하기'에서 친환경 분야 대표기업으로 선정돼 기술·경영 컨설팅과 사업자금을 지원받았다. KT 역시 자체 에너지 통합관제 플랫폼인 'KT-MEG'로 VPP 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 

차 대표는 "KT의 태양광 발전량 데이터와 우리의 풍력 데이터를 활용해 실증을 진행했고 중개효율이 올라가는 것을 확인했다"며 "사업을 추가로 발굴하고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진출기반도 넓혀가는 중이다. 앞서 지난 9월 북미 최대 스타트업 콘퍼런스인 '테크크런치 디스럽트(TechCrunch Disrupt) 2023'에서 전시 부스를 운영했고,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4' 참가기업으로 선정돼 내달 본격적인 IR에 나선다. 

차 대표는 "풍력에너지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2030년 이후 25%에 달할 전망"이라며 "'깨끗한 에너지를 언제든 필요한 곳으로'라는 회사의 모토를 토대로 VPP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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